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새벽을 여는 사람, hy '프레시 매니저'의 하루

준비 중인 임상희 FM /김서진 기자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왔다. hy를 대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프레시 매니저들이 평소 어떻게 일하는지를 잠깐이나마 체험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본 기자가 어렸을 때에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알려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카트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지금의 프레시 매니저들이다.


길을 가다 요구르트나 요거트를 먹고 싶을 때 잠깐 들러 살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침에 요구르트와 기타 음료 배달을 하는 게 크다. 문밖에 나가 가방에 담긴 몇 개의 요구르트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렇게 프레시 매니저들은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길거리에서 수많은 프레시 매니저들을 흔히 봤어도 정작 이 사람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깊게 생각해 보진 않았던 게 떠올랐다. 단순히 요구르트나 기타 음료들을 판매하고, 아침이나 저녁 등 원하는 시간대에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업무를 맡는다는 정도의 아주 얄팍한 정보만 갖고 있던 터였다.


3년 전 한 유튜브 채널에서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가 직업 체험을 하는 콘텐츠 중 프레시 매니저 체험을 적이 있었다. 사실 그 영상만 봐도 이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매일 같은 장소에서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매일 꼬박꼬박 도착하는 요구르트를 보면서도 별 생각을 하지 않듯이 그저 이 과정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냉장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윌 /김서진 기자

그러니 궁금해진 것도 있다. 당연히 그 유튜브 채널처럼 할 수는 없다. 내가 말주변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이번은 카메라 수십 대가 따라붙는 상황도 아니다. 그저 옆에 붙어 다니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 일반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것들이 있으니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이 직업에 관심이 있지만 쉬이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을 테니 프레시 매니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면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이지 않겠는가.


체험은 오전 8시부터. 그러나 프레시 매니저들은 훨씬 이른 시간부터 움직인다. 삼성역에 8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하니 알람을 세 개를 맞춰 두고 정작 5시 40분에 눈을 떴다. 헐레벌떡 일어나 준비를 하고, 다행히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체험에는 임상희 FM(이하 임 FM)과 hy 이동근 대리(이하 hy 관계자)가 함께 했다. 임상희 FM은 일한 지는 7개월 정도 된다. 작년 10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7개월 차다. 임 FM은 오전 9시 전까지 40층이 넘는 건물 곳곳을 드나들며 요구르트와 음료를 비대면으로 가져다 놓거나, 또는 직접 건네 주거나 한다. 전날 날씨가 27도까지 치솟았던 반면 이날 오전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바람까지 부는 정반대의 날씨였다. 날씨가 궂으면 한 자리에 서서 요구르트를 판매하는 업무를 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스케줄은 지극히 유동적으로 진행된다. 

바구니에 음료를 넣는 임 FM /김서진 기자

대면 전달이 어려우면 주머니를 달아 놓고 안에 음료를 넣는 형태다. 우유 바구니처럼, 아이스팩과 동봉해 넣어 둔다. 혹시 주머니에만 넣어 둔다면 누가 훔쳐 가거나 하는 일은 없을까? 이런 나쁜 생각을 하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임 FM은 "가끔 그런 얘기가 들리긴 하지만 아직 없다. 전 이 빌딩을 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그럴 일은 아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웬만하면 전달 주머니를 설치하려고 한다. 문자를 드려 설치해 드리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하진 않는다"며 귀띔했다. hy 관계자는 "(음료를) 쉽게 받고 싶어하거나, 전달 주머니가 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택가는 웬만하면 설치를 다 하는데 여긴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바로 받는 걸 일이 많다"고 밝혔다.  

정리 중인 임 FM /김서진 기자

아마 회사에 대해 묻는다면 가장 중요한 건 복지에 관한 것일 테다. hy 관계자는 "상조회라고 해, 회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매니저가 상을 당했을 때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 건강검진도 한다"고 말했다.


또 "예전 제가 점장이었을 때 제주도에 갔는데, 거기에 프레시 매니저가 200분 정도 오셔서 행사를 열었다. 당시 회사에서 5억 정도를 썼다. 3박 4일간 5억이라는 비용이 투입됐다. 매니저들은 그런 이벤트나 행사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소속감을 가진다. 매니저들의 근무 만족도가 좋아야 고객들도 기분이 좋고 받는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hy는 'hy데이'라는 행사를 연다. hy 관계자는 "hy데이라고, 프레시 매니저들이 모이는 대회가 있다. 이번에도 행사를 했었는데, '명예의 전당'이라는 게 있다. 대회에서 1등하신 분은 1년에 2억 8천억원의 수입을 냈다"고 귀띔했다.


