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하지만 뾰족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그림 같은 대화
이 책은 치열하게 삶과 직면하고 또 좌절하며 그렇게 그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담담하지만 뾰족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시작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쉬이 만날 수 있는 분도 있었고 생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분도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금 와 생각하니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절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우로 현재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현재의 귀함을 잘 알고 있었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 흘렀습니다. 과거의 경험들과 깨달음들은 결국 현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절대 현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제게 알려 주었습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들과의 대화. 제가 그러했듯 여러분께서도 이들과의 대화에서 삶에 대한 통찰과 새로운 관점 그리고 희망의 출구들을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002 인생의 맛에 대해
맛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급식보다는 스스로 먹고 싶은 걸 먹을 때 더 행복한 것처럼 말이죠.
#039 순환에 대해
이건 제가 다시 슬럼프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야기예요. 순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정확히는 비에 관한 이야기였죠.
……
떨어지는 비가 그 떨어짐을 비관만 하고 있다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순 없다. 하지만, 그 비가 스며듦의 길을 택하고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고 나아간다면 반드시 바다로 나아가게 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야기였어요.
……
그날로 담배를 끊었죠.
#060 때에 대해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건 겸손해서라기보다 때를 알기 때문입니다. 땅으로 돌아가야 할 때, 줄기로부터 떠나야 할 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064 뒷모습에 대해
이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면 당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몰래 한번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무의식중에 나오는 사람의 뒷모습은 많은 말을 해주거든요.
……
보면 뭔가 느껴질 거예요. ‘아~ 이 사람이구나’ 아니면 ‘어? 이 느낌은 뭐지?’ 하는.
#072 우아함에 대해
우아함이란 그 행함의 동작이 극히 간결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번복이 없는 행위. 마치 자연의 모든 동작들이 그러하듯 말이죠.
#114 끈다는 것에 대해
전기료를 아끼려면 불필요하게 켜진 전등을 꺼야 하는 것처럼,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불필요하게 쓰고 있는 신경들을 하나씩 끄며 사는 것이 좋습니다.
……
불필요한 곳에 신경을 끄면 그 에너지들이 모이게 되고 그 에너지들이 바로 내일의 문을 열 수 있는 키가 되니까요.
- 위 글은 책 『담담한 하지만 뾰족한』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글. 박재규
그림. 수명
정리. 이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