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셀러 'PPURI' 이야기
마르쉐@ 2탄
시간에 맞춰 도착한 마르쉐@혜화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 어리둥절 하면서도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왔다. 염탐을 하던 우리에게 옆에 있던 봉사자 한 분이 넌지시 충고를 던졌다. "저 집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요 꼭 드셔보세요." 우리는 당장에 마르쉐@에서 빌린 그릇과 포크를 들고 'PPURI'의 케이크를 맛보려는 대열에 합류했다.
PPURI는 채식주의자 부부(강대웅,이윤서)가 운영하는 가게의 이름이자 그들의 브랜드이다. 몸에 좋은 건 맛이 없다는 통념을 깨고 '맛도 좋은' 건강식들을 만들고 있다. 음식 치료사이기도 한 이윤서 님은 '채소 소믈리에' 라는 낯선 이름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히던 피부병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먹을 거리를 바꾸기 시작했고 남편과 함께 PPURI라는 브랜드를 5년 째 만들어 가고 있다.
케이크 조각을 담아내는 셀러의 손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줄을 선 손님 중에는 그런 섬세함을 답답해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기다려서라도 꼭 맛보고픈 마음이 강했을 터였다. (다만 너무 느리다는 투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PPURI의 부부 셀러는 케이크에 대한 정성스러운 추가 설명까지 잊지 않았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음식을 건네었고 음식에 담긴 그들의 애정은 덤으로 딸려 왔다. 우리는 한가해지길 기다렸다가 PPURI의 이윤서 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Q : 상시로 운영하는 가게가 있나요?
>여기 근처에요. 마르쉐@에서 맛 보시고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여기서 조각 케이크를 먹고 맛있으면 생일 케이크나 이벤트 케이크로 주문 해주시기도 해요. 평소에는 현미 디저트랑 차만 파는데 다른 건강한 음식도 팝업 레스토랑으로 하고 있어요. 이건 예약제로 운영해요. 남편은 베이킹을 맡아서 하고 저는 건강한 자연식 음식을 해요. 저희 공간은 요리 수업이랑 디저트를 판매하는 복합 공간이에요.
Q: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뭔가요?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뿌리채소밭피자'인데 저희 이름이 '뿌리온더플레이트'라서 음식마다 뿌리나 채소를 활용하거든요. 그 피자는 채식 안하시는 분들이 훨씬 좋아하시고 남자분들도 좋아하세요.
Q: 피자는 가게에서만?
>네 여기(마르쉐@)서 하려다가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못했어요. 오븐도 못쓰고 그래서. 피자는 진짜 다른 유명한 데 보다 맛있다고 한 손님들이 꽤 많았어요. 음식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요. 언제 한 번 오세요. Q: PPURI의 다른 메뉴도 궁금해요. >저희가 디저트는 라인업이 많지는 않아요. 케이크 류는 다섯 가지이고 쿠키는 그 때 그 때 좀 바꾸고 두유 마요네즈는 워낙 계속 하고 있는 소스에요. 구색 갖추고 유명한 셰프들이 하는 곳처럼 메뉴가 많지는 않아요. 그냥 저희가 할 수 있는 거 안에서 집중해서 해요. 종류를 다양하게 하면 선택 폭은 넓지만 재료 관리도 잘 안되고 산만해 지는 거 같아서. 팝업 레스토랑 음식도 매달 메뉴 두 가지만 가지고 해요. 하나는 피자 고정이고 나머지 플레이트 메뉴가 항상 바뀌는데 그 때 그 때 재료를 섞어서 해요.
Q: PPURI 이름의 탄생 비화가 있나요?
>2011년도부터 남편이랑 이 일을 했는데 PPURI라는 이름은 2013년도부터 사용했어요. 그 전에는 영어 이름이었는데 너무 길고 부르기가 힘들어서 PPURI라는 이름으로 바꿨어요. 풀네임은 '뿌리온더플레이트'인데 보통 그냥 뿌리라고 많이 불러주세요.
Q: 뜻이 뭐에요?
>이중적이에요. 건강한 식(食)문화를 뿌리 내리자는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뿌리 채소를 많이 써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s)'이라고 뿌리 껍질 통째로 먹는 음식을 주로 하다보니까 뿌리 채소를 많이 좋아하고 저희 케이크에 당근도 들어가고 해서 이름을 뿌리로 하게 됐어요.
