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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조선일보

‘CES 2021’ 화제 영상 중 한 개만 고른다면 이것! [최원석의 디코드]

※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지난주 온라인으로 공개된 ‘CES 2021’에서 단 한 개의 영상만 추천한다면, 단연 이걸 고르겠습니다.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모빌아이(MobilEye) 공동창업자 겸 CEO와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인공지능(AI)에 관해 대담한 34분짜리 영상입니다. 향후 5년간 벌어질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30분을 투자한다고 할 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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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fDiivbomPHA


하나만 더 꼽는다면요? 특히 자율주행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는데 1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면, 역시 샤슈아 CEO가 CES 2021 에서 한 모빌아이 자율주행기술 로드맵 발표를 꼽겠습니다. 1시간 2분짜리이고요. ‘2021 CES: 암논 샤슈아 교수와 함께 하는 (자동차) 보닛 아래쪽 이야기(2021 CES: Under the Hood with Prof. Amnon Shashua)’가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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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B7YNj66GxRA&t=188s


1) 우선 ‘모빌아이’가 어떤 곳인지 설명드리고요. 2) 다음으로 샤슈아라는 인물을 논해 보겠습니다. 3) 그의 CES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요약해보고, 4) 마지막으로 토머스 프리드먼과의 대담 내용에서 핵심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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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빌아이는 어떤 회사인가?


모빌아이는 이스라엘인 암논 샤슈아가 1999년 창업한 자율주행기술·반도체 기업입니다. 2017년 인텔에 무려 153억달러(약 17조원)에 팔려 화제가 됐지요. 모빌아이는 완전자율주행의 전 단계인 주행보조기술(레벨2, 레벨2 플러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모빌아이의 경쟁력을 얘기하기 전에 자율주행의 단계를 떠올려 보죠. 관련 기술이 안 들어간 레벨 0부터 완벽한 자율주행인 5까지 총 6단계로 구성됩니다. 중요한게 ‘레벨 2’와 ‘3’의 차이인데요. 레벨 2는 스티어링휠·페달에서 손발을 떼도 차가 일정 조건에서 알아서 가는 단계입니다. 운전자가 주시하다가 이상이 감지되면 즉각 개입해야 합니다. 레벨 2에선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지요. 자율주행이라는 말 대신 ‘주행 보조’ 정도의 용어를 씁니다.


레벨 3는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주행을 맡고 운전자는 필요시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차’입니다. 레벨 3를 본격 자율주행의 시작으로 봅니다. 현재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자율주행차 단계는 레벨 2, 혹은 레벨2보다는 높지만 3에는 미치지 못하는 2플러스까지입니다.


현재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인 레벨 2 혹은 2플러스 시장의 최강자가 바로 모빌아이입니다. 관련 기술과 칩 시장에서 압도적 1위입니다. 현대차를 포함해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모빌아이의 기술을 사다 씁니다. 모빌아이가 뛰어난 이유는 시판된 차에 장착된 자사 시스템을 통해 막대한 주행데이터를 수집해 기술 향상에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모빌아이는 2022년까지 전 세계 1400만 대의 차량에서 주행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입니다. 이런 규모의 축적이 가능한 회사는 전세계에서 모빌아이뿐입니다. 테슬라는 이 과정을 수직통합하고 있어 더 정밀한 개발이 가능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깐 자사 차량 숫자가 130만대 정도에 불과하지요.


◇2) 암논 샤슈아는 누구이고 어떤 시사점이 있는가?


자율주행·AI 세계에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스타이지만, 모빌아이의 샤슈아도 그에 못지 않은 대우를 받아 마땅합니다. 샤슈아라는 인물이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21세기형 리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뿐 아니라, 한국의 기업가정신, 특히 ‘공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깊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컴퓨터사이언스로 석사까지 마치고, 1993년 MIT에서 AI·인지과학으로 박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귀국해 예루살렘의 히브리대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일했지요. 그러다 1999년 모빌아이를 공동창업했고, 2014년 뉴욕증시에 회사를 상장해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이후 인텔에 넘겼지만, 여전히 CEO 역할을 맡고 있지요.


샤슈아는 글로벌 기술기업의 CEO이자 초일류 엔지니어인 동시에, 시대가 원하는 철학자·교육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처럼 AI와 자율주행을 직접 개발하는 현업의 톱클래스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서 우리가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지금도 히브리대 컴공과 교수입니다. CES에서 발표할 때도 모빌아이 CEO 직함 대신 ‘프로페서 암논 샤슈아’라는 타이틀로 나옵니다. 즉 교수 출신으로 기업을 일궈 억만장자가 됐지만, 여전히 후학을 가르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기업가인 동시에 최고의 현직 교육자인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기업과 학교 간 ‘연결’에 대해 큰 시사점을 줍니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은 매일같이 기술의 전쟁터에서 싸우며 지식을 축적한 기업인들로부터 배우고 소통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합니다. 반대로 일부 대학 교수들은 현업에서 떨어져 어쩌면 뒤떨어지고 죽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샤슈아 CEO를 보면 아주 큰 시사점이 있지요. 전세계에서 자율주행기술로 가장 큰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을 이끌면서, 이번 CES에서 보여주듯 전력을 다해 최근의 기술트렌드와 모빌아이 성과에 대해 외부에 알립니다. 이 뿐 아닙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토머스 프리드먼 같은 일급 논객과 대담할 때도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프리드먼을 지적으로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런 사람이 이끄는 기업을 투자자·소비자들이 성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또 샤슈아 교수에게 배우고 그와 소통할 수 있는 학생들은 앞으로 세상에 나가 또 어떤 많은 일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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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ES 2021에서 샤슈아 CEO가 밝힌 모빌아이의 자율주행기술 로드맵


