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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인력거 썰매 탄 淸 황제… 유럽 열강이 본 100년 전 중국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의 신문 속 유럽인이 그린 삽화 400여 장… 중국을 비열한 사람들로 그려내

 

조선일보

주르날 제국주의|자오성웨이 등 엮음|이성현 옮김|현실문화|624쪽|4만8000원

제국주의 시절 열강에 침략당했던 나라들은 당시 역사를 피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2차 아편전쟁 직전(1850년)부터 중일전쟁 발발(1937년)까지 암흑과도 같았던 80여년간의 중국 근·현대사를 신문 삽화 400여장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정반대로 침략자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기록했다. 삽화가 원래 수록됐던 지면이 19세기 말~20세기 초 제국주의 유럽(주로 프랑스) 신문(주르날·Journal)들이기 때문이다. 엮은이가 유럽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이 신문 삽화들에서 중국인은 비열한 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존재로 그려진다. 엮은이는 서문에서 "이 삽화들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런데도 소개하는 이유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하고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청나라의 외세 배척 운동이었던 의화단의 난,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와 서해에서 맞붙었던 청일전쟁, 중화민국 선포 등 중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제국주의 열강이 어떤 눈으로 봤는지 알 수 있다.


유럽의 중국 침탈이 노골화되자 중국인들은 "기독교인들이 부녀를 홀리고 아이를 유괴해 눈을 파내고 심장을 도려낸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중국에 체류하는 서양인들을 살해했다. 1891년 12월 19일 자 '르 프티 주르날'은 '중국의 대학살'이란 제하의 기사와 삽화에 이 소식을 전했다. 유럽의 중국 침략 얘기는 쏙 빼고, '이들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유럽으로 넘어오면 알제리의 메뚜기떼처럼 전 유럽을 뒤덮을 것'이라든가, '우리가 아무리 무기가 많아도 그들의 수는 우리의 10배이므로… 결국 언젠가 우리는 중국인에게 먹혀버릴 것'이라며 중국을 미래의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1903년 7월 5일 자 '새로운 악습:프랑스의 아편굴' 삽화는 중국에 나갔던 프랑스인들이 아편에 중독돼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셰르부르·툴롱 등에서 시작된 중국식 아편굴이 파리마저 망가뜨리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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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베이징 베이하이(北海)공원에서 사람이 끄는 썰매를 타고 있는 청 황제 광서제. ②중국이라는 피자를 나누는 유럽 열강들. 왼쪽부터 영국 빅토리아 여왕, 독일 빌헬름 2세, 러시아 니콜라이 2세, 각각 여성과 무사로 표현된 프랑스와 일본. 뒤에서 당황해하는 이는 청의 대신 리훙장. ③러일전쟁에 동원된 카자크 기병들이 조선 국경마을에서 노략질을 자행하고 있다. /현실문화

유럽인들 눈에 신기해 보이는 중국 풍속을 동물원 구경하듯 쓴 기사와 삽화도 있다. '위니베르 일뤼스트레' 1895년 1월 26일 자는 청 황제 광서제가 꽁꽁 언 연못 위에서 말 대신 사람이 끄는 인력거 썰매를 타는 그림('청 황제의 새로운 썰매')을 실었다. 중국의 악명 높은 황사를 묘사한 기사와 삽화도 눈길을 끈다. '일뤼스트라시옹' 1913년 1월 25일 자는 황사에 잠긴 베이징을 이렇게 묘사했다. '누런 안개 사이를 지나가는 행인들… 질식할 것같이 먼지가 휘날리는 거리를 걷다 보니 행인들이 서로 부딪히기도 했다.' 청이 무너지고 11년 뒤, 어느덧 성년이 된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옛 신하들을 시켜 약혼녀에게 결혼예물을 가득 실은 가마를 보내는 장면(1923년 6월 9일 자 일뤼스트라시옹)은 왠지 쓸쓸하다. 베이징에 전차가 도입되자 실직을 우려한 인력거꾼들이 달려들어 전차를 부수는 삽화(1929년 11월 10일 자 르 펠르랭)는 근대와 현대가 혼란스럽게 교차하는 풍경을 포착했다.


청일전쟁을 다룬 르 프티 주르날 1895년 1월 6일 자는 '오랜 제국의 외교관들이 전쟁의 최종 결산 시기가 되면 신흥 제국에 한자리를 비워줄 것'이라며 일본의 '제국주의 클럽' 가입을 기정사실화했다.


한국을 그린 삽화도 여럿 있다. 모두 울분을 자아낸다. '노략질: 카자크 기병이 조선의 마을에 들이닥치다'(1904년 3월 27일 자 르 프티 주르날)는 러일전쟁에 동원된 카자크 병사들이 조선 국경마을을 약탈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조선인을 돼지·오리와 함께 쫓기는 존재로 그린 삽화가 엮은이 서문을 새삼 곱씹게 한다. 한반도에서 이런 그림이 또 그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다. 부록으로 실린 해설은 한국 독자를 위해 원서에 없는 것을 번역자가 추가했다. (원제:遺失在西方的中國史)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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