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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삼형제 섬' 한 바퀴… 파란 하늘·옥색 바다 끼고 달리다 예술을 만난다

영종도 옆 신시모도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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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시모도는 가을 풍경을 만끽하며 자전거 여행하기 좋다. 자전거의 두 바퀴를 구르면 황금벌판, 맨살을 드러낸 갯벌, 섬사람을 태운 초록색 공용버스가 느리게 지나간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라이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는 곳마다, 눈 돌릴 때마다 자전거 타는 풍경이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시모도'는 청명한 하늘 아래 바람을 가르고 싶어 하는 자전거족이 꼽는 여행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나란히 이어진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를 합쳐 신시모도다. '삼형제 섬'으로도 불린다. 신시모도는 지난달 행정안전부 추천 '바다를 품은 섬 자전거 길 23선(選)'에 이름을 올렸다. 자전거뿐 아니라 각종 바이크 동호인 사이에서도 핫한 여행지로 뜨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 삼형제 섬을 모두 둘러보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다리로 이어진 삼형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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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신시모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북쪽과 강화도 사이 바다에 있다. 신도·시도·모도 다 합쳐 동서 6.3㎞, 총 면적 10.19㎢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신도 면적이 6.92㎢로 가장 커 '맏형 섬'으로 통한다. 서울 도심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면 차로 1시간 거리.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 아직 '때가 덜 묻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평일에는 주민들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다. 덕분에 잡념을 떨치고 일상으로부터 강제 격리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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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운서동 '삼목선착장'에서 북도면 신시모도의 '신도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 / 박근희 기자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매표(편도 성인 1인 2000원·자전거 1대 1000원·승용차 1대 1만원) 후 여객선을 타고 신도선착장으로 입도(入島)할 수 있다. 삼목선착장부터 신도선착장까지는 약 1.8㎞다. 배를 탄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신도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갈매기와 조우하는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오는 여행객도 있지만 아예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왔다"는 이화순(58)·장상혜(58)씨는 "공항화물청사역에 내려 삼목선착장까지 2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달렸는데 초보여도 무리가 없는 코스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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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기 전 신도매표소에 상주하는 문화해설사에게 신시모도 자전거 코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자전거가 없어도 걱정할 것 없다. 신도매표소에서 100m쯤 가면 휠프렌즈를 시작으로 자전거, 전동바이크 등을 빌려주는 매장이 서너 곳 나온다. 자전거 대여비는 시간당 3000원~종일 1만원. 전동 스쿠터는 1시간에 1만5000원 선으로 매장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대개 2시간 2만5000원부터 3시간 3만원 정도다. 2~3인이 함께 탈 수 있는 패밀리 바이크(1시간 3만원부터)는 어린 자녀나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이 이용해볼 만하다. 문화해설사와 자전거 대여 매장 직원들이 추천하는 신시모도 자전거 기본 코스는 같다. 신도 서쪽 방향 도로를 따라 시도와 모도를 거쳐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 코스를 이용하면 신도매표소에서 모도까지 30~40분 정도 소요된다. 넉넉하게 왕복 2시간 안팎이면 기본 코스를 돌 수 있다. 여기에 각 섬의 명소를 거치면 완주 시간이 조금 늘어나지만 섬 자체가 크지 않으니 시도해볼 만하다.


신도매표소를 출발해 300여m 직진하면 신도의 '구도로 삼거리'가 나온다. 구도로 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왕복 2차선 도로 따라 직진하면 시도, 모도로 이어지는 방향이다. 구도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신도를 한 바퀴 일주할 수 있다. 이따금 경사로가 나타나기도 하나 대체로 평지라 라이딩하기 좋다. "신시모도 경사로는 강화도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라는 게 자전거 동호인들의 품평. 평일엔 차량도 거의 없다. 황금빛 벌판과 시커멓게 맨살을 드러낸 갯벌을 곁에 두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력이 다른 '3島 3色'