Q: 처음 마르쉐@에 참여하게 되신 계기는요?
>저희가 마르쉐@ 원년 멤버에요. 마르쉐@가 2012년 10월에 처음 생겼어요. 근데 저희가 같은 해 10월에 결혼을 해서 그 첫 달 마르쉐@는 신혼여행 가느라 참여를 못했어요.
근데 워낙 이런 데 관심이 있었어요. 여기 요리팀을 총괄하셨던 분이 '수카라' 카페 사장님이신데 홍대에 있는 자연식 카페 같은 곳이거든요. 그 곳을 워낙 자주 갔었고 그러다보니 이런 데를 알게 된거죠. 그래서 직접 출점을 하게 돼서 2012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어요.
Q: 다른 장터도 가보셨나요? 특색이 각각 다를 거 같아요.
>다른 곳은 개인적으로 조금 벼룩시장 느낌?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재료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냥 값싼 가격에 야시장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아무리 유기농 얘기를 해도 그냥 사치인거에요. 보통 그랬어요. 마르쉐@를 이렇게까지 3년 넘게 할 수 있는 것은 여기만의 에너지가 남다르기 때문인 거 같아요.
Q: 마르쉐@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뭘까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뭐가 좋다 사진만 공유하는데 그건 사실 그냥 이미지잖아요. 근데 이 장터는 오픈되어 있고 소비자가 그냥 설명 하나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여기에 오면 궁금한 걸 다 여쭤보실 수 있어요. 여기 뭐가 들어갔냐 이게 어디서 들어왔냐. 왜냐면 생산자가 직접 다 만드니까. 그런 매력 때문에 그냥 이미지만 보다가 오게 되는 거죠. 오면은 여기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내가 필요한 것도 살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고마워요. 마르쉐@ 같은 도시 장터가 서울에 있다는 게. 벌써 3년째니까 3년 동안 한 가지를 계속 했다는 거는 이렇게 뭐가 빨리 변하는 서울에서는 좀 지켜볼 일인거 같아요.
Q: 마르쉐@자원봉사자 분도 파워가 넘치더라구요!
>아 누군지 알거 같아요! 원래 출점자 이신데 오늘 자원 봉사 활동 하세요. 농부팀인데. 재밌죠. 되게 해피 바이러스를 가지고 계세요. 좋은 분들 많아요.
Q: 마르쉐@에서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음 되게 많은데. 사실 매달 많이 힘들어요. 저희가 둘이 일을 하고 작은 오븐 2개로 이렇게 많은 양을 하다보니 매달 힘든 도전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계속 꾸준히 할 수 잇는 건..
아토피나 이런 문제 때문에 케이크를 한번도 못먹어본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케이크라는 건 그냥 내가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야" 했는데 저희 케이크를 알게 되서 다음 달에는 또 아이랑 같이 오시기도 해요. 우리는 작은 시도였는데 다른 분들에게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보람도 느껴지고 힘들지만 더 즐겁게 해보자 해요.
Q: 식재료는 어디서 가져오시나요?
>저희는 여기 마르쉐@ 농부팀 분들이랑 직거래도 하고 한살림, 두레생협 같은 곳을 이용하고 있어요. 유기농 무농약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재료비가 많이 들어요. 그래서 잘 모르고 사시면 가격이 마켓에서 하기에는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재료를 알면 일반 케이크보다도 싼 거에요. 근데 저희는 일단 너무 비싸면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다가가기가 힘드니까 적정한 선에서 우리가 그냥 조금 덜 벌더라도 좋은 걸 나누자는 취지에서 하고 있어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법
Q: 처음에 브랜드를 만들 때 롤모델 삼은 게 있었나요? 킨포크 라던지.
>킨포크(KINFOLK)같은 스몰 게더링을 저도 꿈꾸고 있던 거라 그런 부분에서 일부 참고는 했어요.근데 기본적으로는 건강한 식재료를 나누고 싶다는 저희 생각에서 동물성 식재료 없이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냥 둘이 생활하고 있던 것을 우리 둘만 갖고 있기에는 너무 좋은 것 같으니 나눌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보자 해서 모임도 시작했고 수업도 하고 그러다보니 이런 카페(혜화동 가게)가 생겼어요. 그냥 천천히 하다보니 한 단계씩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Q: 그럼 원래 요리사였나요?