한 마디로 한 명이 요구르트를 2억 8천만원어치를 판매했다는 이야기다. 매출 금액이 놀라운 건 둘째치고 대체 그런 숫자를 내려면 어느 정도까지 열정을 쏟았고 노력을 했을지, 가늠조차 잘 안 되어 경외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는 "1등에게는 그랜저를 부상으로 준다. 다른 분들도 포함해, 근속 개월에 따라 상을 드리고 전세기로 해외 여행도 보내 드린다"고 밝혔다. 

비닐봉투에 들어 있는 요구르트 /김서진 기자

걸어 두기도 하고, 바닥에 놓기도 하고 /김서진 기자

프레시 매니저들의 시간은 유동적이다. 그래서 더 유연한 점도 있다. hy 관계자는 "시간은 회사에서 정하는 건 아니다. 해당 구역을 배정받은 매니저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한다. 해당 시간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고객들, 음료 외에 샐러드나 밀키트도 있지 않나. 그 전달이 완료되면 퇴근하는 식이다.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 FM은 "예를 들어 백화점 지구라고 하면 백화점은 여는 시간이 따로 있지 않나. 그럼그 지구의 프레시 매니저들은 늦게 시작한다. 저 같은 경우는 출근 전 고객들이 받기 때문에 청소하는 분들이나 출근 전 받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끝나는 형태다. 지구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프레시 매니저는 총 몇 명이 활동하고 있을까. hy 관계자는 "총 1만1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매니저가 원하는 근로 지역에 배치를 하는 편이다. 지역 거점이 550개에서 600개 정도 된다. 서울권 같은 경우는 붙어 있기도 하고 인구도 많아, 조건이 부합하는 곳에 따라 배치를 해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무 시간이 딱히 정해진 건 아니고 고객과 사전에 이야기가 된 상태라면 매니저가 알아서 한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아파트가 많은 구역은 지금보다 활동 시간이 늦다"고 전했다. 덧붙여 "사무실이나 회사 밀접 구역은 출근 하루 전에 받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우리도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면을 꺼려하는 분들이 많다. 업무 시간에 가면 또 민폐이기도 하고. 그래서 출근하기 전 일찍 나와 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하루가 지난 음료는 따로 메모를 해 둔다 /김서진 기자

가끔 전날 주머니에 넣어 둔 음료가 그대로인 때도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할까. 임 FM은 "받는 사람마다 다른데, 여긴 그냥 다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라 음료를 넣어는 드리지만 요일을 따로 적어서 붙여 놓는다"고 전했다. 와중에 꼬깃꼬깃한 아이스팩의 '친환경'이 눈에 띈다. hy 관계자는 ESG 경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프레시 매니저들이 모는 카트 '코코'도 무탄소로 제작했다고 전했다. 


사무실을 드나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궁금해진 건 이 일을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였다. 임 FM은 "원래 하는 일이 있는데,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일을 하고 싶었다"라며, "시간을 맞춰 하는 게 쉽지 않아 일을 찾다가 (프레시 매니저를) 알게 됐는데, 하다 보니 성격도 잘 맞고 해서 다니게 됐다"고 전했다. 


임 FM은 성격 부분에서 맞는다면 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인사를 잘 했다. 주차장을 10번을 지나가도 관리인 아저씨에게 10번을 인사하곤 했다. 인사성이 발휘될 수 있었던 게 여기였다. 사실 정기 고객을 늘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에 얼굴을 계속 보고, 인사를 많이 해야 나중에 고객이 이 제품이 괜찮냐고 물어오는 게 많다. 무의식적으로도 인사를 많이 하니까, 성격이 맞다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라며 웃었다. 

우유, 음료 등 다양하다 /김서진 기자

프레시 매니저들은 많은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동선은 어떻게 짤까. 한두 명에게 배달하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려면 머리를 열심히 써야 한다. hy 관계자는 "만일 고객이 120명이 있으면, 오전에 다 받아야 하는 고객들이 있고 오전과 오후 두 번에 나눠 받아야 하는 고객들이 있다. 그래서 코스를 짠다. 고객과 조율을 하기 때문에 매니저들마다 맡고 있는 시간대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오시는 매니저들은 익숙하지 않으니 점장이 와서 리스트를 출력하고 코스를 직접 그려 준다. 시간대별로 어떻게, 어디에 전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라고 전했다. 고객들은 음료만 받으면 끝이지만, 사실 이 뒤에는 프레시 매니저들과 관계자들의 고뇌와 노동을 짜낸 것들이 숨어 있다. 