신시모도는 저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 신도는 섬마을 풍경을 만끽하기에 좋다. 신도2리 2차선 도로에서 수변공원 진입로에 서면 아래로 간척지가 펼쳐진다. 수변공원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산책로를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일몰 감상 명소로도 유명하다. 여유가 있다면 북도면에서 제일 높은 해발 179m의 구봉산에 올라볼 만하다. 시도, 모도뿐만 아니라 영종도, 인천대교, 영종대교, 송도신도시, 인천국제공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과 일몰, 야경 감상의 최적지. '신도벚꽃길'이라 불리는 도로를 따라 한 바퀴 일주하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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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신도선착장'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시도는 삼형제 섬 중에서 중심지 역할을 한다. 북도면사무소, 북도보건지소, 북도면종합운동장 같은 주요 시설이 모여 있다. '풀하우스'(2004년 작)와 '슬픈 연가'(2005년 작) 등 드라마를 촬영했던 장소도 이곳에 있다. 세트장이 있던 수기해변은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해변가 캠핑 시설은 주말이면 캠퍼들의 차지. 자전거를 세워두고 수기해변 전망대에 오르면 강화도 마니산이 마주 보인다. 신시모도는 대부분 평지로 이어져 자전거뿐 아니라 도보 여행에도 적합한 섬이다. 김순미 문화해설사는 "삼형제 섬은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번 노선으로 도보 여행자들에게도 인기"라며 "삼형제 섬 해안누리길 구간 중 시도의 해당화꽃 길(1.4㎞)이 유명하지만, 해당화철(5월 말~6월)이 지난 요즘 같은 계절에는 시도의 수기해변에서 전망대에 이르는 500m 구간이 백미"라고 꼽았다.


푸른 하늘이 비치는 12만㎡(3만6000평)의 강원염전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3~10월 운영 기간엔 염전의 이색 풍광을 볼 수 있지만 현재는 두 차례 이어진 태풍으로 아쉽게도 염전이 조기 폐장했다. 대신 천일염을 저렴하게 판매(20㎏ 1만원)한다. 주인 강성식(78)씨가 하얗게 쌓인 천일염을 그 자리에서 삽으로 퍼준다.


은밀한 길을 따라 달려 보고 싶다면 수기해변 입구에서 해안가로 난 '갯티길(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과 갯바위 사이의 길)'을 추천한다. 해안 절벽 아래 서면 무인도에 다다른 듯 백색소음마저 느껴진다. 물때에 따라 길이 잠기기도 하니 갯벌이 훤히 드러났을 때 찾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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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수기해변' 입구 부근 '갯티길'. / 김종연 영상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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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 박주기의 조형물.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형이 배처럼 생긴 모도는 삼형제 섬 중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도와 모도 사이 연도교를 건너 직진하면 삼거리에서 이정표와 마주친다. 왼쪽은 박주기, 오른쪽은 배미꾸미 조각공원이다. 마치 박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박주기(박주가리)에는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 기다린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신시모도 여행에서 방점을 찍으려면 배미꾸미 조각공원(입장료 2000원)에 갈 일이다. 배의 밑구멍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옛 지명 '배미꾸미(배밑구미)'를 딴 조각공원. 초현실주의 조각가 이일호 선생이 개인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마당 잔디밭에 작품을 하나 둘 전시한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한 50여 점이 바다를 배경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나들이 삼아 가볍게 들렀다 가기엔 아쉬운 곳일 수 있다. 세계적인 여행 책자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됐다. 최경혜(56) 배미꾸미 조각공원 실장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2006)에서 두 주인공(성현아·하정우)이 사진을 촬영한 작품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해외 여행객도 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바닷가 바위 위에 전시한 '버들선생'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실존하는 곳이냐"는 문의 전화도 꽤 늘었단다. 버드나무처럼 생긴 버들선생은 버드나무 가지를 철재 모빌처럼 만들어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가까이 가서 귀를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때에 따라, 날씨에 따라 몽환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최 실장은 "특히 만조 때 사진을 찍으면 버드나무의 밑동까지 물에 잠겨서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작품 사진을 건질 수 있다"고 했다.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작업실은 현재 펜션과 카페로 바뀌었다. 카페에선 해초비빔밥(차 포함 1인 1만원)을 맛볼 수 있다. 너른 조각공원을 품은 펜션(평일 6만~30만원, 주말 8만~35만원) 앞바다 산책로는 해송숲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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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의 작품.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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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의 전경과 작품 '천국으로가는계단', '버들선생'.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박근희 기자

낚시, 차박, 백패킹 포인트도

동호인들 사이에선 낚시, 차박(車泊) 여행지로도 소문났다. 평일에도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있어 포인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개의 연도교 주변에 있는 낚시 포인트는 모두 물때에 크게 관계없는 낚시 명당으로 꼽힌다. 캠핑카 등을 이용한 차박은 '옹진수협신시어촌계' 부근에서 많이 한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어 주말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리 잡는 차들이 줄을 잇는다. 오지(奧地)를 찾아다니며 백패킹(backpacking)하는 이들은 시도의 남쪽 '느진구지해변'과 가까운 무인도 시오도와 신오도가 성지(聖地)로 통한다. 물때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면 느진구지해변에서 걸어 들어가 캠핑 후 다시 바닷길이 열릴 때를 기다려 나온다. 김순미 문화해설사는 "무인도여서 고립 자체를 즐기는 백패커들이 즐겨 찾더라"고 했다.