>아니요. 저는 2011년도부터 이런 교육을 받고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전에는 일반 회사에 다녔어요. 남편도 원래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사찰 음식을 대한 스님한테 한 1년 동안 배웠어요. 남편은 디저트나 베이킹을 더 재밌어해서 현미 케이크 같은 경우는 레시피를 직접 개발했어요. 저희가 둘 다 채식을 하다보니까 밖에서 먹을 만한 것들이 별로 없어서 사실 자기가 먹으려고 만든 거였는데. (하하하) 다른 분들과 먹었을 때 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그래서 둘이 함께 음식 일을 하게 된 건 3년 정도 되었고 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Q: 처음부터 비건이었나요?
>아니요. 저는 담배만 안 폈지 다 먹었어요. 술도 마셨고. 근데 그 전부터 몸이 안 좋았어요. 건선이라고 아토피 같은 건데 그게 되게 심해서 음식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0년도 여름에 채식을 시작해서 지금은 완치가 되었고 그렇게 해서 이런 음식을 접하게 됐어요.
Q: 집에서는 식단이?
>저희는 이게 생활이에요. 일이랑 생활이 분리 되어 있으면 사실 어렵거든요. 어떻게 보면 원래 이 모든 게 일이 되면 재미가 없어지고 약간 의무적으로만 하는데 저희는 이게 그냥 집에서 먹는 음식이고 집에서 항상 이렇게 하니까 그걸 일로 가져가도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그래서 손님한테 설명 할 때도 그냥 되게 편하게 설명이 돼요.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Q: 가족과 하는 일이라서 어려운 점은?
>많이 싸웠어요. 저는 말은 느리게 하는데 일은 빨리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우리 남편은 좀 느려요. 되게 선비 같은 스타일이라. 그리고 원래 요리를 하던 사람이 아니고. 그런게 되게 힘들더라구요. 근데 지금은 익숙해지고 서로 스타일을 알아가니까 서로 조금씩 이해해요. 저는 가족이랑 하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예전에 동업을 잠깐 했는데 안 좋았던 것도 있고 아픈 기억이. (하하하)
>저희는 쑥을 써서 쑥현미쿠키 만들었어요. 많이 안 만들어서 금방 다 팔렸고요. 쑥 좋은 거 같아요. 쑥향이 워낙 좋아서 쑥떡도 만들고 쑥파운드도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할 수 있어요. 베이킹에도 우리 나라의 이런 토종 재료가 잘 어울려요. 꼭 녹차나 이런 거 안써도. 그리고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저희는 고급스러운 걸 하고 싶어요 친숙한 쑥을 활용해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고급스럽다는 게 사치나 허세가 아니라 정말 좋은 재료에 잘 갖춘 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누고 싶어요.
Q: 마르쉐@는 앞으로 계속 참여하실 건가요?
>네 제가 뭐 해외로 이주하지 않는 이상. 여기가 여름에 한 달 겨울에 한 달 쉬어요. 그 때 한 번 숨고르기 하면 되니까 둘이 큰 병이 없는 한. 아기 생기면 모르겠는데 아직 아기 계획이 당장은 없어서. 계속 하고 싶어요.
쑥색 앞치마가 잘 어울리던 그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예전에 나에게 '고급스러운' 음식이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칼질을 하는 것 쯤 이었다. 하지만 PPURI를 만난 후 전혀 다른 '고급스러움'을 알게 된 것에 감사했다.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PPURI가 만드는 고급스러운 힘이었다.
PPURI는 자신들의 소신에 따라 케이크와 피자를 만들고 그들의 작은 일상이 누군가에게도 전염되기를 바라는 뜨거운(핫한) 사람들이었다. 정직한 재료와 음식을 매개로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맛볼 수 있었다.
한 달 후 5월의 마르쉐@에서는 PPURI에 매료된 사람들이 또 긴 줄을 설 것이다. 나 역시 그 대열에 있을 것이고 이 글을 읽은 당신을 마주치길 기대한다. 좋은 건 함께 나눌수록 더 좋은 거니까!
이윤서 : 음식 치료사, 채소 소믈리에, PPURI(뿌리온더플레이트) 운영, 비건
글 계란비누
PPURI는 채식주의자 부부(강대웅,이윤서)가 운영하는 가게의 이름이자 그들의 브랜드이다. 몸에 좋은 건 맛이 없다는 통념을 깨고 '맛도 좋은' 건강식들을 만들고 있다. 음식 치료사이기도 한 이윤서 님은 '채소 소믈리에' 라는 낯선 이름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히던 피부병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먹을 거리를 바꾸기 시작했고 남편과 함께 PPURI라는 브랜드를 5년 째 만들어 가고 있다.
