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어릴적 추억 소환한 ‘솔푸드’
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만두의 ‘군만두’. 석창인 씨 제공 |
경기 수원은 큰 하천도 없고 대형 저수지도 없는 전형적인 물 부족 지역입니다. 그런데 수원(水原·물골)이란 명칭을 신도시 이름으로 확정한 사람은 정조의 하명을 받든 다산 정약용이었답니다. 신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써 신도시를 건설했는데, 물 부족 때문에 기근에 시달린다면 왕의 체통이 말이 아닌지라 이름으로나마 가뭄을 예방하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은 아닐까요? 그런 까닭인지 제가 수원에 반세기 이상 사는 동안 큰 가뭄이나 물난리가 난 기억이 없습니다.
이름에 관해 그런 유래를 가진 도시에 ‘수원(壽園)’이라는 중국집이 있습니다. 무병장수를 비는 의미에서 목숨 ‘수’, 동산 ‘원’자를 썼으니 결국 ‘장수만세 마을’을 뜻합니다. 이 집 메뉴에는 짜장면이나 짬뽕이 없습니다. 겨울철엔 굴탕면(석화탕면)을 냅니다만, 평소 국물이 있는 유일한 면요리가 우육탕면입니다. 지인들과 점심을 먹으러 이곳에 가면 일단 군만두 한 접시부터 비우고 우육탕면을 주문하는 것이 저만의 규칙이지요. 그렇다고 제가 처음부터 만두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김치만두와 가자미구이는 가급적 눈길조차 주지 않는 버릇이 몇 년 전까지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 방과 후에 집에 오면 쉴 대로 쉰 김장김치를 다져 속을 채운 만두가 항상 기다리고 있었고, 가자미구이는 하숙생활 4년 내내 식탁에 올라왔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릴 때의 추억을 소환한다는 솔푸드와 ‘이것만은 제발’ 하고 고개를 가로젓게 하는 음식은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만두 트라우마’를 말끔하게 치유해준 식당이 바로 ‘수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만두라고 통칭하여 부르지만 중국에선 크게 만두, 교자, 포자로 나누어 부릅니다. 제갈공명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알려진 만두(饅頭·만터우)는 ‘앙꼬(팥소)’ 없는 찐빵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고추잡채나 부추잡채를 싸먹는 꽃빵도 만두입니다. 최근엔 제갈공명과 만두가 관련된 전설 자체가 ‘가짜 뉴스’라는 말도 있더군요. 만두에 속을 채우고 껍질이 두꺼우며 오동통하게 만들어 쪄낸 것은 포자(包子·바오쯔)라고 하고, 만두소를 넣고 외피를 얇게 하여 속이 비칠 정도로 만든 뒤 찌거나 구워낸 것을 교자(餃子·자오쯔)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만두를 거의 교자 스타일로 먹는데 마파두부, 탄탄면과 함께 최고 인기의 중국 음식이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화교들이 운영하던 노포 중식당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역습도 그렇고, 가업을 이으려는 후세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하네요. 다시 중국으로 역이주하는 화교들도 늘고 있다니 이러다간 마트의 냉동 만두가 정통 만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짝 두렵습니다.
- 수원만두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8번길 6. 각종 만두 7000원
- 오구반점 : 서울 중구 수표로 60, 02-2267-0516. 물만두 6000원
- 취천루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9. 물만두, 군만두 9000원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