신시모도는 평일과 주말, 오전과 오후 풍경이 다르다. 섬 입장객 비율은 평일 대비 주말이 4~5배 많다. 주말에는 여행객들로 복닥거린다. 아직까지는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아담한 마트마저도 평일엔 일찍 문을 닫곤 한다. 주말에만 영업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평일에 여행할 예정이라면 간식을 챙겨 가시길.


서해의 섬 특성상 날씨와 물때에 따른 풍경도 제각각이다. 원하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날씨와 물때, 배 시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삼목선착장과 신도선착장을 오가는 선박은 세종해운이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매시 10분에 삼목선착장에서 출항한다. 신도선착장에선 오후 6시 30분까지 매시 30분에 삼목선착장으로 향한다. 한림해운(032-746-8020)은 삼목선착장에서 오전 8시 40분 첫 출항, 신도선착장에서 오후 9시 50분 마지막 출항 등 2시간 간격으로 왕복 운항한다. 이른 아침 신시모도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세종해운, 신시모도에서 일몰까지 감상하고 나올 계획이라면 한림해운 배편이 낫다. 운항 일정은 주말에 일부 증편되며 기상 상태, 해운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매표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해초비빔밥에 식후 차까지 1만원… 조각공원 카페 가성비 좋아

신시모도의 맛집 탐방


신시모도 맛집 탐방을 하려면 영업 시간을 문의하고 찾는 게 안전하다. 섬 특성상 주인 사정에 따라 문을 닫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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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인 신도 '도애맛집'의 '오늘의 메뉴'.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신도 도애맛집은 '현지인 맛집'. 점심때면 여행객뿐 아니라 인근 주민, 관공서 직원들이 즐겨 찾는다.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오늘의 메뉴'를 선보인다. 생선조림정식(1만2000원), 바지락고추장찌개(1만2000원), 간장게장(1만5000원), 병어·밴댕이 회무침(1만2000원) 같은 제철 메뉴가 상에 오른다. 재료 수급에 따라 메뉴 가격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해물 관련 메뉴뿐 아니라 닭볶음탕이나 삼계탕, 불고기정식도 맛볼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3~5시에 휴식 시간이 있다.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 마감. 펜션도 함께 운영한다.


계절식당은 신도선착장, 신도매표소에서 가까워 배 시간이 여유 있을 때 식사를 해결하기 좋다.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로는 해물칼국수(1만원)와 소라비빔밥(1만원)을 추천한다. 꽃게, 조개 등 해물과 단호박이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칼국수는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시장 가는 날을 빼고는 매일 문 연다"는 게 주인의 말. 해물파전(1만원), 조개와 낙지 등을 넣은 모둠탕(중 4만5000원, 대 6만원)도 있어 반주 한잔 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신도와 시도를 잇는 연도교 부근 신도의 바다식당과 신도전망대회집은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ocean view) 맛집'이다. 바다식당은 매콤한 낙지볶음(1인 9000원, 2인 이상 주문 가능)과 연포탕(3만5000원)이 대표 메뉴. 봄·가을에는 현지 뻘낙지를 넣은 산낙지볶음(3만원)이 인기다. 신도전망대회집에선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회덮밥(1만3000원)을 주문하면 맑은 조개탕이 따라 나온다. 식당이 넓어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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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에 있는 '카페 배미꾸미'의 해초비빔밥. / 카페 배미꾸미

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에 있는 카페 배미꾸미에선 해초비빔밥(식후 차 포함 1만원)이 맛있다고 소문났다. 국을 포함해 대여섯 가지 반찬이 나온다. 차까지 마실 수 있으니 가성비로는 신시모도 으뜸일 듯싶다. 삼각형 지붕 모양의 신도 카페 작은언덕로마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바다를 감상하며 맛볼 수 있는 핸드 드립 커피 전문점. 황혼의 주인 부부가 팬에 원두를 볶아 느린 방식으로 추출해낸 커피(5000원부터)는 맛과 향이 진하다.


신시모도=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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