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8km 성큼성큼… “당뇨도 요통도 따돌려요”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주 4회 이상 2시간씩 파워 워킹을 하는 김희진 교수가 병원 뒤편 산책로에서 시범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엔 운동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50·여)는 2008년 파워 워킹을 시작했다. 파워 워킹은 일반 걷기보다 빠르다. 시속 6∼8km나 된다. 열량 소모량이 크고 심폐 지구력 강화에 좋다.
김 교수는 환자 진료를 도울 목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당시 김 교수는 막 문을 연 치매클리닉을 맡았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가 꽤 있었다. 김 교수가 내린 처방은 ‘걷기’였다. 많이 걸으면 인지 기능이 좋아지고 보행 불안정도 개선된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뇌신경을 보호한다.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그런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환자도 많았다. 그들에게 “한강 둔치에서 만나자”고 했다. 평일 밤 혹은 주말에 한강 둔치에 나가 환자들과 걸었다. 걷기의 운동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주치의의 모습이 환자를 자극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해서 김 교수의 걷기 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강도를 높여 파워 워킹으로 ‘업그레이드’했고 14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 환자 진료 목적으로 파워 워킹 시작
김 교수는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고교 때까지는 태권도를 배웠고 공인2단 자격증도 땄다. 고2 때 대학입시 공부를 하느라 태권도를 중단했다. 이후 체중이 급격하게 불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운동을 했다. 그때 택한 종목은 수영이었다. 꽤 오래 했다. 출산 후에도 수영을 하면서 체중을 조절했다. 그러다가 개인적 이유로 수영을 중단하게 됐다. 2008년 환자들과 걷기 시작하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한 셈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에 한강 둔치로 나가 걸었다. 환자들을 만나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걷는 날도 많았다. 평일에는 밀린 병원 업무, 늦은 진료, 약속 등의 이유로 오후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운동 시간을 저녁에서 새벽으로 바꿨다. 이후 일주일에 최소한 4회 이상은 파워 워킹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장대비가 퍼붓거나 눈이 두툼하게 쌓인 날만 아니면 무조건 걷는다. 2015년 미국 뉴욕대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도 집과 학교 사이를 주로 걸어 다녔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 시간을 빼면 걷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다. 10∼12km를 걷는다. 시속 7∼8km 속도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측정해보니 평균 보폭은 93cm였다. 성큼성큼 걷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운동하며 걸을 때는 의도적으로 평소 보폭보다 크게 걸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집 근처 공원이 가장 좋은 운동장
김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 최적의 운동장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강 둔치를 이용한 것도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2016년 귀국한 후에는 서울 광진구로 이사했다. 한강 둔치와는 멀어졌지만 그 대신 5분 거리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어린이대공원 여러 코스를 돌며 파워 워킹을 했다. 새벽 시간인데도 어린이대공원 가로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과 함께 새벽 조명이 꺼졌다. 이후 새벽 공원에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걸었다. 살짝 무서워 더 빨리 걸었다. 그러다 보니 10km의 거리를 1시간 10분 이내에 걸은 적도 있었다. 보폭이 1.1m에 시속은 7.8km였다. 거의 뛰다시피 걸었던 것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운동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다시 바꿨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저녁 회식과 모임이 크게 줄어들어 시간 내는 게 가능해졌다. 요즘에는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운동을 한다. 김 교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음악 종류는 다르다. 외래 환자들이 많았던 날은 너무 피곤하니 조금 느린 음악이나 발라드를 듣는다. 그러면 걷는 속도도 조금은 느려진다. 컨디션이 좋으면 1980, 90년대의 댄스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이때는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김 교수는 운동 후 스트레칭에도 꽤 신경을 쓴다. 걷기를 끝낸 후에는 대공원 야외에 설치돼 있는 운동기구에서 끝내기 운동을 한다. 허리 돌리기, 발 벌려 다리 찢기, 상체 숙이기 등을 15∼20분 정도 한다. 김 교수는 “파워 워킹을 하는 순간 근육은 긴장한다. 이 긴장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운동 후 스트레칭을 꼭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팀 동료 모두가 함께 파워 워킹
14년째 파워 워킹을 하면서 건강 증진 효과를 실감했다고 한다. 만성적인 어깨와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식사한 후 혈당을 측정해도 정상일 정도로 당뇨병 걱정은 없다. 최근 5년 사이에 체중도 7, 8kg 줄었다. 혈압도 소폭 내려갔다. 그동안 크게 아픈 기억은 전혀 없다. 이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 약을 먹어도 좀처럼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는 운동을 꾸준히 할 때 이 수치가 오를 수 있다. 김 교수가 이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김 교수는 가족은 물론이고 같은 팀 동료들에게도 파워 워킹을 전도했다. 동료 간호사 4명과 함께 5월부터 약 70일 동안 파워 워킹을 이용한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5명이 각각 10만 원씩 50만 원을 내놓았고 체중 감량 비율이 가장 높은 동료가 상금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1명의 성과가 약간 저조했지만 나머지 4명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결국 50만 원의 주인을 찾을 수 없어 아동시설에 기부했다. 김 교수는 이들과 함께 곧바로 2차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감량한 체중을 10월까지 유지하거나 더 줄이는 게 목표다. 이번에도 모두 성적이 좋으면 성금을 다시 기부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부를 종종 하게 될 것 같단다.
파워 워킹 요령은
처음엔 느리게 걷다 서서히 속도 올려야… 팔꿈치는 L자 또는 V자로 굽혀 90도 유지
김희진 교수가 운동이 끝난 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파워 워킹에 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단 본인의 건강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평소 걷는 시간이 적은 사람은 일단 일반적 걷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만 환자, 무릎 관절염이나 요통,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담한 뒤 운동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파워 워킹을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속도보다는 걷기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처음에는 20분 정도로 제한해 파워 워킹을 한다. 이 시간을 채울 수 없다면 10분씩 나눠 두 번에 걸쳐 걷는다. 걷는 시간은 1, 2주 간격으로 5분씩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숨이 덜 차면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게 좋다. 일주일에 최소한 3회 이상 규칙적으로 걷는 게 좋다.
파워 워킹의 기본자세를 따르도록 한다. 우선 걸을 때 팔꿈치는 L자 또는 V자로 굽혀서 90도를 유지해야 한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걷되, 팔꿈치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은 곧게 편다는 느낌으로 조금만 구부린다. 양 무릎이 스치듯이 11자 모양으로 걷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걸을 때 복부의 긴장감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사를 했다면 최소한 1시간 후에 걸어야 한다. 걷기 전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혼자보다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게 낫다. 가급적 워킹화를 신는 것을 권하지만 발이 너무 꽉 끼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