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와인·칼스버그… ‘종이병’ 시대가 온다
나무 펄프를 고압 압축, 안쪽은 자연분해되는 식물성 PEF로 코팅
칼스버그가 투자한 스타트업 파보코(PaBoCo)가 개발한 맥주 종이병. 병의 형태는 압축 판지로 만들었고, 안쪽엔 플라스틱 필름을 붙여 내용물이 새지 않게 했다. 종이는 1년 정도면 자연적으로 썩고, 안쪽 필름은 재활용한다. /칼스버그 |
술이나 음료수 용기로 널리 쓰이는 캔·플라스틱·유리병 등은 잘 썩지 않아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인류의 골칫거리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 추정했다.
지속 가능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한 건 100% 재활용이 가능하면서 잘 썩는 ‘종이병’이다. 글로벌 주류 기업 디아지오는 내년부터 위스키 ‘조니워커’를 유리병 대신 종이병에 담아 팔 계획이다. 병 자체는 나무 펄프를 고압으로 압축해 단단하게 만든다. 안쪽은 100% 자연 분해되는 식물성 플라스틱(PEF)으로 코팅해 위스키가 새거나 알코올이 증발하는 현상을 막는다. 뚜껑은 알루미늄이다. 디아지오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충분히 튼튼하다”며 “앞으로 유니레버·펩시콜라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니워커 위스키도 내년부터 종이병에 담겨 팔린다. 제작사인 주류 기업 디아지오 측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병으로, 향후 펩시콜라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디아지오 |
영국의 종이병 스타트업 프루걸팩(Frugalpac)이 만든 종이 와인병도 외관은 재활용 판지로, 병 안쪽은 재활용 플라스틱 필름으로 코팅했다. 이 종이병의 무게는 83g으로 보통 유리 와인병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한 번에 더 많은 병을 실어나를 수 있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프루걸팩 측은 “따로 라벨을 붙일 필요 없이 병 위에 바로 그림을 그리면 돼 마케팅에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덴마크 스타트업 파보코(PaBoCo)가 개발한 보드카용 종이병. 유리병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운송시 탄소 배출량이 더 적다. /파보코 |
음료 기업 코카콜라와 맥주 기업 칼스버그가 투자한 스타트업 파보코(PaBoCo)도 비슷한 형태의 종이 맥주병, 종이 보드카병 등을 개발했다. 종이는 1년 정도면 자연적으로 썩고, 안쪽 필름은 재활용한다. 파보코는 ‘종이 병 회사’(Paper Bottle Company)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 회사의 키탄 시골드 CEO는 “종이병은 병입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