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썰라이크 '레포' 성공 비결 "도전, 그리고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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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혜성 같이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인디게임이 있다. 바로 'R.E.P.O(이하 레포)'라는 신작이다. 타이틀명은 '회수(Retrieve)', '추출(Extract)', 이윤(Profit), 그리고 '작업(Operation)'의 약자로 게임을 좀 해봤다면 장르를 눈치챌 수 있다.
바로 '아이템을 회수하고, 추출해 할당량을 채워 이윤을 남기는' 리썰라이크 게임이다. 게임을 5분만 즐겨봐도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에서 원조 게임인 '리썰컴퍼니'의 맛이 잔뜩 묻어난다.
원조의 맛과 똑같다면 2025년에서 와서 이 정도의 인기를 보이진 못했을 것이다. 레포는 출시 후 최고 동시 접속자 14만 5500명을 돌파할 정도다. 평가도 매우 뛰어나다. 1만 8700명 이상이 리뷰를 남겼고, 그 가운데 96%가 긍정표를 던져 '압도적으로 긍정적' 등급이다.
레포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리썰라이크와는 다른 차별점이 명확한 덕분이다. 차별점은 확실하지만, 장르적인 특색은 그대로 간직해 익숙함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 - 출시 후 최고 동접자 수 14만 명을 돌파했다 (출처 : 스팀 차트) |
■ 챌린지 성향이 강한 리썰라이크
![]() - 스테이지 레벨을 하나씩 올려가는 챌린지적인 성향이 강한 레포 |
레포는 리썰라이크의 문법을 따른다. 최대 6명이 한 팀을 이뤄 함께 공포스러운 지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회수 및 판매해 할당량을 달성하며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하나의 맵에 등장하는 체크 포인트도 늘어나 전략적인 움직임이 중요해진다.
기존 리썰라이크와의 차이가 있다면 게임이 보다 '챌린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할당량을 채우며 더 높은 레벨로 올가가는 것이 게임의 주된 목표다. 팀원이 모두 사망하면 다시 레벨1부터 다시 도전해야 한다. 세션 저장 기능도 없다.
원조인 '리썰컴퍼니'를 비롯한 각종 파생작들이 상황 자체가 가져다 주는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에 포커스를 맞춘 전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레포가 전자의 영역을 버린 것은 아니다.
도전적인 성향을 가진 유저들을 위해 시스템적인 장치를 추가했을 뿐이다. 가볍게 즐기기에도 매우 적합하다. 협동으로 레벨을 올라가는 맛도 있지만, 무엇보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기만 해도 즐거운 리썰라이크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다.
![]() - 아이템의 가치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팀원이 합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
레포의 핵심 메커니즘은 '중력'이다. 게임 속 플레이어의 분신인 깡통 로봇에는 물체를 집어 올리거나 던질 수 있는 중력 레이저가 장착돼 있다. 이를 이용해 물건을 회수하거나 문을 열고, 괴물과 싸워야 한다. 물리 엔진은 참으로 재미져 들어올린 사물이 가만히 있질 못하고 사방으로 흔들린다.
물건 회수의 재미난 포인트가 있는데, 아이템이 벽이나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가치가 조금씩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유리 같이 깨지기 쉬운 아이템은 한 번에 모든 가치를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방으로 흔들리는 중력 레이저의 특성과 만나 재밌는 장면을 연출한다. 나름의 컨트롤 요소로도 작용한다.
어떤 아이템은 매우 거대하고 무거워 혼자 옮기기 벅차다. 혼자 들고 가려다가 여기저기 부딪혀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팀원과 함께 물체를 옮기면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인원이 모이니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이 때 전략적인 움직임이 레벨을 올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가령, 무거운 아이템을 애써 옮기지 말고, 아이템과 가까운 체크 포인트가 열렸을 때 빠르게 옮기는 등의 요령이 있다. 이처럼 맵 안의 아이템을 적절하게 분배해 담고, 팀원과 합심해 아이템을 회수하는 과정은 기존 리썰라이크에 비해 훨씬 전략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
![]() - 아무렇게나 끌고가면 여기저기 부딪혀 가치가 급락한다 |
■ 장르 특유의 '상황이 주는 재미'는 여전하다
![]() - 도전도 도전이지만, 친구 놀리는 맛에 리썰라이크를 하게 되는 법이다 |
레포는 여타 리썰라이크 게임보다 유저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포맷이지만, 장르가 가진 '상황이 주는 재미'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가볍게 즐기기 매우 좋은 이유가 이 덕분이다.
앞서 언급한 독특한 물리 엔진을 가진 중력 레이저가 대표적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웃음 포인트이지만, 아군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킥'으로 작용한다. 잘만 이용하면 온갖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대비되는 공포스러운 기괴한 분위기와 사운드,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들은 장르의 특색이자 인기 비결이다. 이런 요소들이 한 데 어우러지며 좌충우돌 재밌는 상황이 발생한다.
괴물들 역시 다양한 기믹을 갖고 있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사망할 수 있다. 특히 공략을 모르는 초반에는 더 그렇다. 유저를 끌어들여 죽이는 괴인이나 소리를 내면 쫓아오는 괴상한 크리쳐 등 재밌는 게 많다.
![]() -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공포스러움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도 리썰라이크의 특징이다 |
이를 이용해 주변 친구들을 놀래키는 장난을 치거나 귀신을 역으로 유인해 동료를 암살하는 등 다양한 트롤 플레이도 가능하다. 카테고리는 공포지만, 여타 리썰라이크와 마찬가지로 공포게임이 아닌 개그게임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레포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아레나도 있다. 모든 팀원이 스테이지에서 사망해 게임오버가 됐을 때 '루저의 아레나'라는 게 시작되고, 좁은 링 안에서 배틀 로얄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몽둥이, 칼, 무중력 오브 등 독특한 아이템이 떨어져 있고, 이 중 하나를 집어 싸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유저에게는 '킹 오브 루저'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다음 판 왕관이 씌워진다. 게임 오버의 아쉬움을 달래면서도 마지막까지도 장르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유지하는 셈이다.
![]() - 루저 중의 왕을 가리는 '루저의 아레나' |
최은상 기자 anews9413@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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