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의 삼원칙
[김국현의 만평줌] 제1화
나처럼 근 20년간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살아버린 이들도 혹하게 할 것인지 신경 쓰이는 법이다. 매장을 둘러본다고 소비자의 심리 변화가 파악되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적어도 시각을 보기 위해 시계가 탐난 이들은 아니라는 점만은 알 수 있다. 이 적잖은 가격의 액세서리를 사기 위해 각자의 마음을 나름의 논리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제각각의 논리 중 설득력이 있는 것 세가지가 있다.
① 더 쾌적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알림
스마트폰이 PC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알림(노티)이다. 우리는 바로 이 알림을 통해 다시 접속당해 빨려 들어가는 만큼, 더 빠르고 쾌적하게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차별점이다.
폰을 가방에 넣어 두거나 책상에 잠시 올려놓고 복도에 나와서 알림을 놓치는 일도 사라진다.
② 나를 측정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 부여
현재 가장 활발한 웨어러블 산업 분야는 신체 측정과 관련되어 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내 몸에 붙은 센서 들이 측정해 이를 클라우드에 보내는 것. 각종 ‘밴드’류 들은 그렇게 시장을 만들었고, 이를 스마트 워치가 완성하려 하고 있다. 내가 오늘 몇보나 걸었는지, 칼로리는 얼마나 소모했는지, 몇 km가 움직였는지, 심박수는 어땠는지 눈에 보인다.
지금처럼 방탕하고 게으르게 살다가는 병에 걸릴 것이라는 자각을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③ 타인의 “어?!”하는 눈빛을 즐길 수 있다.
사람의 손목은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곳이기도 한다. 스마트 워치는 액정 탓인지는 몰라도 여느 시계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여명기에 불과하기에 훌륭한 화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애플워치처럼 가격이 조금 나가는 제품이면 명품을 착용했다 스스로를 설득하며 자신감을 증폭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 보는 편도 좋다.
① 나에게는 알림을 놓칠 자유가 있다.
② 나를 지나치게 측정하며 나에게 집착하지 않는 대범함이 곧 자유.
③ 나의 패션이 브랜드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하지 않는 자유로움.
그렇다. 자유다.
이 자유의 삼원칙을 암송하면 매장에서 구경만하고 늠름하게 걸어 나올 수 있다.
물론 새로운 앱이 등장하여 이 이외의 결정적 설득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바닥의 재미. 허나 아직 그런 앱은 등장하지 않았고 그 미지의 앱이 등장할 즈음이면 새로운 워치 아니면 전혀 새로운 웨어러블이 등장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