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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사별남인데, 데이트 하실래요” 미국 60·70대女 몰려들었다

ABC TV ‘골든 배철러’ 인기 폭발

조선일보

'황금 독신남(Thd Golden Bachelor)' 남자 출연자 게리 터너. /ABC '황금 독신남' 인스타그램

미국 지상파 방송인 ABC가 지난달 말 시작한 어르신 대상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황금 독신남(The Golden Bachelor, 골든 배철러)’이 등장인물들의 예상치 못한 ‘젊음’으로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이 방송은 2002년 시작한 연애 리얼리티 쇼의 원조 ‘독신남(The Bachelor)’의 어르신 버전이다. 독신남 한 명을 두고 여러 여성이 경쟁하고 마지막에 한 명이 선택된다는 형식으로, 원래는 20~30대들이 출연했다.


‘황금 독신남’은 출연진을 어르신으로 바꿨다. 아내와 사별(死別)한 72세 게리 터너가 ‘독신남’이다. 60~70대 여성들이 그를 두고 경쟁한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시청자를 빼앗긴 지상파 방송이, 그래도 여전히 실시간 방송을 많이 보는 고령층을 잡기 위해 내놓은 승부수였다. 프로그램 제목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장년 독신을 뜻하는 미 관용어 ‘골든 배철러’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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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의 짝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60~70대 여성 출연자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골든 배철러 인스타그램

방송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터너 및 여성 출연자들의 외모가 너무 젊어 보였기 때문이다. 3만명 가까운 지원자 중 선발된 터너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먼저 세상을 뜬 아내를 그리며 눈물을 글썽이곤 하지만 평소 피클볼·골프 등을 즐기며 구릿빛 피부와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옷 잘 입는 중년 남성이라는 뜻의 ‘재디(zaddy)’에 할아버지(granddaddy·그랜드대디)를 합친 ‘그랜드재디(grandzaddy)’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성 출연자들도 날씬한 몸매와 과감한 패션으로 나이를 지운 모습이다. 댄서이자 전 에어로빅 챔피언이라는 64세 레슬리는 자료 화면에서 격렬한 춤을 추며 활력을 뽐낸다. 다른 출연자들도 노출이 심한 금빛 드레스를 입고 초면부터 얼굴을 들이대며 유혹하거나, 짧은 드레스 차림으로 날씬한 몸매를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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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베첼러에 등장하는 여성 출연자들/ABC 유튜브 캡처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81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77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요즘 ‘여든 살은 새로운 마흔 살(80 is the new 40)’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의료 기술 발달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60~70대를 넘어 80대에도 활력 넘치는 삶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 같은 ‘어르신 청춘’ 풍조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나이 든 노년의 모습을 뭔가 잘못된 현상으로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황금 독신남이 나를 겁나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노화가 자연스럽고 좋은 변화라고 보여주는 대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 보기 불편하다”고 평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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