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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핸드메이커

입지도 못할 옷, 왜 사는 걸까? 패션 NFT

희소성과 수집에 목적을 둔 새로운 패션 아이템
NFT 시장의 열기가 뜨겁긴 뜨겁다. ‘대체불가토큰’이라는 이름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디지털 예술계를 휩쓸더니 이제는 패션계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 피플까지 사로잡고 있는 패션 NFT의 세계는 대체 어떤 모습인 걸까.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이 NFT 자산이 패션 아이템으로 표현된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신을 수 없는 디지털 운동화는 언뜻 상상하기 어렵다 /Pavel Danilyuk, Pexels

NFT와 패션의 연관성은 약간 의아한 부분이 있다. 그림 같은 예술 작품은 소장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이를 감상하는 것 또한 실물의 필요성이 절대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물론 실물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의상이란 인간의 신체에 직접 착용하는 영역으로 이를 NFT 자산으로 소장한들 어떤 유익이 있을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로서 우리에게는 현실 세계를 제외한 또 다른 가상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 NFT와 패션의 결합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부캐’(실제 자신 외에 새롭게 만든 부 캐릭터)가 유행하는데 또 다른 세상에 자신의 자아를 투영한 아바타가 NFT 기반의 명품 옷을 입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Z세대 사로잡은 ‘메타버스’, NFT에 관심 보이는 명품 브랜드 

명품에 대한 시각은 가지각색이다.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소위 무리해서 명품을 ‘지른다’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명품을 향한 시선은 이중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명품은 쉽게 구매하기엔 높은 가격의 벽이 버티고 있다는 점은 다들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가상 세계 내에서는 현실적인 걱정을 잠시 접어둘 수 있다. 명품매장을 맘껏 구경하고 피팅해본 후 제품을 구매하는 것까지 소비하는 것에 있어 거침이 없다. ‘메타버스Metaverse’ 내 아바타에 관한 이야기다. 개인의 아바타는 또 다른 세계 내에서 고가의 명품을 쇼핑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한다. 

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가 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현실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 Universe’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최근에는 미국 ‘초딩’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메타버스를 형성하는 플랫폼도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3억 5천여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가진 ‘포트나이트’부터 월간 사용자 1억 5천만 명에 달하는 ‘로블록스’의 가상 아바타 세계 메타버스는 큰 관심을 얻고 있다. 

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가 된 가상세계 /픽사베이

국내에서는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존재한다. 제페토는 2018년 출시되어 10대 젊은 층의 공감을 얻는 것에 성공한다.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닌 각종 기술이 결합한 3D 아바타를 만나볼 수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와 게임 그리고 SNS 기능까지 담고 있어서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교류할 수 있다. 

이를 간단하게 생각하면 가상 세계에 자신의 3D ‘부캐’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흔히 메타버스세계를 떠올리면 포켓몬GO 같은 가상 현실 게임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상생활 적용이 가상 세계 내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왜 이 공간이 Z세대의 이목을 끌었는지 납득하게 된다. 사용자는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의상이나 액세서리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게임, 공연 등의 입장도 가능하다. 이미 국내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과 협업하여 콘서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대표적으로 가수 블랙핑크는 제페토 내에서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제페토 아바타로 등장한 블랙핑크 /네이버제트

이러한 메타버스 내에서는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데 이 시장에서 NFT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명품 브랜드 ‘구찌’의 행보다. 지난 4월 패션 매체 보그비즈니스를 통해 구찌는 NFT 출시에 대한 의지를 언급했다. 본 매체는 현재 구찌 외에도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NFT출시에 대한 계획을 가진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가 NFT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예술계에서도 NFT에 의해 작품의 희소적 가치가 인정을 받고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현실 세계에서도 고가의 명품이 희소성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명품의 방향성은 메타버스 내에서 NFT에 의해 구현된다. 

여기서 잠시 NFT의 특성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다른 암호화폐가 1코인이 그대로 1코인의 값을 한다고 여겨진다면 이 대체불가토큰은 다르다. NFT 자산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각각 고유한 번호가 생성되고 또 가치마다 값이 다르게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가 쉽다. 

기존 예술품에 있어서 NFT가 활용되었던 방향을 생각해본다면, 블록체인 형태를 통해 작품의 소유자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며 이는 최초 소유자, 원작에 대한 개념을 확인시켜 주는 요소가 된다. 복제, 전송이 원활한 디지털 아트에 기반하지만 NFT 아트는 작품마다 데이터에 기반하여 확실한 정보를 가지며 원작에 대한 희소성의 가치를 지키게 한다. 작품을 매매하는 방식은 이더리움 등의 가상 화폐를 이용하면 된다. 패션 NFT 역시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메타버스 내에서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 NFT에 적극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에 구찌 빌라를 구현했다. 아바타들은 이 구찌 빌라에서 옷을 구경하고 피팅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옷을 소유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구찌는 올해 2월 제페토 내에 이러한 가상 공간을 만들었고 2021 S/S 컬렉션을 통해 60여 종의 의류,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 스킨을 선보였다. 
 

제페토 내의 아바타는 구찌 빌라에서 컬렉션 의상과 가방 등을 피팅해보고 쇼핑할 수 있다 /네이버제트

구찌는 이미 그 이전에도 게임 속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옷이나 신발 같은 아이템을 공개한 바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함께 협업하여 게임 포켓몬GO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아이템 스킨을 제작하기도 했다.
 

