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김포족…혼자서도 쉽게 만드는 김장키트 어때?
똥손(?) 기자도 30분 만에 끝낸 김장…맛은 굉장하다
‘일단해봄’ 코너는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현상이나 유행에 대해 기자가 직접 경험하고 소개하겠습니다. 현 사회에서 누군가는 궁금해하지만, 막상 시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을 직접 해보고 전달하겠습니다.
입동이 지났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김장 시즌도 이제 시작이다. 지역마다 김장철은 다르지만, 대략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제철이다. 다만, 이제는 1인 가구나 핵가구의 증가로 많은 양의 김치가 필요하지 않아 김장을 하는 것이 아닌, 김치를 사서 먹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김포족(김장을 포기한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종가집이 지난달 19~23일 블로그를 통해 2845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6.2%가 김장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적은 식구 수로 김장이 불필요해서'라는 응답을 한 인원이 16.4%나 됐다.
가족의 형태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함에 따라 김장족은 갈수록 사라지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배추와 김장양념은 물론 김치냉장고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는 김장 재료를 최대 45%까지 할인해 판매했다. 세븐일레븐에선 대용량 김장김치를 내놓았고 SSG닷컴은 '김장합시다' 행사를 통해 김치 관련 상품을 최대 49% 할인한다.
기자는 이런 다양한 김장 상품 중에서도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김장키트에 눈이 갔다. GS25는 이달 초 1인 가구용인 3.2kg 김장 키트를 출시했다. 충북 괴산 산지의 절임배추 2kg과 국내산 재료로 만든 김치 양념 1.2kg으로 구성돼 있다. 김장을 잘 몰라도 30분이면 만들 수 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김장해본 적도 없고 손재주가 썩 좋지도 않으며, 혼자 자취를 하는 기자가 김장을 해봤다. 과연 어떨까?
김장키트만 구매하면 똥손도 김장명인이 된다고?
기자는 참고로 여태까지 김치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김장이 뭔지 몰랐다. 우선 GS25의 김장키트는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온라인으로 살 수 없기에 가까운 GS25 지점을 가면 된다. 가까운 지점에서 김장키트를 파는지 물었다. 정확한 명칭은 ‘아워홈 김장키트 3.2kg’, 가격은 2만4800원이었다. 해당 키트를 살 때 정부의 '농할 쿠폰'으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기자는 가까운 GS25를 방문해 지점장에게 김장키트 구매를 요청했고, 손쉽게 본사에 발주를 넣을 수 있었다. 택배는 대략 4일 뒤에 온다고 했다. 주문까지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김장을 해야 한다는 게 조금 착잡했다.
김장 키트 언박싱 직전
기자는 금요일 오후 5시께 주문을 했다. 금요일 늦은 시간대에 주문하다보니 택배 발송이 늦어졌다. 결국 그 다음 주 수요일에야 택배를 받았다. 오후 5시 이후에 주문하면 택배 발송이 늦어질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아무튼, 현관에 큰 상자 한 박스가 있었다. 큰 글씨로 '김장김치 키트'라고 쓰여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용물은 심플
우선 김장 매트를 펼쳤다. 김장 매트가 자취방을 다 차지했다. 김장하는 느낌이 다시금 느껴졌다. 내용물은 절임배추 두 포기와 김치양념이었다. 별다른 내용물이 없는 만큼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김장 매트와 고무장갑, 그리고 김장 김치를 담을 통은 따로 사야 했다. 주변 마트에서 간단하게 살 수 있었다. 기자는 원래 김장을 대야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마트 직원이 대야보단 김장 매트를 추천했다.
레시피는 뭐야?
만들기에 앞서 우선 고백할 게 있다. 김장에 대한 지식이 정말 전무했던 기자는 유튜브로 김장하는 법을 보려고 했다. 옆에서 촬영하던 기자가 이야기했다. “김장 그냥 양념 바르면 되는 건데?” 정말로 그냥 절임배추 한 잎, 한 잎에 양념만 버무리면 됐다.
앗! 역시 똥손(?) 기자는 이런 초보용 김장키트로도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레시피를 읽어보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김장키트 박스에는 간단한 레시피가 적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김장을 시작한 것이 실수였다.
레시피를 보면 절임배추 물기를 제거하라는 말이 있다. 기자는 '물기를 제거하는 게 뭐가 중요할까' 싶어서 하진 않았는데 꼭 하는 걸 추천한다. 이따 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안 하면 엄청 짜다. 절임배추에 있는 물기를 빼내야 소금기도 빠지고 양념이 배춧잎에 더 골고루 스며들 수 있다. 기호에 따라 굴이나 배를 넣는 것도 좋다고 하니 시도하기를 바란다. 기자는 정말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배달 온 재료로만 했다.
양념 같은 경우 적당히 발라야 했다. 기자는 아까도 말했듯이 김장이 처음이었기에 배춧잎이 완전히 빨개질 때까지 양념을 발랐다. 첫 번째 김치는 그렇기에 굉장히 빨갰다. 두 번째 김치에서 양념장이 조금 모자라 큰일 날 뻔했다. 아무튼, 무사히 김치를 만들었을 때 첫 번째 김치는 맵고 짰다. 양념은 정말 적당히 바르자. 굉장히 맵고 짠 김치를 좋아한다면, 배추 한 포기에 양념을 올인하면 된다.(그래도 김치를 처음에 어느 정도 짜게 해야 김치가 일찍 익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갈수록 맛이 들면서 짠맛도 덜해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오래 걸려?
김장은 솔직히 그냥 잎 사이에 양념만 버무리면 된다. 다만, 양념장을 만들고 배추를 절이는 등 재료 손질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그러나 1인용 김장키트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배추 두 개를 김치로 만드는 데 30분 정도밖에 걸렸다. 정말 초보자도 30분이면 바로바로 만들 수 있으니까 김장을 하고 싶다면 키트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맛은 어떨까?
기자의 손은 요리에 특화되지 않았다. 요리와 다소 거리가 있다. 갓 만든 김치를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첫 번째로 만든 김치는 굉장히 짜고 매웠다. 짜증 나게 매운맛은 아니었다. 함께 촬영하던 기자는 “첫 번째는 짜고 매운데 두 번째는 괜찮다”고 했다. 두 번째 김치는 양념장을 덜 넣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았고 시중에서 파는 김치의 맛이 느껴졌다. 김치를 냉장고에 넣었다. 이번 겨울은 든든하다.
후기
생각보다 손이 가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취미생활로 할 거 같지는 않다. 김장한 다음 날에도 자취방 안은 아직 김치 냄새가 가득하다. 추워서 창문도 못 열겠고… 재택근무라 김치 냄새를 맡으며 기사를 쓰고 있다. 아무튼 코로나19로 어디 나가기도 힘든 요즘, 자급자족하고 싶다면 김장키트로 김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이투데이/윤상호 인턴 기자(shark9694@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