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푸드]by 조선일보

탕후루 시들자… ‘중국茶’ 시동 건다

[아무튼, 주말]

대륙의 新茶 잇단 국내 진출

오픈런까지, 지각 변동 관측

“이거 먹어 보고 싶었어.”

한 여성이 음료를 받아 들고는 황급히 빨대를 쭉 빨았다. 금요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카페 골목에 젊은이들이 잇따라 몰려들었다. ‘밀크티’를 마시러 온 식객이었다. 지난 3월 이곳에 문을 연 중국 음료 체인점 ‘헤이티(Heytea·喜茶)’ 국내 1호점. 독특한 재료와 풍미를 앞세워 본토에서는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강자로 거듭난 브랜드, 한국 첫 개점 당일에는 대기 행렬이 매장 바깥으로 구불구불 100m 정도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3일 오후 7시 무렵에도 실내(24평)는 만석이었고 10명 이상 주문 대기가 계속됐다.

◇ 대치·압구정·홍대·잠실까지

조선일보

서울 압구정동에 처음 개장한 중국 대표 밀크티 프랜차이즈 '헤이티' 국내 1호점에 주문 대기 줄이 늘어서있다. /정상혁 기자

‘차바이다오(茶百道)’ 앞에도 어김없이 줄이 길었다. 중국에만 매장 8000여 곳을 운영 중인 버블티 체인점. 더욱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인다. 지난 1월 서울 대치동을 기점으로 홍대,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도 진출했고 곧 잠실에 4호 개점을 앞두고 있다. 대놓고 강한 중국색을 풍긴다. 로고로 판다곰을 사용하고, 중국인 직원을 두고 있으며, 안내판에는 한글·한문이 병기돼 있다. “임산부이거나 영유아·노약자와 동행한 고객이 있다면 줄을 서지 않도록 배려해드릴 수 있게 저희 직원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 명동과 흑석동에는 ‘미쉐(Mixue·蜜雪冰城)’가 문을 열었다. 반중(反中) 정서는 별 타격을 못 주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해 탕후루 열풍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대만 밀크티 ‘공차(貢茶)’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전례가 있는 데다, 해외 여행지에서 접한 뒤 후하게 평가한 소셜미디어 인증이 숱하고, 아이돌 세븐틴 중국인 멤버 준(28) 등 유명인이 즐기는 음료로 입소문까지 탔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최근 푸바오(곰) 현상에서도 증명된 완화 분위기를 타고 중국 기업들이 노를 젓기 시작한 상황 같다”며 “값비싼 재화 소비가 아니기에 정치적 고려가 크게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벼락부자 낳은 대륙의 ‘新茶飮’

조선일보

올해 국내에 진출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바이다오 밀크티(왼쪽)와 매장 내부 풍경. 지난해 매출은 57억위안(약 1조806억원)으로 알려졌다. /차백도코리아

우려낸 찻물을 베이스로 모조 유제품 대신 우유를 섞는 2세대 밀크티를 표방한다. 중국에서 공수해온 찻잎을 매장에서 직접 끓여내는 통에 일반 카페에서는 맡기 힘든 향이 실내에 진동한다. 여기에 오디·망고·코코넛·한라봉 등의 여러 과일 재료로 변주하고 사고야자나무로 만든 ‘사고 펄(Sago pearl)’을 넣는 식으로 젊은 입맛을 겨냥해 진화해 왔다. 새로운 차음료, 신차음(新茶飮)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체인·프랜차이즈협회(CCFA)가 발표한 ‘2023 신차음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신차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98억위안(약 28조2000억원). 내년에는 2015억위안(약 3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투자 비용 및 강력한 복제성으로 높은 점포 확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버블티에 대한 열정이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최소 6명의 억만장자를 탄생시켰고 잠재적 부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 탕후루의 몰락… 찻잎의 향방은?

조선일보

지난해 열풍이 무색하게 폐업이 속출하는 탕후루 가게. 지난달 문 닫은 서울의 한 탕후루 매장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다만 요식업계는 유행만큼 몰락의 속도도 빠르다. 대표적 사례가 탕후루. 독특한 생김새와 식감을 무기로 지난해부터 10·20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흥행하면서 10여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난립했으나 지금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매장 매도’ 글이 거의 매일 올라오는 형국. 한 배달 기사는 “작년만 해도 탕후루 배달 요청이 하루 서너 개는 됐는데 지금은 한 달에 서너 번 있을까 말까”라고 했다. 건강 문제도 한몫했다. 과일에 설탕을 묻힌 간식이기 때문. 업체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왔을 정도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마다 단맛 대신 ‘건강한 맛’을 내세우는 이유다. 다만 스타벅스 등 기존 대형 카페마다 ‘논커피’ 메뉴를 늘리고 밀크티 등 여러 차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은 고려 사항이다. 시장이 커질수록 ‘저가 경쟁’도 예상된다. 경기 불황으로 중국 업계에서는 이미 ‘9.9위안’(약 1900원) 경쟁이 불붙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밀크티 한 잔에 20~30위안은 정말 싫다(真的讨厌二三十块叫一杯奶茶钱)”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점은 더 비싸다는 사실. 기자가 압구정동에서 마신 중국 밀크티는 한 잔에 6900원(약 36.5위안)이었다.


[정상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실시간
BEST
chosun
채널명
조선일보
소개글
대한민국 대표신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