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여름의 맛
훌쩍 올라간 수은주, 후덥지근한 바람에 자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초여름. 이럴 땐 무조건 얼음 동동 시원한 육수 베이스의 메뉴들이 우선이다. 말해 뭐해, 맛도 쏘~쿨하다!
▶봉평의 맛 그대로, 동천동 ‘강원도 막국수’
멀리 강원도까지 갈 필요 없다는 단골들의 전언. 물 막국수(1만 원)와 비빔 막국수(1만 원)가 대표 메뉴다. 비주얼은 여느 국수집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면을 비벼보면 안다. 비빌수록 반질반질 윤이 나는 담백한 메밀 면의 찰진 졸깃함,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의 다진 고기 토핑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맛을. 똑 떨어지는 매콤한 간은 자극적인 일반 비빔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능한 가위로 자르지 말고, 식초나 겨자 또한 넣지 말고 먹어보라는 게 주인장의 조언이다. 메밀 고유의 향을 제대로 느끼며 먹기를 권하는 식당의 부심이 있는 곳으로, 얇게 부쳐 나오는 담백한 메밀 부침(1만 원)과 싸먹는 비빔국수도 별미다.
위치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 26 중앙빌딩 1층
운영 시간 11:00~19:40 *1·3번째 월요일 휴무
▶기분까지 보송해지는 일식 가정식, 부암동 ‘명란식당’
테이블 1개, 의자 6개가 놓여진 한 평 남짓한 부암동의 작은 식당. 식당 상호처럼 명란을 주재료로 다루는 식당이다. 명란 오니기리(4000원), 아보카도 명란 밥(9000원) 등 1만 원 이하의 소박한 일식 식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중 단연 인기 메뉴는 명란 오차즈케(9000원). 살짝 구운 명란에 찻물을 넣어 먹는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그 맛은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맛이다. 따뜻한 찻물도 좋지만 여름철에 맞춰 얼음 한 덩어리 넣어 먹는 오차즈케는 이마의 땀방울을 식혀주는 바람처럼 잔잔하게 시원하다. 감성 가득한 한국판 카모메 식당이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40-1
운영 시간 12:00~19:00(브레이크타임 15:00~17:00) *월요일 휴무
▶중국냉면이 생각나는 계절, 서초동 ‘부라문’
중식당에 ‘중국냉면 개시’ 문구를 써놓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여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이 메뉴는 그래서 이맘때 먹어야 제 맛이다. 평양, 함흥 각자 취향의 냉면 스타일이 있지만 이 중국냉면(1만 원)은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겨자와 땅콩 소스를 넣어 이색적이다. 시원한 육수에 어우러진, 코가 찡하는 톡 쏘는 겨자의 매운맛을 감싸주는 땅콩소스의 달콤함. 이것들이 오묘한 맛의 하모니를 연출하며 금세 마니아를 만들어 낸다. 부라문 특유의 담백한 오향장육과 오도독 씹히는 해파리, 갖은 야채들을 면에 돌돌 함께 말아 먹는 맛 역시 마찬가지. 인기 메뉴인 가지 탕수육(중 1만6000원, 대 2만4000원)을 뒤로 할 만큼 여름철엔 중국냉면이 정답이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52길 9 1층
운영 시간 11:00~22:00
▶초여름 일등 메뉴 물회, 영종도 ‘선녀풍 본점’
어지간한 매스컴엔 다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물회 대표 맛집 중 하나다. 싱싱한 해산물과 새콤달콤한 양념은 더위로 달아난 입맛 소환하기에 딱 좋다. 등장하는 푸짐한 해산물 양에 놀라고, 그 싱싱함에 감동한다. 사실 어지간한 웨이팅을 감수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선녀풍 물회에선 기본 1시간 이상의 기다림이 필수다. 그럼에도 인기 있는 비결은 바로 맛 때문.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바로 인정하게 된다. 1인이 먹기 좋은 선녀 물회(2만 원), 낙지가 추가된 낙지 물회(3만 원), 전복과 해삼, 낙지가 모두 포함된 황제 물회(소 3만 원, 중 6만 원, 대 7만5000원)는 모두 소면과 함께 나온다. 여느 식당에서 나오는 물 반, 해산물 반인 달짝지근한 물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거의 모듬회 수준으로 대접 가득 수북하게 나오는 해산물은 비비기 전에 회만 그대로 먹기를 추천한다. 어느 정도 먹은 후 깔려 있는 양념과 비벼 먹고, 그 이후 소면 투척. 후루룩 비빔국수 맛으로 즐겼다면 이제 마지막 만찬, 찬밥말이이다. 이렇게 4단계로 마무리하면 완벽한 한 끼 식사가 끝. 한두 시간이 훌쩍 넘는 웨이팅이 두렵다면 포장해서 바닷가에서 먹는 것도 좋다.
위치 인천시 중구 용유서로 272
운영 시간 11:30~21:00 *월·화요일 휴무
[글과 사진 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