가방 안에 든 음료들 /김서진 기자

잘 나가는 제품이 문득 궁금했다. 어떤 브랜드든지 일명 회사를 먹여 살리는 효자템이 있을 테다. 혹시 윌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물어보자 단번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hy 관계자는 "윌은 메가브랜드나 다름없다. 연간 단일 제품으로만 3천억 개가 나간다"고 말했다. 절로 '와'란 소리가 나온다. 많이 나갈 거란 생각은 했지만 단위를 들으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나온 '쉼' 홍보물, 임 FM이 직접 만들었다 /김서진 기자

최근 hy는 신제품 ‘스트레스케어 쉼’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출시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 1초에 1병 이상 팔린 셈이다. 임 FM도 "리플릿으로 만들었다"며 직접 홍보물을 꾸민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땐 떨리고 사람들이 물어봐도 대답을 잘 못 하니까, 팜플렛에 '제품 구매를 원하면 이 번호로 연락을 주시면 알려주겠다'는 걸 써 놓아서 편리하다"며 웃었다.  

새로 바뀐 유니폼 /김서진 기자

hy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편의에 집중한다. 최근 프레시 매니저들의 유니폼이 개선되었으면 한다는 문의가 있어 이번에 의상을 바꾸었다. 임 FM은 바뀐 유니폼이 아주 편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hy 관계자는 "바지는 세트가 아니다. 매니저님 맘대로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겨울에는 롱부츠 신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더라도 좀 더 예쁘게 입었으면 해서"라고 덧붙였다.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입는 사람이 편하면 되는 것이다. 

2.5세대 모델 /김서진 기자

코코3.0 /김서진 기자

집 앞에 계시는 프레시 매니저, 코코3.0 3세대 모델이다 /김서진 기자

현재 임 FM이 타고 있는 카트 '코코'는 2.5세대 모델이다. 코코3.0은 2014년 첫 선을 보인 '코코의 3세대 모델로 기존 대비 20% 커진 냉장 적재 공간과 다양해진 옵션이 특징이다. 주 사용자인 프레시 매니저의 의견을 모아 열선 손잡이를 비롯해 추돌방지센서, 조향보조 장치 등을 추가 탑재했다. hy는 2026년까지 기존 카트 1만여 대를 신형 모델로 전량 교체할 계획이다. 코코3.0 보급에만 개발비까지 총 1,500억원 가량 투자된다. 


hy 관계자는 신형 코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거울이 마치 쥐돌이 귀 모양처럼 양쪽에 달렸다"며 새 코코 사진을 보여 주었다. 사진만 봐도 정말 파란 눈 위에 귀가 달린 것 같지 않은가. 내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의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다. 누가 봐도, 신형 코코는 정말 '귀엽게' 생긴 건 맞다. 귀엽다고 하고 가려는데 hy 관계자가 한 마디를 더 해 주었다. "지나가면 코코가 혼자 말을 한다 '신선함을 담은 코코가 지나갑니다~'"라고. 이러니 언제 한 번 신형 코코를 만난다면 실제로 들어 봐야겠다. 

프레시 매니저는 일하는 중 /김서진 기자

이쯤 되면 프레시 매니저의 채용 과정이 궁금해진다. 여긴 과연 어떻게 들어가는 것인가. hy 관계자는 "상시 채용이다. 딱히 조건은 없지만 약간의 허들은 있다. 카트를 몰아야 하기 때문에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한다. 상위에 있는 면허라 면허가 없을 때는 시험을 보고 취득해야 한다. 그 시험 비용도 지원을 해 드린다"고 밝혔다.  


덧붙여 "해당 거점의 담당자, 구인 총괄하는 분들이 면접을 본다. 해당 매니저님이 승인이 되면 일련의 교육 과정을 거친다. 제품 교육부터 시작해 기능, 과학성,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 포스기 조작 등 이론 교육이 들어간다. 실전에서는 카트 모는 연습을 3일 정도 진행한다"고 전했다. 