자율주행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 가장 업데이트되고 정제된 정보를 이 분야 최고 인물로부터 듣고 싶다면 말입니다. 유튜브에서 ’2021 CES: 암논 샤슈아 교수와 함께 하는 보닛 아래쪽 이야기'를 검색해 들어보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도 없을 겁니다. 다음은 요약입니다. 메모 형식으로 정리할텐데요. 요약을 보시는 것도 좋지만, 1시간짜리 전체 동영상을 차분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0년 모빌아이는 전년보다 10% 정도 성장. 이미 출하된 모빌아이 기반의 자동차는 누계 3620만대에 달함.


-모빌아이 비즈니스는 ADAS(주행보조)용 반도체 제품, REM(Road Experience Management) 등의 데이터 비즈니스, 자율주행 솔루션이란 3개 기둥으로 구성.


-2025년에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자율주행 솔루션 제공. 많은 이들이 구입 가능한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을 것.


-카메라만으로 구현한 새로운 자율주행 시스템 소개. 7개의 카메라(메인 1개, 장거리1개, 리어1개, 사이드 4개)와 4개의 주차용 카메라 사용.


-이미 이스라엘 예루살렘, 독일 뮌헨, 미국 디트로이트의 공공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 테스트 중이며, 향후 도쿄·상하이·뉴욕의 공공도로로 확대 예정.


-REM을 이용해 만드는 고정밀 3차원 지도를 글로벌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현 시점에서 모빌아이뿐. 2016년부터 개발. 지도는 매일 갱신. 닛산·BMW·폴크스바겐 등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참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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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샤슈아와 프리드먼의 AI 관련 대담


마지막으로 이번 CES 2021에서 하나만 봐야 한다면 꼭 보셨으면 하는 동영상입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무료로 배포돼 있지만 정보의 가치는 값으로 따지기 어렵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샤슈아 CEO가 프리드먼이라는 당대의 논객과 대담하면서도 오히려 프리드먼을 압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프리드먼 얘기도 훌륭하지만, 그보다는 샤슈아의 얘기에 훨씬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당연하지요. 자율주행과 AI 관련 최고의 기술회사 창업자 겸 CEO인데다가 인문학적 성찰능력까지 갖춘 분이니까요. 21세기에 철학과 사회를 논의하려 할 때 컴퓨터와 AI에 대한 고도의 이해력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느꼈습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2017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율주행시스템이 모든 AI프로젝트의 모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샤슈아 CEO처럼 자율주행 개발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AI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궤뚫게 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대담은 원격으로 진행됐지만, 마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더군요. 샤슈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프리드먼은 미국 동부에서 임했습니다. 샤슈아 얘기에 집중해 메모 형식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요약을 보시는 것도 좋지만, 역시 34분짜리 전체 동영상을 차분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컴퓨터가 도구 이상의 것으로 변신하고 있다. 컴퓨터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컴퓨터가 당신 일상에 아주 깊은 영향을 미칠 테니까.


-두가지 예를 들겠다. 첫번째, 당신이 실제 세상에 배치된 컴퓨터를 가졌다고 치자. 컴퓨터는 세상과 소통할 것이다. 그리고 이 컴퓨터가 인간과 소통을 통해 자신의 기능을 최적화하려고 한다고 쳐보자. 그럼 이 컴퓨터가 인간의 관심사를 이해할까? 인간의 가치를 이해할까?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챗봇을 만든다고 쳐보자. 미래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 챗봇이 스스로 최적화해 나갈 수 있도록 보상 기능을 넣어보자. 그 보상 기능이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도록 하는 이타적인 어떤 것이라 생각해보자. 그래서 컴퓨터가 사회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상상해보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컴퓨터가 사람들의 IQ를 낮추면 그들의 걱정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파악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것이고, 그것이 이타적인 것이라 판단한다면? 이것은 엔지니어로서 우리가 AI를 프로그래밍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당장 나타나는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 사람들의 IQ가 낮아지기까지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 왜냐하면 컴퓨터가 나를 설득시켜려 할 테니까.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려 합니까? 맥주 마시고 가서 즐기세요. 더 나아지고 발전하려고 기를 쓸 필요 없어요’라며 설득하려 할 것이다. 이런게 반복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점점 더 멍청해질 것이다. AI는 좋은 의도로 한 것이지만, 나중에 우리는 ‘재앙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물론 그걸 알기까지 몇십년은 걸리겠지만.


