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와 함께하는 1인용 리모델링 하우스
성북동 미묘한가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구옥은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따사로운 집이 되었다. 집이 가진 원천을 최대한 활용해 실내 활동 공간을 확보하고, 충분한 단열과 채광 계획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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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래) 주변 집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리기 위해 지붕재는 주변 건축물의 외장 색상과 유사한 진회색의 금속마감을 적용하고, 외장재도 골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질감과 흡사한 스터코 마감으로 진행했다. |
DIAGRAM
1인 가구이며, 공예 작가이고, 3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할 집
자연이 함께하는 고즈넉한 성북동 동네,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주택들 사이에 작은 집을 샀다. 그리고 약 5년이 흘렀다. 건축주는 지금의 집을 마주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전했다. 집을 매입한 후, 주택이 도로에 접해 있지 않아 신축 허가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난관 앞에 시간을 보내던 중, 지자체로부터 빈집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여러 경로로 항의해 보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그때, 건축주의 친언니로부터 대수선을 진행한다면 본인이 세입자로 들어오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제안받았다고 한다.
석축이 올라가 있는 뒷마당 쪽으로 문과 창문을 열어 외부와의 연결성을 높였다. 고양이들이 산책하거나 앉아서 쉬기 좋아하는 장소다. |
현관 쪽 거실 끝에는 독립된 서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매우 까다로운 조건의 집이었지만, 입주자가 특정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명확하고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세울 수 있었다. 예비 입주자는 1인 가구이며 네베르스로이드(자작나무껍질) 공예 작가이고, 책을 사랑하며 고양이를 키울 예정이었다. 또한 단열에 대한 걱정과 채광 확보에 대한 요구 사항이 있었다. 건축주는 친언니의 가전과 가구 리스트, 치수까지 디테일하게 정리해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했다. 1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친 후 동네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입주자의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춰진 집, ‘미묘한가’가 빚어지게 되었다. 고양이와 사람의 발걸음을 모두 배려한 계단, 3m에 가까운 벽을 활용한 책장, 햇빛을 끌어들이는 천창까지. 건축주 가족은 종종 언니의 집에 방문해 주택 생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함께 즐긴다고 한다.
SECTION
건축주가 제공한 반려묘 사진 |
천창으로 들어온 빛은 거실 양옆의 창과 시각적으로 순환하며 트인 공간감을 만들어 준다. |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대지면적 : 53㎡(16.03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다락 거주인원 : 1명+반려묘 3마리
건축면적 : 30.02㎡(9.08평) 연면적 : 30.02㎡(9.08평)
건폐율 : 56.64% 용적률 : 56.64% 최고높이 : 5.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기존 건축물 기초) / 지상 –벽, 지붕 : 경골목구조
단열재 : 외벽 – 그라스울 R24 + 외단열 / 지붕 –그라스울 R38
외부마감재 :외벽 – 테라코 외단열 뿜칠 미장 (테라코 플랙시택스 노말) /
지붕 – 거멀접기, 럭스틸 PC11D
창호재 : KCC PVC 시스템창, 39mm 로이 3중 유리 / 천장 –벨룩스 VS C04 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석 : 마천석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AnLstudio 건축사사무소
현관 복도 벽 옆으로 구성된 기다랗고 높은 서재 공간. 천장 끝까지 책장을 설치해 다용도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왼쪽)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디딤판을 지그재그 형식으로 설치해 사람과 고양이의 발걸음을 모두 고려했다. 앉아서 뒷마당을 내다보는 벤치의 역할도 한다. (오른쪽) 세탁실을 지나 집의 가장 안쪽에 욕실이 위치한다. |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전략
AnLstudio(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는 처음 현장의 모습을 회상하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폐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축주가 대지와 건축물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예산과 설계의 방향, 그리고 대수선의 목표를 분명하게 의뢰해 왔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목표일 수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물대장상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변경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인 생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건축사사무소는 기존 벽체의 외벽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경량목구조로 변경하면서 구조와 단열의 두께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외단열 마감 시스템을 적용해 최선의 단열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차량이나 장비가 진입할 수 없는 조건에서 부분적인 해체와 주요 구조부의 교체는 모두 사람이 운반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해야 했고, 이는 경량목구조를 적용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무너진 지붕 구조의 형태를 조절하고, 대지의 경사를 활용해 기존 건물의 레벨을 낮추는 방법으로 건축물의 높이 증가 없이 공간의 부피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천장 –서울벽지 지정 PVC벽지 마감 / 바닥 – 2L컴퍼니 지정 자기질 타일 /
다락 –구정 강마루 캐네디언 메이플
욕실 및 주방 타일 : 욕조 - 2L컴퍼니 지정 모자이크 타일 / 바닥, 벽 –2L컴퍼니 지정 자기질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지정 기기 주방 가구 : 이케아
조명 : 인투조명 메이플 계단재, 난간 :24mm 물푸레나무 집성판
현관문 : 금강 방화문 중문 : 현장제작 방문 : ABS 도어(지정필름)
수납장 : 물푸레나무 집성판 수납장, CORE 합판 책장
다락의 침실 공간. 낮은 파티션으로 침대를 분리시켜 주었다. |
다락에서 내려다 본 거실 및 주방. 욕실과 현관 등 구분되어야 하는 공간의 배치를 고정한 후 일상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실내 구조를 계획했다. |
건축가 안기현, 신민재 : Anlstudio 건축사사무소
2016년 젊은건축가상, 2019년 서울시건축가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며 서울과 지역 도시의 우수한 도심주택을 다수 계획하였다. 또한 목조건축대전과 리모델링건축대전 수상 등으로 다양한 구조와 리모델링까지 폭넓은 설계를 지향하며 현대 한국사회의 다원화하는 주택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02-720-2012 | www.anlstudio.com
기획_조재희 | 사진_진효숙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0월호 / Vol.29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