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들이 신선놀음 하며 먹었다는 최고급 양반 과일
날씨가 더워지고 흐르는 땀이 굵어질수록 생각나는 과일이 있습니다. 바로 수박인데요. 꽉 찬 냉장고에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수박 한 덩이를 넣어두고, 시원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새빨간 과육과 달큼하게 흘러내리는 과즙은 더위도 싹 잊게 만들죠. 지금은 너무나도 친근한 수박이 사실은 조선시대 왕도 먹기 힘든 귀한 과일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수박에 손을 댄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니!
그 옛날, 수박은 임금님 진상품 목록에 들어가는 귀한 존재였어요. 기록에 따르면 1441년 수박 한 통은 쌀 다섯 말과 맞먹는 가치가 있었죠. 쌀 다섯 말이면 온 가족이 며칠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니 평민들은 감히 수박을 넘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수박이 얼마나 귀했냐하면 세종대왕님도 수박에 손을 대는 자에겐 참지 않았어요. 세종 5년, 주방을 담당하던 내시가 수박을 훔치다 들키자 곤장 100대를 때리고 오지로 귀양을 보냈어요.
그 후 세종 12년, 수박 절도 사건이 한 번 더 발생하는데요. 물품을 관리하던 내시가 수박을 훔쳐 참형에 처하자는 얘기가 나왔답니다. 그런데 마침 수박이 썩은 거라 참형은 무르고, 곤장 80대와 얼굴에 '도둑'이라는 문신을 새기라는 벌이 내려졌죠. 세종대왕은 '벌이 과하다'라며 곤장 80대는 때리되, 문신은 면제해 주라고 명했어요. 도대체 수박이 뭐길래 큰 벌을 받을 걸 알면서도 임금님의 물건에 손을 댔던 걸까요?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 홍다구라는 인물이 개성에 처음 수박을 심었어요. 수박으로 큰돈을 벌기 위함이라고 짐작되는데요. 아프리카에서 물 건너 온 과일인 만큼 재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사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수박 재배가 어려워 양반 과일, 신선놀음하며 먹는 과일이라 불렸어요. 최근 들어 농사 기법이 발달하며 수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죠. 여름을 기다리게 만드는 대표 과일! 수박의 효능과 제대로 된 수박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알고 먹으면 더 맛나는 수박 이야기
수박은 7~8월이 제철로 한여름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미국에서도 7월은 전국 수박의 달로 불리는데요. 수박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멜론과 과일 중에 하나랍니다. 입에 달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수박은 입에도 달고 몸에도 좋은 매우 건강한 음식이에요. 적당량 섭취할 경우 건강상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어요.
"토마토에 리코펜이 많아 건강에 좋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리코펜은 과일이나 야채가 붉은색을 띠게 하는 강력한 카로티노이드 항산화제인데요.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토마토 1개와 수박 1컵을 비교했을 때 1.5배 더 많은 리코펜(토마토 1개 4mg, 수박 1컵 6mg)이 들어있답니다. 리코펜은 노화를 일으키는 주원인 중 하나인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 예방은 물론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줘요.
수박이 여름 과일로 적격인 이유 중 하나!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시원한 수박을 먹어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에요. 조선왕조 실록에는 태조 이성계의 화병을 수박으로 치료했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찬 성질을 가진 수박은 해열 효과가 있어 몸의 열을 내려주고, 더위를 먹었을 때 섭취하면 효과가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시트룰린'이라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몸속 노폐물 배출은 물론, 붓기 제거에 제격이랍니다.
수박을 먹을 때 가장 귀찮은 것이 씨를 발라내는 일이죠. 때문에 씨 없는 수박도 탄생했는데요. 사실 수박씨에는 "수박 한 통의 영양분이 그대로 들어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합니다. 철분과 아연, 단백질과 섬유질이 가득 들어있어요. 거기다 당뇨 환자에게도 좋은데요. 고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당뇨가 있으신 분들이 수박을 드시고 싶다면 씨앗까지 다 먹는 걸 추천드려요.
맛이 없어 버리는 수박 껍질도 알고 보면 영양학적으로 우수한데요. 과육보다 더 많은 시트룰린이 포함되어 있어요. 시트룰린은 수박을 의미하는 라틴어 "citrullus(수박 속)"에서 유래한 단어인데요.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은 소변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동맥 기능을 향상시켜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박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마트에 가서 여러 수박을 두드리다 보면 소리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좀 더 맑고 청명한 소리가 나는 수박일수록 맛있답니다.
