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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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페스트(흑사병)가 다시 발병했다. 그것도 가까운 중국에서다.
환자는 흑사병 발생 풍토 지역인 네이멍구(내몽골) 자치구 거주자로 현재까지 총 3명이다. 그 중 2명은 부부 사이로 베이징에서 폐렴형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남편이 먼저 발열을 동반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다. 거주 지역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베이징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남편을 돌보던 부인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부부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돼 모두 호흡기중환자실(RICU)로 옮겨졌다. 해당 병원은 이후 검사를 거쳐 확진 판정을 내렸다.
나머지 한명은 이후 추가 발병해 가래톳형(림프절)흑사병 확진을 받았다. 이 환자는 야생 토끼를 잡아 취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발열 증세를 반복적으로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환자가 판정 받은 폐렴형은 흑사병 가운데서도 예후가 가장 나쁜 유형이다. 고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치사율이 가장 높다. 림프절형은 온 몸이 붓고 근육통을 동반한다. 벼룩에 물려 균이 림프절로 옮겨가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 패혈증형은 혈관이 응고돼 피부 괴사되고 쇼크를 동반한다.
이전엔 2010∼2015년 사이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등 세계에서 3248명이 감염됐고 이 중 584명이 사망했다. 중국과 몽골에서도 2010년대 들어 환자가 각각 10명, 5명 발생했다.
흑사병에 대한 인류의 공포는 과거 중세 유럽에서 벌어진 참극의 영향이 크다.
흑사병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균을 가진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서 전파되지만 다른 소형 포유동물과의 접촉에 의한 전파 될 수도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질병으로 꼽힌다. 14세기 유라시아 전역에 창궐해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평원지대에서 시작해 실크로드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14세기 중반 크림 반도에 이른 뒤 이후 유럽 전역에 확산됐다.
이후 유럽 전체 인구의 30~60%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전 추정, 세계 인구는 4억 5000만명 가량인데 창궐 이후 거의 1억 명이 감소한 것으로 짐작한다. 당시 감소한 인구는 17세기에 이르러야 회복됐다.
당시 사회 풍토, 문화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흑사병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 등이 발병자로 지목됐고 마녀사냥식으로 살해됐다. '현재 삶을 즐기자'는 문학 사조가 탄생했고 종교계도 고행을 통한 속죄를 강조하는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생겼다.
19세기 들어서 프랑스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냈다. 흑사병이란 이름도 이 시기에 붙여졌다. 피부의 혈소 침전에 의해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을 병의 이름으로 삼았다.
흑사병은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지만 빠른 대응에 나서면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 항생제를 조기 투여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진단,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률은 크게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는 페스트균은 감염돼도 2일 이내에 발견해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유행지역 여행 후 발열, 오한, 두통 등 페스트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