포켓몬고에 등장한 The North Face x Gucci Collection(pokemongolive.com)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비단 구찌뿐만은 아니다.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는 게임 ‘동물의 숲’ 캐릭터 스킨을 통해 새 의상 컬렉션 2020 S/S 프리폴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동물의 숲을 위해 의상을 제작한 명품 브랜드는 또 있는데 마크제이콥스는 6가지 버전으로 옷을 디자인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착용에 초점 두지 않는 ‘NFT 패션’, 희소성‧수집에 목적 둔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명품 의상 외에도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패션 NFT는 또 무엇이 있을까.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부분은 바로 스니커즈다. 당연히 실제 스니커즈는 신을 수 있는 신발의 형태지만 NFT 자산으로서는 다른 모습을 한다.

사실 그간 정말 현실에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의 형태인 스니커즈는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투자 분야로 떠오르는 블루칩이었다. 한정판 스니커즈는 투자 가치를 가진 대상으로 인식됐으며 이를 소유 혹은 투자하기 위한 MZ세대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운동화 재테크 문화를 선도하는 중심축이라 볼 수 있는 세대다. 
 

한정판 운동화는 소장 가치를 가진다. /Jordan Hyde, Pexels

이러한 운동화 리셀 시장은 신을 수 있는 신발을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여 투자 가치를 형성한다. 한정판 제품은 희소성을 지니고 이를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투자 가치가 증가한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자연스럽게 이 성장세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패션 NFT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희소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이를 수집하는 젊은 세대의 마니아에게 호응을 얻는다. 단 한 가지 다른 점은 NFT 자산으로서의 디지털 스니커즈는 실제 신을 수 있는 신발은 아니라는 것에 있다. 

디지털 스니커즈에 대한 지지기반은 2017년 출시된 온라인 게임 ‘크립토키티 Crypto kitties’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크립토키티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 화폐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게임 내에서는 가상 화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거래하는데 2018년도 기준 이더리움은 전체 온라인 거래 트래픽의 20%를 본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크립토키티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이다. 
 

cryptokitties 인스타그램 @cryptokitties

크립토키티를 쉽게 말하자면 가상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수집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교배를 통해 생성되는 고양이 캐릭터가 지닌 매력도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이 매겨지는데 사용자는 이를 판매할 수도 있으며 수집할 수도 있다. 

크립토키티의 흥행 요인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고양이 캐릭터를 소유할 수 있다는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고양이의 매력도에 따라서 희소성의 가치도 차이를 가져 거래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점은 투자 모델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다시 디지털 스니커즈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가장 눈에 띄는 NFT 패션 플랫폼은 ‘크립토키커스 CryptoKickers’이다. 크립토키커스는 각각 고유한 번호가 부여된 NFT 기반의 디지털 스니커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며 거래는 가상 화폐 이더리움을 통해 이뤄진다. 

크립토키커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우선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마니아 층에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패션 아이템인 가상 신발이란 매력적이면서도 새로운 분야로 여겨질 수 있는데 현실에서 신을 수 없는 신발이라도 그 희소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이를 거래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보인다. 
 

CryptoKickers 홈페이지 캡쳐 (www.cryptokickers.com)

외신에 따르면 NBA 출신 프로 농구 선수 윌슨 챈들러가 이 가상 패션인 디지털 스니커즈에 관심을 가지고 협업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 한정판 스니커즈들이 많은 부분 협업을 통해서 세상에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디지털 스니커즈와 프로 농구 선수 윌슨 챈들러의 협업 소식 또한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패션 NFT에 희소적 가치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본 협업은 윌슨 챈들러의 사인이 들어간 디지털 스니커즈가 한정판으로 공개되어 수집가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신을 수 없는 신발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또 있다. 가상 운동화 브랜드 RTFKT Studio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인공물을 만든다. 비디오 게임 회사 아타리 Atari와 RTFKT가 협업하여 만든 한정판 스니커즈 ‘NFT 아타리 테마 패션 시리즈’ 소식은 이미 디지털 운동화 수집가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미사일 커맨드 등 아타리 게임 팩 /Kevin Bidwell, Pexels

실제 본 협업 이전에 RTFKT는 크립토 아트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제작한 버추얼 스니커즈를 통해 7분 동안 31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모아 주목을 받았다. Accesswire에 따르면 본 협업에서는 아타리와의 첫 번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아타리 스니커를 발표할 것이며 6명의 아티스트와 협력하여 상징적인 아타리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디지털 운동화의 추가 버전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RTFKT Studio 인스타그램 @rtfktstudios

대체 불가한 NFT의 희소적 가치는 패션 시장까지 확장되며 많은 명품 브랜드 역시 이에 대한 협업과 발행에 관심을 보이는 실정이다. 이미 NFT가 예술 시장에서 디지털 아트로서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선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패션계 역시 NFT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패션이란 수집가의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 있는 신상품 때로는 희소성을 가진 한정판을 항상 내놓아야 하는 분야이기에 더욱 NFT의 특성과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dezeen에 따르면 최근에 세계 최초 디지털 향수가 NFT로 제작됐다고 전해지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베를린에 설립된 룩 랩스의 디지털 향수는 실제 향수의 모습을 담아 디지털 형태로 재현하여 만들어졌으며, 특정 향수의 분자 파장을 기록하여 디지털 아트 워크를 제작했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본 향수의 경우에는 단순 NFT 자산으로서만 의미를 갖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출시되는 실물 향수의 특별판을 환매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사실 패션 NFT에 대한 한계는 명확하게 눈에 띈다. 수집품으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하나, 패션은 어디까지나 실물로 존재해야 하며 또한 디테일한 표현에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NFT가 가진 패션 영역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앞으로의 발전과 활용이 더욱 기대되는 바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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