-AI가 무엇을 할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왜냐 하면 이 AI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자율주행을 들어보자. 우리는 자율주행차가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 믿을 것이다. 로봇 운전자는 인간보다 예측을 잘하고 주의도 흐트러지지 않을거라 믿을 테니까. 하지만 일단 인간 운전자들 사이에 그런 로봇 운전자를 배치하면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럼 당신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런 기계들이 인간의 판단에 보조를 맞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어떻게 믿고 확신할 수 있을지를. 교통법규를 따를 경우에는 그렇게 많은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빨간불이 들어오면 멈추면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여러 의무가 있다. 누가 먼저 갈지 결정하는 것. 내가 통행우선권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상대에게 강요해선 안된다. 다른 운전자가 나에게 우선권을 주지 않으면, 내가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걸 어떻게 코드로 짜고 수학적 공식으로 변환하느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내가 차선을 바꾸려고 할 때에도 바꾸려는 차선이 혼잡할 경우 그 차선의 차를 압박하면 안된다. 인간은 이런 것에 대해 가정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그러한 판단이 무너질 경우 난폭운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기계의 운전이 난폭해지기를 원치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그 기계들에 신중한 것과 난폭한 것의 경계를 정의해 줘야 한다. 모든 것이 수학적으로 정의돼야 한다. 그래서 이것은 가치를 코딩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계와 인간이 공유된 가치를 갖기를 원한다. 도로에는 로봇 운전자만 있는게 아니라 인간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인텔과 모빌아이가 3년 전부터 고민해온 것이다. 우리는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RSS(The Responsibility-Sensitive Safety)라 불리는 이슈다. 우리가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을 규제당국과 협의하길 원한다. 그래서 자율주행에 관련된 플레이어들을 모아 협의체를 만들었다. 인간과 기계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AI시대가 올수록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사람의 지능을 넘어서는 일반인공지능)는 또다른 얘기다. 지금의 AI는 범위가 좁다. 하나의 그리고 유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영어를 독일어로 번역한다든지, 체스를 둔다둔지, 마인크래프트를 한다든지. 이미지나 동영상에서 보행자인지 자동차인지를 인식하는 것, 즉 패턴을 인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다른 분야로 변용되지 않는다. 인간의 방식과는 다르다. 인간은 어떤 기술을 배우면 그 기술을 다른데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을 AGI라 한다. AGI가 언제 출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년 혹은 10년 뒤가 될 수도 있고, 5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영원히 안될 수도 있다.


-충분한 컴퓨팅파워를 갖고 있다면 AGI를 만들 수 있을까? 그건 무차별 대입(Brute Force)에 관한 것이다. 20년 전에 컴퓨터과학자에게 무차별 대입을 얘기했다면, 그 과학자는 당신을 쫓아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아뇨, 우리는 똑똑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요. 무차별 대입 같은건 하지 않을거예요. 우리는 그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관한 이론을 개발할 거예요.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 법칙(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처럼 아주 효율적으로 말이예요'라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딥러닝 시대는 무차별 대입이 말이 된다는걸 보여준다. 알고리즘 관점에서 가장 세련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컴퓨팅파워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몇 년전에는 SF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차별 대입이 AGI의 과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라 말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무차별대입을 훨씬 더 존중한다.


-예를 또하나 들어보겠다. 이 분야에서 새로운 프론티어는 언어다. 이전의 프론티어는 패턴인식이었다. AI는 패턴인식 분야에서 계속 좋아지고 있다. 모빌아이가 하는 것은 전부 패턴인식에 관한 것이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시각적 세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전의 판단과 자율주행을 위해 그것을 해석한다. 하지만 언어는 그 다음의 프론티어다. 복잡한 텍스트를 읽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 컴퓨터가 당신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어떨까? 컴퓨터가 문맥을 이해한다는 것은 상식을 이해하고 시간의 차원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책의 스토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의 아주 많은 것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럼 컴퓨터는 쓸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SF가 아니다. 지난 2년간 진행돼온 일이다. 컴퓨터가 언어를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 2~3년, 늦어도 5년 안에 우리는 컴퓨터가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독해시험은 매우 복잡해서 현재의 어떤 컴퓨터도 이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2년쯤 뒤에는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게 뒬 것이다. 그럼 세상에 공유된 가치를 이 AI와 연계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AI와의 연계를 위한 새로운 레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아직 나도 모르는 새로운 레벨이다.


-사람들은 윤리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AI와 어떻게 공생 협력할 것인가는 여전히 잘 얘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이 문제가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4개월 전에 AI와의 공생에 관해 동료 교수와 논문도 썼다. AI는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따라서 AI와의 공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수퍼 인텔리전스가 출현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시급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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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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