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운동하니 성량 풍부해지고, 성악할 때 여유도 생겼죠”
변여진 씨가 서울 중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근육운동을 시작한 그는 한동안 운동을 소홀히 하면서 척추협착증까지 왔지만 다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바로 세운 뒤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소프라노 변여진 씨(65)는 사실상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1970년대 후반부터 헬스클럽에 다니며 근육을 키웠다. 교수님들이 운동을 강조했기 때문에 좋은 목소리를 위해 헬스클럽에서는 사실상 ‘홍일점’으로 주목을 받으면서도 계속 땀을 흘린 것이다. 그는 “엄정행 선생님이 배구선수 출신이었고 주위를 살펴보니 진짜 건강한 분들이 성량도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몸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테니스도 쳤지만 주로 근육운동에 집중했다.
“성악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교수님들께서 좋은 목소리를 내려면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그래서 젊었을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결혼하고 남편 뒷바라지하다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 다시 성악을 공부할 때 느꼈습니다. 정말 근육이 잡히니 목소리도 좋아진다는 것을….”
변여진 씨가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변여진 씨 제공 |
변여진 씨가 로프운동을 하고 있다. 로프를 아래 위로 일정 시간 흔드는 운동은 유산소운동이면서 상체와 코어 근육을 잡아준다. 변여진 씨 제공 |
변 씨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는 바람에 성악공부는 이어가지 못했지만 근육운동은 계속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이면서도 1996년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던 그랜드백화점 스포츠센터가 개최한 헬스 체력왕 대회에 나가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 일이 바빠지면서 내조에 집중하느라 몇 년 동안 몸만들기를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바로 탈이 났다.
“배가 나오고 살도 찌면서 늘 컨디션도 좋지 않았어요. 결국 54세쯤에 척추 협착증 판정을 받았어요.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저려서 걷지를 못할 정도였죠.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가급적 수술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먼저 많이 걸었고 다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죠.”
변여진 씨(왼쪽)가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인 아들 노희관 씨의 지도를 받고 있다. 변여진 씨 제공 |
과거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 인지 바로 몸이 좋아졌다. 변 씨는 “처음엔 허벅지와 허리 강화에 집중했다. 몸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아야하는데 운동을 몇 년 쉬었더니 허리와 허벅지 근육이 약해서 허리 협착증이 온 것이다”고 했다. 그 때부터 전문가의 PT(Personal Training)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었다. 한번 아프고 나니 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변 씨는 “당시 갱년기도 왔었다. 남편은 잘 나갔지만 난 그동안 뭐했나하는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게 운동이다. 건강에 운동을 필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변 씨는 몸이 다시 좋아지자 추계예술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성악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젊었을 땐 느끼지 못했던 운동 효과를 제대로 체득한 것이다. 그는 “성량도 풍부해지고 노래를 부르는 여유도 생겼다. 몸이 건강하니 자신감도 생겼다. 젊은 학생들이 나를 보고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몸이 건강하니 목소리가 잘 나온다 교수님들도 칭찬했다. 그 때 공부를 다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소프라노 변여진 씨가 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변여진 씨 제공 |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변 씨의 뒤늦은 성악공부와 성과에 대해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기 존중감이 상승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실장(운동생리학)은 “나이들 수록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근육운동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운동으로 배출된 성장호르몬은 몸속의 아미노산이 근육과 뼈, 조직 등을 재합성하게 촉진한다. 우리 몸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근력운동이 유산소운동보다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2015년 혼자 12곡을 불러야 하는 대학원 졸업 독창회도 잘 마쳤고, 음악회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집안일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 생겨 노래 부르기를 또 접어야 했다. 변 씨는 “뒤늦게 대학원에서 가서 내가 소프라노의 자질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변 씨는 요즘도 주 2회 PT를 받으며 주 4~5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운동시간은 매번 2시간 이상이다. 그는 “월요일에는 하체, 화요일엔 등, 수요일엔 쉬고 목요일에는 가슴 등 상체, 금요일에는 복근 등 코어운동을 한다. 이렇게 부위별로 돌아가면서 해야 근육 피로도를 줄이고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변여진 씨가 서울 중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변 씨가 하는 방식을 분할 웨이트트레이닝이라고 한다. 분할법은 신체를 여러 부위로 나눠서 운동하는 것으로, 2, 3, 4, 5분할 등이 있다. 큰 근육인 가슴, 등, 하체를 중심으로 팔과 어깨 근육을 덧붙여 진행한다. 예를 들어, 2분할은 상체와 하체로 나눠서, 3분할은 가슴 근육과 팔삼두근을 묶어 하루, 등 근육과 팔이두근을 묶어 하루 그리고 하체 근육과 어깨 근육을 묶어 하루 운동하는 식이다. 분할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련한 근육에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면서 근육 훈련 빈도도 높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운동과 운동 사이 신체를 분할해 운동하면 매일 운동을 해도 각 근육별 회복 기회를 적절히 줄 수 있다고 한다.
