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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중식은 기름지다? 편견입니다

‘한국 중식계 代父’ 왕육성 사부의 상하이 미식 동행취재

채식으로 미쉐린 스타 획득한 중식당 & 셩지엔·훈툰 맛집들

중식은 기름지다? 편견입니다

중국식 채식으로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1개(최고 3개)를 획득한 ‘푸허후이’./김성윤 기자

한국에서는 중식이라면 ‘기름지고 느끼하다’ ‘고기요리만 많다’ ‘칼로리가 높고 건강에 좋지 않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등의 인식이 있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미쉐린 1스타 중식당 ‘진진’ 오너셰프 왕육성(65) 사부는 "잘못된 편견"이라고 했다. "한국 중식당에 기름진 튀김·고기요리가 많다면 그건 한국사람들이 그러한 음식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중식은 무궁무진합니다. 튀김뿐 아니라 찌고, 삶고, 데치고, 굽는 등 요리법도 얼마나 다양한데요. 채소요리도 많고요."

담백하고 가벼운 채식 중식당

왕 사부의 말은 상하이에서 쉽게 확인 가능했다. 튀김과 고기요리가 물론 있지만 그 비중이 한국의 중식당보다 훨씬 낮았다. 채소요리도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채소요리는 ‘차오토우(草頭)’. 토끼풀(클로버)을 한국 나물처럼 살짝 볶아서 황주를 뿌려 낸다. ‘무슨 잔디를 내왔나’ 싶었지만 산뜻하면서도 고소한 게 먹을수록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중국 본토는 아니지만 대만 수도 타이베이는 세계에서 채식식당이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도시이다.


상하이도 시내 곳곳 수차이(素菜·채식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이중 푸허후이(福和慧)는 미쉐린으로부터 별 1개를 받았다. 고기는물론 중국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대량 투하하는 인공조미료(MSG)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채소와 콩류, 버섯, 곡류와 그 가공품만으로 온갖 요리를 만든다. 고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채소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채식이라면 고기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아주 잠깐이었지만. 요리 하나하나의 모양과 담음새가 ‘빚어낸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정교하고 아름답다.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도 중국적인 인테리어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요리를 하나씩 주문할 수 없고 코스로 구성된 테이스팅 메뉴로만 맛볼 수 있다. 점심은 2코스(580·880RMB), 저녁은 3코스(580·780·880) 중 선택 가능하다. 와인 등 술 대신 차를 요리에 맞춰 내주는 ‘티 페어링(tea pairing)’ 280RMB. 코스가 끝나갈 무렵 디저트만이 남았을 때 매니저가 다가오더니 "혹시 식사가 부족하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마파두부를 드셔보지 않으시겠느냐"고 점잖게 제안했다. 배가 터질 지경이라도 이 마파두부만은 반드시 드시기를 권한다. 돼지고기 없이 버섯만으로 만들었다는데, "여태 먹어본 마파두부 중 최고"라고 식사를 함께 한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1. 푸허후이(福和慧·Fu He Hui) : 오전 11시~오후 2시·오후 5시~10시30분, 長寧區 愚園路1037號

상하이 거리음식·아침식사

중식은 기름지다? 편견입니다

상하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엔신’인 셩지엔(왼쪽)과 훈툰./김성윤 기자

디엔신(點心)은 식사대용 또는 간식으로 먹을만한 가벼운 음식을 뜻한다. 상하이 대표 디엔신으로는 셩지엔(生煎)과 훈툰(餛飩), 대창국수(大腸麵), 샤오롱바오(小籠包)가 있다.


셩지엔은 한국에서는 흔히 왕만두라고 하는, 속을 채운 커다란 만두의 바닥만을 지진 것이다. 커다란 대야처럼 생긴 전용 프라이팬에 셩지엔을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우고 식용유를 넉넉하게 붓는다. 불을 올리고 뚜껑을 덮으면 바닥이 튀겨지듯 지져진다. 중간중간 부어주는 물과 만두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로 윗부분이 쪄진다. 다 익은 셩지엔은 아래는 바삭하고 위는 부드럽다. 씹으면 육즙이 흠뻑 배 나온다.


상하이에서도 셩지엔 잘 하기로 소문 난 ‘다후춘(大壺春)’을 찾아갔다. 왕 사부는 "반만 발효시킨 반죽으로 만두를 빚었네"라며 놀라워하던 왕 사부는 노련한 요리사답게 이내 그 답을 찾았다. "완전 발효된 반죽은 미세한 구멍이 많죠. 찌는 과정에서 육즙이 흘러나올 수가 있어서 반 발효 반죽을 만두피로 사용하나봐요."


양용진 원장은 "메뉴판에 셩지엔만두(生煎饅頭)라고 써 있네"라며 놀라워했다. 보통 중국에선 속 없이 밀가루만으로 빵처럼 쪄낸 경우에만 만두라고 하기 때문이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는 "예전부터 한반도와 중국 남방의 교류가 많았다더니, 이러한 만두라는 단어 사용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고 했다.

  1. 다후춘(大壺春) : 오전 7시30분~오후 8시, 黃浦區 雲南南路89號

시내 중심인 황푸 지역에 있지만 좁은 골목에 숨듯 자리잡은 ‘산린탕훈툰디앤(三林塘餛飩店)’에서는 훈툰, 대창 등 여러 토핑을 올린 국수를 팔았다. 훈툰은 얇은 피로 작게 빚는 만두로, 국내에는 홍콩에서 사용하는 광둥어식 발음 ‘완탕’으로 더 알려졌다.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훈툰을 평양 왕만두만하게 큼직하게 빚은 훈툰. 대창국수(大腸麵)는 소가 아닌 돼지 대창을 사용한다. 왕 사부는 또다른 훈툰 전문점 ‘셩싱(盛興)이 산린탕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달달하면서도 간간하게 삶은 대창을 국물 없이 국수에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소롱포는 작은 대나무 찜통(小籠)에 쪄낸 만두(包)란 뜻으로, 상하이 대표 관광지인 예원(豫園·위위안) 옆에 있는 난시앙(南翔)에서 1871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난시앙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 번잡한데다, 요즘은 상하이 사람들조차 "대만 딘타이펑(鼎泰豊) 소롱포가 낫다"고 할 정도로 굳이 가서 먹으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딘타이펑은 상하이 시내에 여러 점포를 가지고 있다.

  1. 셩싱(盛興點心店) : 오전 6시~오후 5시, 黃浦區 順昌路528號
  2. 산린탕훈툰디앤(三林塘餛飩店) : 오전 6시30분~오후 6시, 黃浦區 江西中路416號

상하이=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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