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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으면 부서가 안 돌아간다고? 승진은 기대하지 마라

승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 없으면 부서가 안 돌아간다고? 승

승진은 직장인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다. 승진시즌마다 술렁이는 직원들과 떠도는 온갖 소문과 정보들은 바로 그러한 관심도의 방증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승진할 수 있을까. 먼저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당신은 현재의 보직에 꼭 필요한 인재인가? 만약 당신이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다면 우선은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조직의 ‘전략적 인사 관리 대상’이 아니라면 오히려 당신의 다음 승진 확률은 낮아질 수 있다. 조직의 일반적인 속성 중 하나가 ‘보직을 자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모든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돌아가기를 바란다. 유고나 사고 또는 고객이나 내부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경영진 입장에선 잘 돌아가는 기존 시스템은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승진의 기술1: 후임자 육성

당신이 조직에서 꼭 필요한 인재이고, 그래서 더더욱 몇 단계 더 승진하려는 야심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으로 후임자를 양성해야 한다. 본인의 후임자를 육성한다는 것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조직은 현재 직위를 유력한 후보자에게 맡겼을 때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특정 대상자의 부서 이동이나 승진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이다.


특히 중간관리자급에서 이와 관련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후임자를 육성해야 승진을 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 후임자를 양성하는 사람은 그만큼 본인의 경력 관리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조직은 그런 사람을 눈여겨본다. 하지만 후임자 육성에 관심을 두는 직장인은 실제로 많지 않다. 다수의 최고경영자는 본인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좋은 실적을 올렸는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와 관련한 성공스토리를 말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그러한 최고경영자 중에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 임직원이나 후임자를 육성했는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사람들이 그래서 승진의 ‘숨겨진 비밀’, 즉 후임자 육성이 갖는 의미를 생각보다 잘 모른다. 특히 지금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유연한 인재들이 모여 유연하게 일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더 그렇다.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놓고 그들을 활용해 일하는 것이 성과 향상과 승진을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필자는 미국계 글로벌 기업 커민스의 한국 투자법인인 커민스코리아와 커민스 중국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그리고 인도계 글로벌 기업 타타그룹의 한국 투자법인인 타타대우상용차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거치면서 글로벌 기업일수록 후임자가 없는 경우 보직 이동을 통한 승진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만약 후임자가 없는데도 조직 혹은 상사에게 보직 이동이나 승진을 요청하는 경우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후임자 육성은 따라서 당신의 자리에 대한 위협요소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이동이나 승진을 위해 필요한 경력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점점 글로벌화하고 있기에 이는 좋은 조언이 될 것으로 본다.

승진의 기술2: 통합형 인재 되기

에르미니아 이바라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질문은 ‘나는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전공에 기반을 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대해 전문가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재다. 다시 승진을 원하는 임직원의 입장으로 돌아와 보자. 예전에도 그랬지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는 ‘통합형 인재’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원하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법은 ‘통합적인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 한국 책임자들도 이런 ‘통합형 인재’들이었다. 대학에서의 전공이 무엇인지, 회사 경력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 조직에서 여러 부서와 지역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통합적이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재가 돼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넓은 직장에서 좁은 전공에 집착하다 보면 안목을 키울 수 없다. 당연히 승진도 어려워진다. 필자는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공학 전공을 연구소 생활 3년 만에 자발적으로 버렸다. 경영진으로 커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향을 잡고, 제품 기획부서로, 그 다음엔 해외마케팅 부서로 이동했다. 당연히 쉽지 않았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경력 진화’의 과정이었다. 평소 충실히 후임자를 육성했고, ‘나를 보여줄’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잡았다. 후임자 육성, 통합적 관리능력 키우기. 이 두 가지만 확실히 기억해도 승진의 길은 좀 더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김종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jskim@assist.ac.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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