수박의 배꼽이 작고, 검정 줄무늬가 뚜렷할수록 더 맛 좋은 수박이에요. 간혹 수박의 일부가 노랗게 익지 않거나 스크래치가 난 것들이 있는데요. 상품가치가 떨어질 뿐, 맛에는 전혀 영향이 없습니다.
수박 꼭지를 통해서도 수박 맛을 알 수 있어요. 수박 꼭지가 말라있는 것보다는 신선한 것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요즘 수박은 완숙을 시켜 출하해 후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여름 과일 수박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
여름 하면 수박, 수박하면 여름이죠. 여름이 제철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더운 여름에 유독 수박이 생각나는 이유는 수박의 수분 함량이 무려 91%나 되기 때문일 거예요. 달달한 수박을 먹으며 무더위에 지쳐 빠져나간 수분 보충과 뜨거운 햇빛으로 받은 자극을 진정시킬 수 있어요. 그럼 여름에 딱 어울리는 수박 레시피를 함께 알아볼까요?
수박 페타치즈 오이 샐러드
식전, 식후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수박 샐러드입니다. 수박 샐러드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지역에서는 수박과 페타 치즈로 만든 샐러드가 대중적이에요. 염소젖과 양젖으로 만든 그리스의 대표 치즈인데요. 치즈를 씹으면 부스러지는 식감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에요. 단짠이 진리인 것처럼 페타치즈와 수박의 조화도 환상이죠.
이 레시피의 장점 중 하나가 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수박과 오이 페타 치즈를 먹기 좋게 손질하고 드레싱을 해주면 끝이랍니다. 무더운 여름에 딱인 레시피죠? 뿐만 아니라 수박과 오이는 궁합이 잘 맞는 재료에요. 수박은 찬 성질로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데 오이와 함께 먹으면 탈수를 예방할 수 있어요.
우선 수박을 깨끗이 씻어주세요. 바나나를 씻어서 먹지 않듯이 껍질을 안 먹는 수박도 세척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수박은 꼭 씻어서 먹어야 합니다. 수박을 자를 때 껍질에 있던 미생물이 속으로 옮겨가면서 과육이 상하기 쉬운 상태로 변해요. 수박 표면에 베이킹 소다를 뿌리고 골고루 비벼준 뒤 깨끗한 물로 헹궈주면 됩니다.
수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세요.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좋은데요. 수박 1/4조각을 세워놓고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굵기로 썰어주세요. 평평해진 수박을 눕혀서 다시 한 입 크기로 잘라줍니다. 이제 껍질을 제거하고 일정한 두께로 자르면 끝! 간단하죠?
그다음은 오이를 손질할 차례에요. 오이를 반으로 갈라 숟가락을 이용해 씨를 제거해 주세요. 씨를 제거한 오이를 총총총 썰어주면 됩니다. 수박과 오이 손질을 마쳤다면 끝난 거나 다름없어요.
접시에 수박과 오이, 페타치즈를 담아주세요. 페타치즈는 손으로 가볍게 뭉개주면 이쁜 모양으로 부스러진답니다. 그 위에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뿌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줍니다. 그 위에 바질을 살포시 얹어주면 완성입니다.
수박 페타치즈 오이 샐러드는 무치자마자 먹는 게 좋아요. 수박 자체가 수분이 많기 때문에 했을 때 바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답니다. 레몬즙 대신 라임즙을 뿌려도 되고 바질 대신 민트나 고수처럼 취향에 맞게 커스텀 할 수 있어요.
최화정 표 수박 주스
출처OLIVE '밥블레스유' |
2년 전, 배우 최화정 씨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수박 레시피를 공개해 화제가 됐어요. 수박 주스를 맛본 김숙은 "이건 내가 알던 수박 주스가 아니다"라며 감탄했는데요.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주스인데 뭔가 다른 깊은 맛이 난다며 수박주스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재료를 추측했어요. 아몬드와 커피 등 여러 재료가 나왔는데요. 최화정 표 수박 주스의 진짜 비법은 '생강'이었어요.