케이크 조각을 담아내는 셀러의 손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줄을 선 손님 중에는 그런 섬세함을 답답해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기다려서라도 꼭 맛보고픈 마음이 강했을 터였다. (다만 너무 느리다는 투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PPURI의 부부 셀러는 케이크에 대한 정성스러운 추가 설명까지 잊지 않았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음식을 건네었고 음식에 담긴 그들의 애정은 덤으로 딸려 왔다. 우리는 한가해지길 기다렸다가 PPURI의 이윤서 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채식하지 않아도 찾게 되는 비건(vegan) 음식
뿌리채소밭피자_출처: http://yunseo85.blog.me |
>여기 근처에요. 마르쉐@에서 맛 보시고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여기서 조각 케이크를 먹고 맛있으면 생일 케이크나 이벤트 케이크로 주문 해주시기도 해요. 평소에는 현미 디저트랑 차만 파는데 다른 건강한 음식도 팝업 레스토랑으로 하고 있어요. 이건 예약제로 운영해요. 남편은 베이킹을 맡아서 하고 저는 건강한 자연식 음식을 해요. 저희 공간은 요리 수업이랑 디저트를 판매하는 복합 공간이에요.
Q: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뭔가요?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뿌리채소밭피자'인데 저희 이름이 '뿌리온더플레이트'라서 음식마다 뿌리나 채소를 활용하거든요. 그 피자는 채식 안하시는 분들이 훨씬 좋아하시고 남자분들도 좋아하세요.
Q: 피자는 가게에서만?
>네 여기(마르쉐@)서 하려다가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못했어요. 오븐도 못쓰고 그래서. 피자는 진짜 다른 유명한 데 보다 맛있다고 한 손님들이 꽤 많았어요. 음식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요. 언제 한 번 오세요. Q: PPURI의 다른 메뉴도 궁금해요. >저희가 디저트는 라인업이 많지는 않아요. 케이크 류는 다섯 가지이고 쿠키는 그 때 그 때 좀 바꾸고 두유 마요네즈는 워낙 계속 하고 있는 소스에요. 구색 갖추고 유명한 셰프들이 하는 곳처럼 메뉴가 많지는 않아요. 그냥 저희가 할 수 있는 거 안에서 집중해서 해요. 종류를 다양하게 하면 선택 폭은 넓지만 재료 관리도 잘 안되고 산만해 지는 거 같아서. 팝업 레스토랑 음식도 매달 메뉴 두 가지만 가지고 해요. 하나는 피자 고정이고 나머지 플레이트 메뉴가 항상 바뀌는데 그 때 그 때 재료를 섞어서 해요.
대지의 에너지를 먹고 자란 PPURI
>2011년도부터 남편이랑 이 일을 했는데 PPURI라는 이름은 2013년도부터 사용했어요. 그 전에는 영어 이름이었는데 너무 길고 부르기가 힘들어서 PPURI라는 이름으로 바꿨어요. 풀네임은 '뿌리온더플레이트'인데 보통 그냥 뿌리라고 많이 불러주세요.
Q: 뜻이 뭐에요?
>이중적이에요. 건강한 식(食)문화를 뿌리 내리자는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뿌리 채소를 많이 써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s)'이라고 뿌리 껍질 통째로 먹는 음식을 주로 하다보니까 뿌리 채소를 많이 좋아하고 저희 케이크에 당근도 들어가고 해서 이름을 뿌리로 하게 됐어요.
우리가 마르쉐@를 사랑하는 이유
마르쉐@양재시민의숲출점 모습_사진 출처: http://yunseo85.blog.me |
>저희가 마르쉐@ 원년 멤버에요. 마르쉐@가 2012년 10월에 처음 생겼어요. 근데 저희가 같은 해 10월에 결혼을 해서 그 첫 달 마르쉐@는 신혼여행 가느라 참여를 못했어요.
근데 워낙 이런 데 관심이 있었어요. 여기 요리팀을 총괄하셨던 분이 '수카라' 카페 사장님이신데 홍대에 있는 자연식 카페 같은 곳이거든요. 그 곳을 워낙 자주 갔었고 그러다보니 이런 데를 알게 된거죠. 그래서 직접 출점을 하게 돼서 2012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어요.
