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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가구

세월과 바람과 비를 견디며 깊이를 담고 사람들의 손을 타며 온기를 품은 목재들은 바다를 건너 새로운 사람들의 생활에 새로운 모습으로 스며들었다. 디자인 그룹 Matter & Matter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이나 배 등을 해체해 그 나무로 가구를 만든다. 다른 시간과 공간의 스토리를 담은 가구는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사람과의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가구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가구

Matter & Matter / 미국 산업디자인 회사 Teague, 모토로라 그리고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일하던 이석우와 송봉규가 만든 산업디자인 컨설팅 회사 SWBK(www.swbk.com)에서 만드는 빈티지 가구 브랜드로, 2011년 첫 론칭하였다. 아름다우면서 합리적이고 진정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현하려 한다. www.matterandmatter.com

 

matter & matter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디자이너로서 가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의자를 디자인하면서 제조 회사와 얘기하다가 인도네시아에서 쓰이는 헌 목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헌 목재뿐 아니라 새 목재들의 샘플도 받아보았는데 헌 목재가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그래서 직접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소재를 경험하고 검토하며 컬렉션을 진행하였다. 인도네시아에 가서 샘플을 만들었고 2011년 리빙페어 때 론칭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브랜드화하려고 한 건 아니었고 디자인을 해서 샘플을 만들었는데 반응이라도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헌 목재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나

 

일단 나무의 질 자체가 다르다. 집으로써 비도 맞고 햇빛도 받고 바람도 맞고 하면서 엄청난 시간을 견뎌왔기 때문에 단단해질대로 단단해져서 물성 자체가 좋다. 색이나 디자인 등 외형적인 것도 가치가 크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것과 똑같은 ‘티크(Teak)’ 나무만 비교해 봐도 그 깊이가 새나무와 큰 차이가 난다. 훨씬 깊다. 게다가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집을 이루고 있었던 나무를 재활용한다는 것은 곧 그 나무의 회생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번째 삶을 산다는 좋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역사를 보면 ‘고재’라고 해서 집 서까래에 썼던 나무를 가구로 쓰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나무는 깊이가 다르다. 보통 나무는 처음에 껍질을 까면 흰색이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안에 있던 습기가 다 빠지고 점점 산화되기도 하면서 겉에서부터 속까지 색이 점점 깊어진다. 새나무를 잘라서는 나올 수 없는 느낌이다. 세월이나 표면의 빈티지한 텍스처가 풍부한데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현지 공장에서는 소재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별도의 후가공이나 처리 없이 100% 수공정으로 진행된다. 오더가 크게 들어가는 경우 QC(퀄리티 콘트롤)를 수시로 가서 확인한다. 또한 분기별로 새로운 컬렉션 작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과 가구 개발을 위한 협업을 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모두 한국의 오피스에서 하고 있다.

 

친환경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친환경을 추구한다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게 친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새것보다 오래된 것, 폴리싱된 것보다는 서툴지만 사람의 숨결이 깃든 것을 원하기 때문에 빈티지를 좋아한다고 본다. 대량생산에 지쳐가면서 홈메이드 등이 유행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우리가 이런 소재를 택한 것도 이러한 현 시대의 필요에 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빈티지 소재 자체가 미와 가능성을 갖고 있고 그게 쿨해 보이는 시대가 된 것 같다.

 

Matter는 사전에서 찾으면 material의 가장 상위개념으로, 물질의 근원을 뜻한다. Matter & Matter에서 콘셉트로 잡은 물성이 바로 오래된 폐목재이며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그런 재료에 투영되어 나온 것이다.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가구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담은 가구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과 트럭, 바닷물에 오랜 시간 담가져 있던 나무나 어선을 해체하여 얻은 Bucas Rumah, Mixed Puso & Pulau, Klimantan, Jack-Fruit 등의 나무를 현지에서 재공정 과정을 거쳐 Matter & Matter의 가구로 새롭게 만든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형적 관점이 있다. 가구디자이너들의 작업 과정과 좀 다르다.

 

우리는 10만 개, 100만 개 찍는 대량생산을 하던 사람들이라 CAD를 통해 3D 가상으로 완벽하게 검토를 하고 모델별로 뽑아본다. 산업디자인의 관점에서 가구를 만들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하다. 예를 들어 테이블 다리를 보면 앞쪽은 플랫하고 뒤쪽은 말려들어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림자가 다르다. 안쪽에는 말려들어가서 blurr가 되고 바깥쪽의 빛이 들어오는 곳에는 엣지가 진다. 이런 디테일 같은 장치가 가구마다 다 있다. 상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우리만의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표출한다.

 

사람들이 늘 심플하고 여성스럽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단순하게 보일 뿐이지 사실 구조는 아주 복잡하다. 단순해 보이는 라운드에도 우리만의 디자인 언어가 있다. 단순히 스타일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철학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사이즈인지에서부터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철학이 담긴다. 구조적으로도 안 보이는 데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

 

디자인 컨설팅과 가구 브랜드의 비중은 어떻게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하고 있는 컨설팅과 브랜드 둘 다 중요하다. 가구 브랜드 덕분에 공간디자인도 하게 되었다. 또 컨설팅을 하며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얻는 아이디어도 많은데 그런 것을 브랜드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가구는 당장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우리 조직의 DNA로써, 창의력을 표출하는 의미로써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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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mall Leg Tea Table

Old Teak 수종인 Bucas rumah으로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만드는 기둥이나 마루로 사용되는 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고재’라고 불린다. 몇 십 년 간 집의 기둥으로 사용된 후에 다시 의자나 테이블의 소재로 활용된다. 천연오일 후가공을 하면 고유의 티크 광택과 함께 묵직한 원목의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소재다.

 

2. Unit Lounge Chair

페인트가 남아 있는 에디션은 갤러리나 페어에서 전시를 위주로 하고 있다. 열 개 받으면 그중에 패턴이 괜찮은 건 한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3. Origami 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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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tangular Leg Table

트럭의 상판을 뜯어내어 별도의 후가공 없이 만든 에디션. 자연스러운 못 자국과 구멍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에디션으로 갤러리나 페어에서 전시를 위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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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 Stool

트럭에 사용된 Puso라는 소재와 배의 소재인 Pulau를 섞어 만들었다. 두 소재를 섞으면 강도와 가공성 면에서 탁월해진다. 또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컬러로 페인트칠과 번지기를 반복하면서 독특한 컬러감을 갖게 되었다.

 

조창원 /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LCC)에서 출판을 공부한 뒤 단행본 편집자로 일하다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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