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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홀 지름 6mm가 몰고 온 큰 파동

최근 KPGA 2부 대회인 스릭슨 투어 1차 예선전이 홀 지름이 규정보다 6mm 커서 대회 중간에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6mm 정도 큰 것이 대회를 취소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를 면적으로 계산하면 엄청나다.


지난 3월 20일 충청도 소재 A골프장에서 열린 KPGA 2부 대회인 스릭슨 투어 1차 예선전이 대회 중간에 취소되는 심각한 일이 있었다. 오래전 KPGA 1부 투어 대회 도중 특정 홀이 까다로운 위치에 있어 진행이 너무 늦어지자 홀의 위치를 바꾸어 그 라운드가 취소가 된 이후 홀 문제로 야기된 두 번째 사고다.

규정보다 6mm 큰 홀 지름

골프장 코스의 홀은 130여 년 전인 1891년 R&A에서 지름 108mm, 깊이는 101.6mm, 원통은 지면으로부터 최소 25mm 아래로 묻어야 한다고 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취소된 대회의 홀 지름은 114mm로 규정보다 6mm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 지름이 그깟 6mm 정도 큰 것이 대회를 취소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를 면적으로 계산하면 엄청나다. 108mm 지름의 홀 면적은 9,156㎟, 114mm 지름의 홀 면적은 10,202㎟ 로 무려 12% 정도나 늘어난다. 공을 홀에 넣었을 때 최종 스코어로 인정되는 골프에서 규정보다 홀을 크게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평소에 홀을 15mm 나 크게 늘려 (면적 11,876㎟) 운영해온 골프장도 있다는데 이는 면적을 무려 20% 정도나 키운 것이다. 그동안 이렇게 세팅된 골프장에서 라운드 하다 홀인원 한 골퍼가 보험금을 탔다면 이는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사기의 주범은 골프장이고 그것도 모른 채 홀인원 보험금을 탄 골퍼는 본의 아니게 공범이 된 셈이다. 

프로골프협회와 경기위원의 문제


일부에서는 대회 경기위원들이 책무를 게을리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협회가 운영에 관한 세부적인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경기위원들에게 시합 전 점검하도록 했다면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이런 망신살을 초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슴에 큰 휘장이 달린 재킷과 큼지막한 협회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골프장 이곳저곳을 누비는 것으로 경기위원들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나 여건이 아무리 좋지 않다 하더라도 프로골프대회 경기위원이라면 나름의 자부심과 프로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골프장의 문제

한편 협회나 경기위원들의 잘못보다 대회장을 준비한 골프장에 더 큰 문제와 책임이 있다는 여론도 드세다. 이번 시합을 치른 대회장은 국내 최대 골프장 운영사인 A그룹 계열 골프장이다. 이 그룹은 국내 7개 골프장, 225홀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골프장을 운영 중인 골프 대기업이다.


최근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까지 인수한 시점에 맞춰 그룹의 이름을 변경하며 “골퍼들의 즐거움을 더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골프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홈페이지 첫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 문장을 “골퍼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해 홀컵의 지름을 늘려 홀인을 쉽게 하고 앞으로 이를 우리나라 골프의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바꿔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골프장 기업의 면모답게 우리나라 골프 발전을 선도해야 할 사회적 의무도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한심한 사태가 계열 골프장에서 발생했으니 그냥 모른 척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사과하고 향후 바른 골프문화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플레이 속도를 위한 변칙 운영

많은 골프장이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 늘어난 내장객들의 플레이를 빨리 진행시켜 한 팀이라도 더 받고자 규정보다 홀을 크게 만들어 운영했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흰색말뚝의 OB 구역을 대부분 빨간 말뚝의 페널티 구역으로 바꾸어, 잘못친 샷을 그 자리가 아닌 특설 티에서 플레이하도록 해온 것으로도 양에 안 차 급기야 홀의 크기까지 키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수익에 눈이 멀어 그린피를 올리고, 납득할 수 없이 높은 금액의 카트비를 받고, 시중보다 몇 배나 비싼 식음료 값을 받으면서도 얼마나 더 벌려고 골프의 기본 규정조차 무시하는 행태를 해왔는지 분노가 치민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골프장은 프로골프대회라는 것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늘 하던 대로 그동안 사용해온 6mm 큰 장비로 홀을 만들었을 것이다. 골프에서 홀의 크기를 크게 한 것은 골이 많이 나오도록 축구 골대의 크기를 키우거나, 3점 슛이 더 많이 나오도록 농구 골대의 링 지름을 늘린 것과 마찬가지다. 사격이나 양궁에서 10점 구역을 지금보다 20% 확대한다면 퍼펙트 만점이 수두룩하게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관전하는 긴장감이 지금보다 훨씬 반감돼 인기 또한 그만큼 떨어질지도 모른다.

변화를 기대하며

골프 강국이라 자부해온 우리나라는 지난 3년 동안 골프장들의 오만한 경영 태도와 고객들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는 횡포로 오직 수익에만 몰두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많은 젊은 골퍼들이 이탈하고, 국내의 비싼 골프비용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는 골퍼들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파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던 내장객 수가 그 세를 멈춰 2022년엔 2021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란 통계가 나왔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올해는 내장객이 오히려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어 골프장 전성시대는 서서히 기울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객을 도외시하며 기본적인 상도의를 무시한 채 자기네들 주머니 채우는 일이라면 규정까지 무시해버리는 꼼수 골프장들은 상황이 반전되면 골퍼들이 먼저 외면하리라 본다. 


이제부터라도 연간 5,000만명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가 된 골프를 골프장들이 앞장서서 모독하는 일이 두 번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6mm 파동이 우리나라 골프계가 바르게 발전하는 큰 변화를 몰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GJ 박한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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