Q: 다른 장터도 가보셨나요? 특색이 각각 다를 거 같아요.
>다른 곳은 개인적으로 조금 벼룩시장 느낌?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재료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냥 값싼 가격에 야시장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아무리 유기농 얘기를 해도 그냥 사치인거에요. 보통 그랬어요. 마르쉐@를 이렇게까지 3년 넘게 할 수 있는 것은 여기만의 에너지가 남다르기 때문인 거 같아요.
Q: 마르쉐@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뭘까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뭐가 좋다 사진만 공유하는데 그건 사실 그냥 이미지잖아요. 근데 이 장터는 오픈되어 있고 소비자가 그냥 설명 하나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여기에 오면 궁금한 걸 다 여쭤보실 수 있어요. 여기 뭐가 들어갔냐 이게 어디서 들어왔냐. 왜냐면 생산자가 직접 다 만드니까. 그런 매력 때문에 그냥 이미지만 보다가 오게 되는 거죠. 오면은 여기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내가 필요한 것도 살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고마워요. 마르쉐@ 같은 도시 장터가 서울에 있다는 게. 벌써 3년째니까 3년 동안 한 가지를 계속 했다는 거는 이렇게 뭐가 빨리 변하는 서울에서는 좀 지켜볼 일인거 같아요.
Q: 마르쉐@자원봉사자 분도 파워가 넘치더라구요!
>아 누군지 알거 같아요! 원래 출점자 이신데 오늘 자원 봉사 활동 하세요. 농부팀인데. 재밌죠. 되게 해피 바이러스를 가지고 계세요. 좋은 분들 많아요.
'모두'를 위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
공정 무역 캐슈넛을 불려서 만든 크림이에요. 그래서 유화제나 지방 같은게 전혀 들어가지 않고 되게 건강하게 만들어졌어요. 캐슈넛을 불려서 갈면 크리미하게 되면서 고소한 맛이 나거든요. 설탕도 안쓰고 메이플 시럽을 써서 더 건강한 맛이라고 느꼈을거에요. 건강 챙기시면서 단 거 드시고 싶을 때 드시기 좋아요. |
>음 되게 많은데. 사실 매달 많이 힘들어요. 저희가 둘이 일을 하고 작은 오븐 2개로 이렇게 많은 양을 하다보니 매달 힘든 도전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계속 꾸준히 할 수 잇는 건..
아토피나 이런 문제 때문에 케이크를 한번도 못먹어본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케이크라는 건 그냥 내가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야" 했는데 저희 케이크를 알게 되서 다음 달에는 또 아이랑 같이 오시기도 해요. 우리는 작은 시도였는데 다른 분들에게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보람도 느껴지고 힘들지만 더 즐겁게 해보자 해요.
Q: 식재료는 어디서 가져오시나요?
>저희는 여기 마르쉐@ 농부팀 분들이랑 직거래도 하고 한살림, 두레생협 같은 곳을 이용하고 있어요. 유기농 무농약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재료비가 많이 들어요. 그래서 잘 모르고 사시면 가격이 마켓에서 하기에는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재료를 알면 일반 케이크보다도 싼 거에요. 근데 저희는 일단 너무 비싸면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다가가기가 힘드니까 적정한 선에서 우리가 그냥 조금 덜 벌더라도 좋은 걸 나누자는 취지에서 하고 있어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법
Q: 처음에 브랜드를 만들 때 롤모델 삼은 게 있었나요? 킨포크 라던지.
>킨포크(KINFOLK)같은 스몰 게더링을 저도 꿈꾸고 있던 거라 그런 부분에서 일부 참고는 했어요.근데 기본적으로는 건강한 식재료를 나누고 싶다는 저희 생각에서 동물성 식재료 없이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냥 둘이 생활하고 있던 것을 우리 둘만 갖고 있기에는 너무 좋은 것 같으니 나눌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보자 해서 모임도 시작했고 수업도 하고 그러다보니 이런 카페(혜화동 가게)가 생겼어요. 그냥 천천히 하다보니 한 단계씩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Q: 그럼 원래 요리사였나요?
