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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스무 걸음, 시간을 품은 일터

SPECIAL THEME | 일터와 집의 동거 ③-2

서울 구의동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90년대 벽돌집.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 건축가 부부에게 집은 주거와 일, 그리고 취미의 조화라는 흥미로운 숙제를 던져줬다.

| 리모델링 +OFFICE |
서울 탐미헌

SECTION & DIAGRAM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은 별개의 문으로 출입한다. 이동이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이 서로의 영역을 명확히 분리한다. / 주거공간 현관문 앞. 아치형으로 난 창문 너머로는 거실이 자리한다.

집-(엘리베이터-주차장-차-주차장-엘리베이터)-사무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쓰는 평균 통근시간은 74분. 경기도 하남에서 서울의 사무실까지 매일 오갔던 갓고다건축사사무소의 권이철, 최윤영 두 소장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다. 아파트는 편리했지만, 집과 사무실 사이의 수많은 괄호가 두 사람에게는 소모적이고 갑갑했다. 쳇바퀴 같았던 일상 속에서 문득 스쳐간 답은 ‘주택’이었다. 건축사사무소의 사무실과 주거, 그리고 유화를 그리는 최 소장이 평소에 필요로 했던 작업실과 갤러리 공간을 ‘출퇴근 거리 스무 걸음’ 안에서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주택뿐이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구의동 붉은 벽돌집이었다. 종로 방면으로 도시 답사나 갤러리 순회를 위한 접근성이 좋았고, 아차산 등 녹지도 가까웠다. 건물 자체도 집주인이 오래 바뀌지 않고, 보수 흔적이 많지 않아 고칠 부분과 남길 부분을 판단하기 쉬웠다. 오래된 집은 부부 건축가의 손에서 갤러리이자 화실, 집이자, 건축사 사무실로 탈바꿈했다. 건축부터 유화까지, 미를 찾고 탐하는 집이라는 뜻인 탐미헌(探美軒)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고 방문을 제거하고 바닥 타일을 통일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임대세대 현관 겸 주방이었던 지금의 로비. 옛 창문 자리에는 유리블록을 넣었다.


합판과 노출콘크리트가 날것으로서의 주택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 사무공간의 게스트 욕실. 벽면은 타일 덧방을 하는 대신 욕실 페인트로 마감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광진구
대지면적 ≫ 129.9m2(39평)
건물규모 ≫지하1층, 지상2층 + 다락
거주인원 ≫ 3명(부부 / 임대인)
건축면적 ≫ 64.71m2(19.5평) | 연면적 ≫ 205.83m2(62.26평)
건폐율 ≫49.82% | 용적률 ≫99.63%
구조 ≫연와조
단열재 ≫ 압출법 보온판50T
외부마감재 ≫ 외벽 – 적벽돌 / 지붕 - 우레탄방수

내부마감재 ≫벽 – 사무실 : 페인트, 합판, 유리블록, 주택 : LG하우시스 벽지 디아망, 프레그먼트 타일, 자작나무 합판 / 바닥 –사무실 : 포세린 타일, 주택 : KCC 휴가온 45T
욕실 및 주방 타일 ≫ 코토세라믹 헤라체스 타일, 대제타일 Gonzaga, 벤자민무어 Bath&Spa
수전 등 욕실기기 ≫ WISDOM, TREEMME, 더죤테크, 대림바스
주방 가구 ≫ 리바트 리첸 누보 미스티 + 하넥스 | 상판 조명 ≫ 룩스몰
계단재·난간 ≫ 벤자민무어 Floor&Partio
현관문 ≫ 리치도어 단열현관문
방문 ≫ 영림 필앤터치도어 + 도무스 손잡이
창호재 ≫ LG하우시스 수퍼세이브3 24T 복층유리 플라스틱창호 이중창, 파워세이브 24T 복층유리 플라스틱창호 이중창, 유로9 플라스틱창호 39T삼중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설계·시공 ≫ 갓고다건축사사무소 070-4755-2800 www.gaggoda.com

진지한 회의나 미팅이 있을 때에는 더 집중할 수 있는 안쪽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다.


서재에서 바라본 주거공간. 2층도 마찬가지로 욕실과 창고를 제외하고는 문을 없애고, 옛 안방이었던 거실의 경우 기존 신발장까지 제거해 오픈된 휴식 공간으로 재편했다.

