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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코로나 우울' 잡고, 혀도 잡은 이것

'곱창의 맛'

소 내장은 아재들 회식 메뉴? 2030 여성, 최애 메뉴 중 하나

구이는 기본, 전골까지 점령… 곱창떡볶이·곱창국수도 생겨

소 내장은 회복에 좋은 보양식

양미옥·부산 양곱창 등 인기


화사, 한혜진, 홍진영의 공통점은?


소 내장을 좋아하는 연예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소 내장은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회식 메뉴. 그러나 지금은 닭발, 떡볶이와 함께 젊은 여성들의 3대 '최애' 메뉴로 꼽힌다. 최근 서울 압구정에 문 연 한식주점 '배식당'의 주메뉴도 '곱창 떡볶이', 가로수길 베트남음식점 '마이하노이' 대표 메뉴도 '소곱창쌀국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선 40대 진행자 김성주가 못 먹는 내장 요리를 20대 배우 정인선이 맛있게 먹어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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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 양대창집 '양미옥'의 양은 사진처럼 결의 반대방향으로 잘라서 굽는다. 그래야 질기지 않고 쫄깃쫄깃하며 사각사각하기 때문이다. 대창은 한쪽 면이 눌어붙을 때쯤 뒤집는 것이 좋다. 고춧가루로 밑간을 했지만 맵지 않고 내장 구이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내장은 기본 구이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다양한 곱창 요리를 즐기던 젊은 층이 요즘 선호하는 건 '숯불구이'다. 이들은 "소 내장은 기본이 최고"라며 노포에 몰린다. 대표적인 곳이 양미옥. 을지로와 남대문에 점포를 가진 이곳은 을지로가 '힙지로'로 뜨면서 더욱 인기다.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구호를 외치며 양대창과 술을 붓던 이곳에 젊은 여성들이 모여 인스타그램용 사진과 유튜브용 영상을 찍는 것. 탁현진 양미옥 대표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K팝을 좋아하는 일본 여성 관광객들이 한국식 K곱창이라며 많이 찾았다"고 했다.


이곳의 특징은 빨간색 기본 양념. 잘 손질된 소의 양(위), 대창(대장), 곱창(소장)을 간장과 고춧가루로 밑간해 굽는 것이다. 창업자 탁승호씨가 부산 오막집에서 배워 서울식으로 재해석했다. 지금은 이를 흉내 낸 식당이 많은데, 왜 같은 맛이 안 날까. 탁 대표는 "우리 집 비결은 얼음물"이라고 했다. "내장은 신선도가 가장 중요해 얼음물에 담가놓고 손질해요. 겨울에 손 시리다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갔다 빼는 것도 안 되죠. 내장 손질도 전부 손으로 합니다."


허영만 화백도 '식객'에서 "소내장구이 비법은 손질과 신선도"라고 했다. 이물질 하나 없이 빡빡 씻고, 막과 껍질을 깨끗이 벗겨 내고, 기름기를 제거한 뒤 빨리 구워 먹는 것이 최고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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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옥'의 곱창 전골은 무와 파만으로 육수를 냈다(왼쪽). 곱창이 신선하면 그 자체에서 진한 맛이 나온다. 오른쪽은 '오호리준'의 모쓰나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오호리준

보양 음식이기도 하다. 수술을 받아 기가 허해졌을 때 양즙을 내먹으라고 했다. 비타민과 단백질이 많아 허약한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술 후 혈액 투석을 받을 때 즐겨 먹던 것이 양이다. 부인 이희호 여사의 선택은 곱창전골. 파와 무로 낸 야채 육수에 고춧가루, 소금, 마늘로 간을 하고 곱창을 가득 넣어 끓였다. 역삼동 '부산 양곱창'의 마늘 양대창도 인기다.

회복기 환자에겐 소 내장을 먹여라!

일본에서는 '호르몬'이라고 해서 소 내장을 숯불이나 철판에 구워 먹는다.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가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이라고 꼽는다.


일본이 소내장구이를 '호르몬'으로 부르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버리는 물건이라는 '호루몬'에서 따 왔다는 말. 원래 일본인들은 내장을 모두 버렸는데, 관서 지방에 살던 재일교포들이 가난한 형편에 내장을 얻어와 요리해 먹던 것이 전국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물질 '호르몬'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일본식 호르몬 구이를 내는 곳은 신사동 '오호리준'이다. 13년 전 일본 여행을 갔던 김현준 대표가 소 내장 요리를 맛본 후 대구에 문을 연 이 식당이 서울 등지로 진출했다. 일본식 곱창전골인 '모쓰나베'도 함께 낸다. 광화문 '야마야'도 '모쓰나베' 맛집이다. 간장과 된장으로 간한 전골에 한국식 얼큰함을 더했다. 쫄깃쫄깃 고소한 대창과 대파를 듬뿍 넣어 된장 소스로 볶아낸 '소대창 미소 볶음'도 별미다.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들은 야채 육수에서 푹 끓인 소 내장을 매콤하게 간을 해 빵에 넣어 먹었다. 이탈리아식 주점 '광화문 몽로'에서 파는 '곱창과 소힘줄찜'을 바게트에 올려 먹는 것이 가장 비슷하다. 소의 곱창과 대창, 힘줄(스지)을 토마토소스에 얼갈이배추, 시래기 등을 넣고 끓인 요리로 드라이한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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