>아니요. 저는 2011년도부터 이런 교육을 받고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전에는 일반 회사에 다녔어요. 남편도 원래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사찰 음식을 대한 스님한테 한 1년 동안 배웠어요. 남편은 디저트나 베이킹을 더 재밌어해서 현미 케이크 같은 경우는 레시피를 직접 개발했어요. 저희가 둘 다 채식을 하다보니까 밖에서 먹을 만한 것들이 별로 없어서 사실 자기가 먹으려고 만든 거였는데. (하하하) 다른 분들과 먹었을 때 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그래서 둘이 함께 음식 일을 하게 된 건 3년 정도 되었고 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마르쉐@혜화에서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는 부부 ⓒhubzum |
>아니요. 저는 담배만 안 폈지 다 먹었어요. 술도 마셨고. 근데 그 전부터 몸이 안 좋았어요. 건선이라고 아토피 같은 건데 그게 되게 심해서 음식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0년도 여름에 채식을 시작해서 지금은 완치가 되었고 그렇게 해서 이런 음식을 접하게 됐어요.
Q: 집에서는 식단이?
>저희는 이게 생활이에요. 일이랑 생활이 분리 되어 있으면 사실 어렵거든요. 어떻게 보면 원래 이 모든 게 일이 되면 재미가 없어지고 약간 의무적으로만 하는데 저희는 이게 그냥 집에서 먹는 음식이고 집에서 항상 이렇게 하니까 그걸 일로 가져가도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그래서 손님한테 설명 할 때도 그냥 되게 편하게 설명이 돼요.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Q: 가족과 하는 일이라서 어려운 점은?
>많이 싸웠어요. 저는 말은 느리게 하는데 일은 빨리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우리 남편은 좀 느려요. 되게 선비 같은 스타일이라. 그리고 원래 요리를 하던 사람이 아니고. 그런게 되게 힘들더라구요. 근데 지금은 익숙해지고 서로 스타일을 알아가니까 서로 조금씩 이해해요. 저는 가족이랑 하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예전에 동업을 잠깐 했는데 안 좋았던 것도 있고 아픈 기억이. (하하하)
음식을 대하는 마음
마르쉐@혜화에서 만난 이윤서&강대웅 부부 ⓒhubzum |
Q: 이번 달 마르쉐@주제가 '풀'인데 뿌리는 어떤 풀을 활용했나요?
>저희는 쑥을 써서 쑥현미쿠키 만들었어요. 많이 안 만들어서 금방 다 팔렸고요. 쑥 좋은 거 같아요. 쑥향이 워낙 좋아서 쑥떡도 만들고 쑥파운드도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할 수 있어요. 베이킹에도 우리 나라의 이런 토종 재료가 잘 어울려요. 꼭 녹차나 이런 거 안써도. 그리고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저희는 고급스러운 걸 하고 싶어요 친숙한 쑥을 활용해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면 좋을 거 같아요. 고급스럽다는 게 사치나 허세가 아니라 정말 좋은 재료에 잘 갖춘 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누고 싶어요.
Q: 마르쉐@는 앞으로 계속 참여하실 건가요?
>네 제가 뭐 해외로 이주하지 않는 이상. 여기가 여름에 한 달 겨울에 한 달 쉬어요. 그 때 한 번 숨고르기 하면 되니까 둘이 큰 병이 없는 한. 아기 생기면 모르겠는데 아직 아기 계획이 당장은 없어서. 계속 하고 싶어요.
쑥색 앞치마가 잘 어울리던 그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예전에 나에게 '고급스러운' 음식이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칼질을 하는 것 쯤 이었다. 하지만 PPURI를 만난 후 전혀 다른 '고급스러움'을 알게 된 것에 감사했다.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PPURI가 만드는 고급스러운 힘이었다.
PPURI는 자신들의 소신에 따라 케이크와 피자를 만들고 그들의 작은 일상이 누군가에게도 전염되기를 바라는 뜨거운(핫한) 사람들이었다. 정직한 재료와 음식을 매개로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맛볼 수 있었다.
한 달 후 5월의 마르쉐@에서는 PPURI에 매료된 사람들이 또 긴 줄을 설 것이다. 나 역시 그 대열에 있을 것이고 이 글을 읽은 당신을 마주치길 기대한다. 좋은 건 함께 나눌수록 더 좋은 거니까!
이윤서 : 음식 치료사, 채소 소믈리에, PPURI(뿌리온더플레이트) 운영, 비건
글 계란비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