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현실이 될 '백두산 폭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백두산 폭발, 이거 정말 실화야?
한반도 역사의 뿌리가 되는 백두대간, 그곳의 시작점인 백두산이 최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락내리락했다. 바로 ‘백두산 폭발’이라는 주제였다. 백두산은 지하에 거대한 마그마를 품고 있는 활화산이며 언제든지 폭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위협적인 존재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화산 분화 움직임이 잇따라 관측되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 얼마나 큰 규모로 폭발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분명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라는 것에 입을 모으고 있다. 정말 백두산이 당장 내일이라도 폭발하게 되면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활화산 그리고 백두산
우리는 백두산을 활화산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화산을 의미한다.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문명기가 시작되는 1만 170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 화산 분화 기록이 있을 때 활화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백두산은 땅속에 끈적끈적한 유문암 질의 마그마를 품고 있는 것이 확인된 활화산이다. 이 마그마의 에너지가 계속해서 축적되다가 어느 시점 발산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화산 폭발이다.
과거 백두산의 화산 폭발
사진 : EBS '다큐프라임' |
백두산이 백두산으로 불리게 된 것은 서기 946년 이후부터다. 당시 화산 폭발로 인해 멀리서 봐도 흰 화산재가 보인다는 산의 뜻으로 백두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 폭발은 밀레니엄 대분화라고 불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지구에서 일어난 화산 분화 규모 중 6번째로 꼽히고 1만 년 이래에서는 지구상 가장 큰 규모의 분화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 분화지수로 따지면 7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이 폭발로 인해 450km 떨어진 개성에서도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고 무려 1,000km 떨어진 일본에서도 화산재 구름이 목격됐을 정도였으며 화산재가 그린란드 빙하까지 날아갔다고 전해진다. 당시 폭발의 규모를 예상했을 때 한반도 전역을 1m 두께로 덮을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분출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분화는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 양의 1,000배 이상 규모다. 이후 소규모 분화를 계속해 왔고 마지막 분화가 1903년에 일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화산 폭발 나라
일명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 주변으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다. 지각 변동이 활발한 판의 경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규모가 큰 지진의 81%는 이곳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 화산 폭발이 일어난 곳도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높이 3142m의 아궁 화산으로 50여 년간 잠잠하다가 2017년 하반기 폭발해 그 해 11월에는 대대적으로 화산재를 뿜어냈다. 2019년 4월 21일 다시 폭발하면서 2km 높이까지 연기 기둥이 솟아났다. 앞서 4월 16일에는 일본 규슈의 아소산에서 화산활동이 증가해 연기가 200m까지 치솟았다.
강력했던 역대 화산 폭발
직접 목격하고 기록에 남겨진 사례 중 가장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던 것은 1815년 탐보라 화산이다. 946년 백두산 폭발과 비슷한 규모의 폭발로 인해 7만여 명이 사망했고 막대한 양의 화산재로 인해 태양 복사 에너지까지 차단하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나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이듬해 북반구 기온은 급 하강했고 6월 미국 북동부 지역에는 눈 폭풍이, 캐나다에는 30cm의 눈이 쌓였다. 7~8월까지 강과 호수가 얼어 있는 곳도 발견될 만큼 이상기후를 가져왔다.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섬의 폭발로 인해 36,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당시 폭발음이 너무 커서 반경 16km 이내의 사람들 고막은 터졌고 3,000km 떨어진 호주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2010년 아이슬란드에서도 규모 4의 화산이 폭발했다. 막대한 화산재 분출로 인해 유럽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고 17억 달러에 이르는 피해액이 발생했다.
백두산의 화산 폭발 징후
사진 : YTN '한반도 화산은 살아있다' |
2002년부터 2005년 사이 백두산 천지 근방에서 화산 지진이 3,000회 이상 일어났다. 특히 2003년에서 2004년에는 한 달에 240번 이상, 시간으로 따지면 3시간에 1번꼴로 지진이 발생한 셈이다. 당시 영상을 확인해 보면 백두산 장백 폭포 아래 지열 지대의 물웅덩이에서는 계란이 익고 온천수 수온이 섭씨 8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백두산의 높이가 10cm 정도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지진 횟수가 잦아지고 가스를 분출하고 있다고 한다.
백두산 폭발 피해 예상 시나리오
천지에 20억 톤의 물이 저장되어 있는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제일 먼저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화산재와 화산가스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과거에 일어났던 밀레니엄 대분화의 1% 정도만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동북부 전역에 발생할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만약 946년과 같은 대폭발과 같은 규모로 폭발한다면 1815년 탐보라 화산 폭발 후 전 세계 인류가 겪었던 재앙이 똑같이, 아니 그보다 몇 배의 끔찍한 재앙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
사진 : YTN '한반도 화산은 살아있다' |
백두산 폭발이 일어난다면 언제, 그리고 얼마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인가가 가장 궁금할 듯하다. 일단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속적인 연구와 감시가 있어야 그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폭발의 영향을 예상해볼 수는 있다. 시기적으로 언제 일어나는지에 따라 그 영향도 달라질 수 있는데 4월~6월 사이에는 바람의 영향으로 화산재가 우리나라로 내려올 수 있다. 화산재로 인해 제일 먼저 항공운행이 전면 중단될 것이며 심각한 대기 질 오염으로 인해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노령인구의 사망 위험률이 높아질 수 있다. 만약 화산재가 30mm 정도만 쌓여도 농작물의 90%가량이 파괴될 수 있으며 비닐하우스의 50% 정도는 붕괴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북한에 끼치는 영향
사진 : YTN '한반도 화산은 살아있다' |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해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나라는 당연히 북한이다. 분화와 동시에 천지의 물이 흘러넘치며 대홍수가 시작되고 직후 반경 60km 이내의 주변 지역은 순식간에 용암과 화산재에 파묻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산화탄소까지 분출하게 되면 반경 50km의 사람들은 질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뜨거운 화산 쇄설물이 빠르게 지표를 흘러내릴 것이며 부서진 암석과 화산재가 뒤섞여 마치 홍수처럼 흐르는 라하르의 영향으로 도로, 댐, 전기 등 모든 것이 마비될 것이다. 화산 폭발로 그 이후에는 상당한 생태계 변화와 토양 침식, 호흡기 질환 등도 예상해볼 수 있다.
주변국에 끼치는 영향
사진 : YTN '한반도 화산은 살아있다' |
백두산을 둘러싸고 있는 중국 역시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와 화산재, 화산 쇄설물과 라하르로 인해 인근 지역이 초토화될 수 있다.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은 큰 영향이 없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백두산과 일본의 화산대는 해저지형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거 1702년 백두산이 분화하고 다음 해 일본에서 해일이 발생하면서 5,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을 보면 백두산의 폭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지 몰라도 이후 어떤 재해가 다가올지는 예상할 수가 없다.
백두산 폭발 연구 실태와 앞으로의 방향
사진 : YTN '한반도 화산은 살아있다' |
우리나라도 화산 폭발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직접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 보니 중국 측으로부터 데이터 자료만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1999년부터 백두산 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나 정확한 연구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백두산 화산 분화 예측의 신뢰성을 높이고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백두산 폭발에 대한 보도들이 쏟아졌고 터지냐 마냐에 대해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활화산인 이상 폭발할 확률은 100%라고 말한다. 폭발 가능성은 없지만 다만 언제, 어떤 규모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며 남북 공동연구와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측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인혜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