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지구를 날다가 때린다고? 푸틴의 그 핵미사일 진짜였다
서방 정보기관 “개발 사실 확인”
러시아가 지구 대기권 궤도를 수년간 비행하다가 불시에 공격할 수 있는 핵 추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서방 정보 기관이 공식 확인했다. 이 미사일은 하늘에 떠 있다 돌연 언제 어느 지점에서라도 목표물을 향해 날아갈 수 있어 현실화되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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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텔레그래프는 13일(현지 시각)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러시아의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 개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 있는 파이브 아이즈 정보 기관의 브리핑에서 짐 하큰헐 영국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는 예상치 못한 경로에서 타격할 수 있는 아음속(亞音速·음속보다 조금 느린 속도) 핵 추진 순항미사일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 미사일은 핵 에너지를 연료로 해 무한에 가까운 체공(滯空)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브 아이즈는 2012년부터 영국 기지에서 5개국 정보 전문가 700여명을 모아 군 관련 민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분석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3월 국정 연설에서 언급한 신형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니크’로 전해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 미사일을 ‘SSC-X-9 스카이폴’이라 부른다. 푸틴은 당시 “이 미사일은 무제한의 사거리를 가진 완전히 새로운 무기”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을 본격화해 작년 1월 미사일과 관련한 테스트가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 매체 ‘더 워 존’에 따르면 부레베스니크는 음속에 준하는 속도로 지표면으로부터 수백m 안쪽인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날아 기존 위성이 감지하기 어려워 서방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회피할 수 있다. 미사일에 탑재된 소형 원자로가 핵분열 등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미사일은 반(半)영구적 추진력을 얻는다. 미사일은 직경 1m, 길이 10m가량이고, 무게는 1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배치 준비가 완료될 전망이다.
그간 미국 정보 기관들은 적어도 10년 이내 부레베스니크의 실전 배치가 어렵다고 전망하는 등 서방에선 이 미사일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작년 8월 러시아 북서부 뇨녹사의 군사 기지 인근 이 미사일 실험 과정에서 엔진 폭발 사고가 일어나 7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하큰헐 국장은 이날 부레베스니크 개발 사실을 인정하며 “러시아가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과학의 경계를 허물고 국제 조약들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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