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난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
7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문제의 게시글을 올린 글쓴이에 따르면 본인과 직장 동료가 한 골프존 스크린골프 매장을 찾았고, ‘G투어’로 세팅 후 플레이를 하였는데 본인과 다른 사람 난이도가 P(프로)로 낮아진 것을 발견했고, 이후 시간이 지나 한 사람의 난이도가 A(아마)로 다시 한 단계 낮아진 것을 발견했다. 골프존 스크린골프 난이도는 G투어, 프로, 아마추어 순으로 낮아지는데, 업장이 고객의 허락을 받지 않고 멋대로 난이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함께 간 사람이 술에 취해 플레이가 지연되자 업장이 난이도를 조절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해당 게시글 댓글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이후 9월에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이 다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글쓴이 본인과 일행이 대구의 한 스크린골프장에 방문하여 G투어 난이도를 설정하고 게임을 즐기던 중 난이도가 프로로 낮아진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후 퍼팅 도움 라인까지도 바뀐 것을 발견하고는 업장의 조작을 의심하여 주인과 말다툼을 벌였다. 글쓴이가 게임 설정 변경에 대해 따지자 점장은 게임 속도가 느려 바꾸었다고 답했으며, 이에 화가 난 글쓴이가 서비스 비용을 전액 지불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자 점장도 거칠게 답변하는 등, 큰 언쟁으로 번졌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이 두 개의 게시글은 모두 사실일까? 정말 스크린골프 매장에서 난이도를 조작하여 고객을 불편하게 만든 사실이 있을까?
7월에 올라온 글은 지금으로선 정확히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9월에 올라온 게시글은 거의 사실로 밝혀진 분위기다. 골프존 측에서 해당 ‘난이도 조작’ 논란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9월 13일, 골프존 관계자는 9월 발생한 난이도 조작 논란에 대해 “사건 확인 즉시 가맹점 점주에게 주의를 내리고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즉 해당 사건이 벌어진 가게가 상대적으로 모기업의 영향력이 큰 가맹점 중 하나였으며, 이에 골프존이 나서 사실 확인 후 실체가 있는 사건으로 파악하고 주의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골프존 측에서는 가맹점주와 비가맹점주 모두 자영업자라 사측에서 개별적으로 통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결국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먼저 해당 논란에 대한 골프존의 해명은 분명 일리 있다. 올해 8월 기준 골프존 일반 매장은 3,390개, 가맹점 숫자도 2,080개에 달한다. 가맹점은 ‘골프존 파크’라는 상호명을 쓰며, 일반 매장은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기기 구매비 외 별도 이용료를 내지 않기에 골프존 상호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수많은 가맹점과 일반 매장이 존재하며, 아무리 프랜차이즈 관리를 철저히 해도 5천 개가 넘는 가게를 철저히 체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천 개의 가게에서 벌어지는 매 경기를 실시간으로 조사하며 조작 여부를 점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사전에 교육을 철저히 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 대처를 철저히 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리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논란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모든 스포츠와 게임에서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인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자,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동네마다 오락실이 들어서고 문방구 앞마다 오락기가 깔렸던 8~90년대 당시 점주들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난이도 조작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행동을 했다. 게임 난이도를 ‘기본’으로 맞추는 게 아니라 높일 수 있는 만큼 높여 많은 아이들이 속칭 ‘빨리 죽게’ 만들었다. 게임이 어려운 만큼 아이들이 오락기에 100원이라도 더 많이 넣거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불합리한 행위로 비칠 수 있지만, 8~90년대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용자 사이에 이러한 실상이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알려졌다 해도 이런 행위가 ‘비윤리적이다’는 인식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무엇보다 스크린골프 이용자는 돈을 낸 만큼 본인이 원하는 난이도를 맞추고, 그에 따라 시스템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게 상식이다. 업장에서 고객 허락 없이 난이도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건 이용자로서는 말 그대로 ‘조작’이나 ‘사기’를 당한 기분일 수밖에 없다.
점주 입장에서는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용자가 낮은 난이도로 빨리빨리 게임을 마치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점주의 입장을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심지어 소비자의 허락 없이 난이도를 ‘조작’하는 건, 비윤리적이고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일이다. 이러한 ‘눈가리고 아웅’이 들키지 않고 오래갈 리도 없고, 논란이 커지면 결국 소비자들이 문제가 된 스크린골프장은 물론 스크린골프 전체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로 말미암은 최대 피해자는 각 스크린골프 업장, 나아가 스크린골프 업계 전체가 될 테니 말이다.
다행히 스크린골프 난이도 조작 문제는 아직 소수의 몇몇 매장에 국한된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스크린골프의 주 이용자인 MZ세대는 ‘조작’을 극히 혐오하며, 조작을 감지하고 밝혀내며, 또 이를 퍼뜨리는 데 망설임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이러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스크린골프 업계의 자정이 필요한 때다.
GJ 글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