집이 거쳐 온 시간에 대한 존중을 담아내다

외관은 거의 그대로다. 공사 범위를 줄인다는 이유도 있지만, 주택이 지어지고 30년 넘는 시간을 견뎌온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았다. 그래서 1층에는 과거를 짐작케 하는 흔적을 남겨 이곳저곳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도 했다. 물론 마냥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탐미헌은 층별로 ‘임대·작업실’, ‘사무실’, ‘주택’으로 새롭게 조닝했다. 그중 기존 1층 두 세대를 하나로 합친 사무공간은 라운지와 작업실, 샘플실 그리고 회의실로 구성했고, 2층 주거공간은 단열 등을 보강하면서 동선과 일조 등 환경에 맞춰 실 위치를 조정하고 기존 붙박이 가구를 해체 후 새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공간에 변화를 줬다.

1년간 고쳤지만, 아직 이 집은 ‘리모델링 중’이다. 멀지 않은 때에 외관 공사도 준비하고 있다. 최 소장은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동네 갤러리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갓고다건축사사무소’의 갓고다는 ‘가꾸다’는 의미라는 두 소장의 설명. 그 이름처럼 아름다움을 찾는 탐미헌은 건축가의 ‘가꿈’으로 무럭무럭 성장 중이다.


무심한듯 벽에 기대어놓은 최 소장의 그림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서재는 기존 가구 중 책장으로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해 만들었다.

PLAN

건축가가 전하는 <갤러리 하우스 포인트>

“우리나라에서는 ‘화이트 큐브’형 갤러리에 익숙해서, ‘그림을 거는 공간이라면 온통 하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벽이 하얗게 되면 공간을 사라지고 그림 ‘만’ 돋보일 수 있어요. 오히려 그림이 공간을 좁아보이게 만들 수 있지요. 유럽의 박물관이나 갤러리처럼 벽에 색을 강하게 주고, 그 색과 어울리는 그림, 또는 보색인 그림 그리고 그림 하나보다는 다양한 크기의 그림을 조화시키면 전체적인 인테리어 안에서 공간과 그림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요리를 좋아해 주방은 넉넉한 사이즈로 만들었다. 여기에 갑갑함을 덜어내기 위해 현관에서 보는 방향에는 상부장을 덜어냈다.


현관 바닥타일은 사무공간에 쓰인 타일의 재고를 해소하면서, 두 공간 사이의 연결점을 드러낸다.


숙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정리한 안방. / 옛 옥탑방 자리에는 드레스룸을 둬 방치하지 않고 동선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계단은 평탄화 작업을 줄이고자 타일 대신 플로어 페인트로 마감했다.


기초적인 상담이나 업무상 지인과 가볍게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기 좋은 라운지. 자기 주장이 강한 컬러의 외벽에는 그에 맞춰 고른 최 소장 자신의 작품과 부모님 소장 작품을 걸었다.

HOUSE’S HISTORY


A 현관의 단차_ 옛집에서도 이곳은 현관이어서 자연스럽게 단차가 생겼다. 단차를 메우지 않은 것은 옛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건축물 하중을 늘리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1층 사무공간 내에 옛 세대가 나뉘는 부분에도 단차가 남아있다.

B 배관의 흔적_ 이전 집은 1층에 두 세대가 자리했고, 면적이 좁아 주방이 현관 바로 옆에 있었다. 때문에 가스 배관과 싱크대 배관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런 배관들은 다른 가구로 가볍게 가리거나 간단한 장식품을 걸어놓는 요소로 쓰이고 있다.

C 유리블록_ 옆집 방향으로 난 창문은 리모델링 후에는 차면시설로 막아야 했다. 창문을 열어 일부 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미관상 크게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적용한 유리블록은 차면 역할은 하되, 독특한 질감과 옆집 정원의 초록 느낌은 안으로 들이는 역할을 한다.

D 천장이 있던 자리_ 1층 벽의 천장 가까이에 벽돌이 노출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러 연출한 부분이라기보다는 이전에는 천장막이 공사를 했던 부분을 걷어내면서 드러난 부분이다. 노출된 다른 콘크리트 면과 함께 여러 번 발수 코팅이 이뤄졌다.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6월호 / Vol.26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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