변여진 씨가 덤벨을 들고 런지를 하고 있다. 변여진 씨 제공 |
변 씨는 보디빌더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노희관 씨(39)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노 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뒤 보디빌더 겸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변 씨는 “뭐 남들이 다하는 공부보다도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길 바랐는데 잘 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했다. 그는 서울 집근처(양재동) 헬스클럽에서도 운동하지만 아들이 운영하는 VVS GYM(경기도 광명)도 자주 찾아 직접 PT를 받기도 한다. 아들 희관 씨는 서울 부모님 집을 찾아서 어머니의 몸 상태를 체크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한다고.
변 씨는 근육운동이 재미있지만 하기 싫을 땐 ‘아쿠아로빅(물속에서 하는 에어로빅)’을 하기도 한다. 남편과 함께 도봉산, 청계산 등 수도권 산을 오르기도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0여 년 전 고생했던 척추 협착증도 사라졌고 모든 성인병 수치도 정상이다.
변 씨는 “이젠 각종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올해로 78세인 임종소 님도 75세에 대회에 출전해 입상했더라. 나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2019년 6월 6일자 본 칼럼에 소개했던 임종소 씨는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한 뒤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변 씨는 “임 선생님보다 10년 넘게 젊은데 도전하지 못할 게 뭐가 있냐”며 활짝 웃었다.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7)은 변 씨에 대해 “기름만 바르면 된다”고 평가했다. 보디빌딩계에서 바로 대회에 출전해도 된다는 의미다. 창 원장은 “관리를 잘 해서인지 각 부위 근육이 고르게 잘 발달해 있다. 나이 들면 관리하기 힘든 복근만 조금 더 만들면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변여진 씨가 서울 중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덤벨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변 씨와 창 원장은 그랜드백화점 스포츠센터 헬스 체력왕 대회 때 잠시 인연이 있었다. 당시 대한보디빌딩협회 임원이었던 창 원장은 머슬 & 피트니스란 보디빌딩 잡지도 발행하고 있었고 체력왕 대회에 나온 변 씨를 취재해 잡지에 게재한 인연이 있다. 변 씨는 “창 원장님이 그 때 잡지에 낸다고 해서 남편이 싫어할까봐 거절했다. 그런데 나중에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쿨하게 해보라고 해 잡지에 두 달에 걸쳐 나갔다”고 회상했다. 변 씨는 ‘100세 시대 건강법’ 인터뷰 및 사진촬영을 위해 코치아카데미를 방문하면서 오랜만에 창 원장과 재회하게 됐다. 창 원장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고 또 좋은 성적이 나오면 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며 대회 출전을 적극 추천했다.
변 씨는 말했다.
“주변에서 운동을 등한시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제 또래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만 관리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전 운동의 즐거움과 효과를 일찌감치 알게 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몸 만들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겁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