달달한 수박과 알싸한 생강의 만남이라니. 상상이 되시나요? 우리가 흔히 먹는 수박주스는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맛인데요. 생강을 약간 첨가하면 살짝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수박주스로 재탄생합니다. 만드는 방법도 매우 쉽답니다.
재료가 참 소박하고 간단하죠? 시중에 파는 수박 주스는 대부분 설탕을 넣어 맛을 끌어올리는데요. 수박을 살짝 얼려서 사용하면 얼음을 쓸 필요 없이 진하고 맛있는 수박 주스를 먹을 수 있어요. 수박을 얼릴 공간과 시간이 없어도 괜찮아요. 얼음과 설탕의 도움을 조금 받으면 되거든요. 같이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처음부터 많은 양을 한 번에 넣고 갈면 잘 갈리지 않아요. 수박 주스를 만들 양의 20~30% 정도를 먼저 갈아서 물기를 만들어주는 게 좋아요. 믹서기를 사용해 수박을 갈 경우 믹서기의 80% 정도를 채우고 갈아주세요. 80%보다 넘어갈 경우 잘 갈리지 않을뿐더러 넘칠 우려도 있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수박씨에는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함께 가는 걸 추천드려요.
수박이 어느 정도 갈아졌다면 생강과 소금을 넣어주세요. 생강은 미리 다져진 걸 사용해도 되고, 통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포인트는 생강 껍질을 모두 제거하는 거예요. 음식을 먹다가 생강을 먹고 너무 강렬한 맛에 인상을 찌푸린 적 있다면 모두 '생강 껍질' 때문이거든요. 생강 1티스푼, 소금 한 꼬집 정도 넣는 걸 추천하며 취향에 맞게 양을 늘리거나 줄여도 됩니다.
짠! 최화정 표 수박 주스가 완성됐어요. 믹서기(도깨비방망이)와 수박, 생강, 소금으로 만드는 정말 간단하지만 고급 진 맛을 자랑해요. 여름철, 집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대접하기 딱 좋은 주스랍니다. 수박 주스를 만들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어요. 비타민이 열에 약하기 때문에 고속으로 오래갈 경우 영양소가 파괴가 일어나는데요. 너무 오랫동안 믹서기를 사용하는 건 좋지 않답니다.
믹서기가 필요 없는 수박 에이드
"수박 주스 너무 해먹고 싶은데 믹서기가 없네..."하며 아쉬운 분들을 위한 두 번째 레시피! 바로 믹서기가 필요 없는 수박 에이드입니다. 믹서기가 생략되었기 때문에 수박주스보다 만드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요.
재료도 심플 그 자체입니다. 수박과 탄산수, 레몬즙, 깻잎만 있으면 돼요. "깻잎 향이 싫다"하는 분들은 민트나 로즈메리 등 다른 허브 종류를 넣어도 무관해요. 이 레시피는 100% 수박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맛이 살짝 심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레몬즙과 깻잎처럼 향이 강한 식품을 함께 넣어 풍미를 돋우는 건데요. 이래도 뭔가 아쉽게 여겨진다면 설탕을 조금 넣는 것도 좋아요.
수박 에이드를 만들려면 우선 수박을 잘라야겠죠? 아까 수박 샐러드를 만들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수박을 잘라주시면 됩니다. 이제 거의 다 끝났습니다. 수박만 썰면 80%는 온 거예요. 컵에 수박을 먹을 만큼 담아주세요. 수박을 절반 이상 채우는 게 좋아요. 여기에 썰어둔 깻잎도 함께 담습니다.
수박과 깻잎을 담았다면 숟가락으로 살짝 으깨주세요. 수박의 과즙과 깻잎 향이 어우러져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어요. 어느 정도 수박을 으깼다면 얼음과 탄산수, 레몬즙을 차례로 넣습니다. 정해진 양은 없어요. 본인의 취향껏 넣으면 됩니다.
톡 쏘는 수박 에이드가 완성됐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수박 과즙이 우러나와 더욱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어요. 수박의 단맛이 부족할 경우엔 설탕이나 시럽을 조금 넣어서 맛있게 먹는 것도 좋습니다.
농사 기술이 발달해 사시사철 수박을 먹을 수 있지만! 무더운 여름, 땀 뻘뻘 흘리고 먹는 시원한 수박을 따라잡을 맛은 없어요. 달콤하고 수분감 넘치는 수박 한 조각으로 올여름 건강하게 이겨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