초보 프레시 매니저들을 위한 멘토와 멘티 제도도 있다. "현장에 나가서는 멘토와 멘티를 짝을 짓는다. 혼자 맨땅에서 하기에는 교육을 받았어도 힘들다. 그래서 우수한 멘토들이 옆에 붙어 어떻게 하는지를 코칭한다. 이 기간도 3일 정도 걸린다"고 hy 관계자는 전했다.   

오전 9시까지 임 FM은 이 자리에 있다 /김서진 기자

프레시 매니저들마다 자신의 자리가 있다. 다만 비가 오면 이야기가 다르다. 임 FM은 "지구마다 다르겠지만 비를 가릴 수 있는 건물이 있다면 한두 명이 있기도 한다. 근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공간이 없어서.... 그래서 비가 오면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실제 임 FM이 있는 곳은 가림막이 없어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해, 판매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날은 잠깐 오던 비도 그쳐서, 다행히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음료를 드시는 분들 말고도 같은 장소에 계속 있다 보면 지나다니다가 보면서 와 주시는 분들도 있다. 제가 안 오면 "어제 왜 안 오셨어요?"라고 묻기도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일하면서 마음을 다쳤던 일이 있느냐고 묻자 임 FM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제가 겪은 건 아닌데, 어떤 매니저님이 집에 상이 있어 하루 전달을 못할 거라 미리 연락드린 적이 있었다. 근데 상대방이 '그건 당신 사정이고'란 얘길 했다고 하더라. 우린 진심으로 하는데, 얼굴은 못 뵈어도 애정으로 넣어 드리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도 제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다들 잘해 주시고, 좋게 말해 주시고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같은 자리에 있으니 프레시 매니저들은 자신이 어떤 '랜드마크'가 된 느낌이라 말한다. 이 정도면 거의 네비게이션 수준이다. hy 관계자는 "갑자기 막 오셔서는 '아줌마! 국민은행 어디로 가야 돼?' 라고 묻는다(웃음)"라 한다. 항상 같은 곳에 있으니 물어볼 만도 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음료를 구입하는 손님 /김서진 기자

임 FM은 "처음엔 나도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빠르게 받아야 하는 분들은 이걸 받아야 마시고 일을 하니, 아무래도 책임감이 제일 크지 않을까"라는 대답을 남겼다. 그렇다. 모든 일엔 책임감이 따르지만 그걸 중히 생각하지 않거나 잊고 사는 일이 훨씬 많다. 겨우 7개월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임 FM이 느끼는 이 일의 무게와 책임감은 훨씬 크고 무겁다. 


그는 "이것저것 다른 일을 많이 해 본 편인데 다른 일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제가 인사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침에 일어나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시작하니까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긍정의 힘은 이토록 무한하고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짧은 시간 동행해 준 임상희 FM, 감사했습니다 /hy 제공

임 FM은 손재주가 좋다. 고객들에게 판매를 할 때에도 직접 사탕을 넣은 홍보물을 만들어 고객이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필자는 손재주가 없기에 부러운 눈으로 칭찬을 하자 그는 '기자님은 글재주가 있지 않느냐'라는 참 따뜻한 대답을 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필자는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하고, 임 FM은 오늘도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며 요구르트를 건넨다.


누구나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할 수는 있어도 잘 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그 일을 잘 하면서 '즐기는' 것은 더 어렵다. 새벽이 올 때마다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 준비하고 카트를 끌고 나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요구르트를 챙기고 놓아둔다. 때로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하루의 시작을 요구르트로 알린다.


이들은 매일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익숙하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친근하게 건네고, 재빨리 돌아와 또 카트를 끌고 길가를 누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거나, 신경쓰지 않았지만 막상 필요할 때 두리번거리며 찾는다면 언제든 똑같은 자리에 서 있을 사람들이 바로 프레시 매니저들이다.


임 FM은 "그래도 저는 늦게 출근하는 편이다. 다른 분들은 새벽 5시30분에 해당 지구에서 출발하는데 전 6시30분에서 7시 사이에서 출발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들의 아침은 이토록 빠르고 또 빠르다. '우리는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니까요' 그의 말처럼 누군가가 아직 잠에 빠져 있을 고요한 시간, 이들은 항상 똑같은 자리에서 성큼 다가오는 아침의 문을 힘껏 열어제치는 전령사들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

오늘의 실시간
BEST
handmk
채널명
핸드메이커
소개글
공예 및 문화·예술 전문 미디어 문화 예술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