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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꽝’ 벗으려 근력운동… 몸 가뿐해지니 ‘운동광’으로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

동아일보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가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기구를 이용해 상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방역 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출산한 후에 관절염 증세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47·여)도 그랬다. 둘째 아이를 낳고 3년이 지난 2008년, 왼쪽 무릎이 시큰거렸다. 당시 나이 34세. 퇴행성관절염이라기엔 이른 나이였다. 출산 후유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이 검사를 해 보자 했다. X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 뼈나 인대에 문제는 없었다. 원인은 근력 부족.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생긴 증세였던 것.


돌이켜보니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싫어했다. 체육은 공포의 과목이었다. 뜀틀 앞에서 주저앉아 울기도 했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항상 뇌리를 맴돌았다. 게다가 안 교수가 종전에 근무하던 병원엔 환자가 너무 많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사 시간만 빼고 내리 환자 진료를 할 때도 부지기수였다. 운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안 교수는 지금 운동에 빠져 산다. 그 변화는 남편이 이끌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안 교수를 집 근처 헬스클럽으로 이끌었다.

○ 34세에 평생 처음으로 운동하다

남편은 안 교수를 헬스클럽 회원으로 등록시켰다.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으니 혼자 운동할 리도 없다. 남편은 안 교수에게 트레이너를 붙여 줬다. 무릎에 하중이 덜 가면서도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근무가 없을 때 혹은 주말에 헬스클럽에 갔다. 일주일에 2, 3회는 반드시 ‘출석’했다.


근력이 너무 약해 처음에는 운동 기구를 이용하지 못했다. 트레이너는 3개월 동안 스쾃이나 런지 같은 맨몸 근력 운동만 시켰다. 1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끝내면 40분 동안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시켰다.


운동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드는 것도 아닌데 10분 만에 나가떨어졌다. “못 하겠다”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팔짱을 낀 트레이너는 철벽이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운동을 재촉했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고 샤워할 때는 상쾌했다. 안 교수는 “솔직히 미리 비용을 냈으니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도 컸다”며 웃었다.


3개월 정도까지는 운동한 다음 날 온몸이 쑤셨다. 이 근육통은 하루 종일 이어지다 그 다음 날에 대부분 사라졌다. 고통스러웠지만 한 달 정도를 견디자 운동이 재미있어졌다. 안 교수는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은 날을 나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스로도 놀랐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요즘도 근력 운동을 하면 약간의 근육통이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운동한 후 근육통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너무 중량을 낮췄기에 근육이 자극을 받지 못하고, 그 결과 근력 강화 효과가 없다는 것.

○14년째 근력 운동, 단계적 중량 올려

3개월 만에 운동 기구를 이용하는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이 단계까지 온 것만 해도 감개무량이었다. 운동 기구를 사용하니 비로소 근력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역기 봉을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 봉의 무게만 20kg이었다.


역기 봉 양쪽에 부착하는 바벨 원판의 중량을 서서히 올렸다. 근력이 좀 생겼다고 해서 중량을 많이 올리는 건 금물.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안 교수는 무릎 아래에서 역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데드리프트’의 예를 들었다. “한 달 전에 60kg을 들었고 근력도 늘었다고 해서 바로 70kg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 단기간에 근육량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중량을 늘렸고, 현재는 봉의 양쪽에 각각 20∼30kg의 바벨 원판을 달고 데드리프트를 한다. 중량을 늘리는 기준이 있단다. 보통 12∼15회를 한 세트로 잡는데, 이때 힘이 덜 든다면 중량을 올려도 된다. 하지만 5, 6회 만에 내려놓으면 중량을 내려야 한다. 일주일에 2회는 꼭 이런 방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하루는 상체 위주, 또 다른 하루는 하체 위주로 한다. 14년째 이어오고 있는 운동 습관이다.


운동 효과는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우선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에 힘도 더 붙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짜증 내는 법도 없고, 환자 진료로 녹초가 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이런 점 때문에 매주 2, 3회는 반드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달리기와 필라테스에도 도전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또한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어졌다.


얼마 전부터 주말에 시간이 나면 집 근처에 있는 양재천변에 가서 달리기를 한다. 지방을 태우고 심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를 하지만 야외에서 달리는 것은 처음. 재미가 붙었다. 매주 주말마다 1시간 동안 8km를 달린다.


운동 편식을 막기 위해 2019년부터는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매주 1회 필라테스를 운동 일정에 포함시켰다. 그러니까 헬스클럽 2회, 필라테스 1회, 야외 달리기 1회 등 주 4회로 운동 횟수를 늘린 것.


필라테스를 하면서 관절의 운동성이 좋아진 것을 느낀단다. 안 교수는 “근력 운동은 큰 근육을 키우지만 필라테스는 뼈와 붙어 있는 안쪽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고 말했다. 필라테스를 하면 근육통이 사라지는 것도 장점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라는 안 교수가 말했다. “이제 운동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마치 하루에 세 끼 밥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나 운동하다 보면 그렇게 될 겁니다.”

골밀도 떨어지는 중년여성, 근력운동 필수… 단기효과 집착 말아야 


레이너-전문가와 함께 운동하면 도움

체성분 자주 측정 말고 고루 먹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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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진 교수가 기구를 이용해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수진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는 14년째 근력 운동을 하면서 ‘몸치’에서 ‘운동 마니아’로 거듭났다. 안 교수가 말하는 근력운동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팁을 정리한다.


첫째, 중년 여성이라면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갱년기 이후에 골밀도가 크게 떨어진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력 운동이다. 중년 여성이라면 근력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둘째,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3개월에 20kg 감량’과 같은 광고를 하는 헬스클럽엔 안 가는 게 낫다. 조급하게 운동하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날씬한 몸매를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도 금물. 천천히 감량하며 건강을 챙기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셋째, 가급적 트레이너나 전문가와 함께 운동하는 게 좋다. 중량이 무거운 기구를 들 때는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구를 잘못 사용할 경우 부상 위험도 크다. 전문가가 없다면 따로 파트너를 구해 운동을 같이 하는 게 좋다.


넷째, 인바디 측정을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인바디 측정을 하면 수치에 연연하게 된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측정하는 게 좋다.


다섯째,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음식을 일부러 안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을 필요는 없다. 평소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 다만 열량이 높은 케이크나 떡 같은 음식은 일주일에 1, 2회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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