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마음껏 먹자, 기름기 빼고 열량 낮추고
잡채는 당면을 평소의 절반으로 계란지단 국수처럼 채 썰어 대체
밀가루는 체로 걸러 솔솔 뿌리고 기름·칼로리 줄고 조리도 간편
명절이 다가오면 음식 장만 걱정에 뱃살 걱정이 얹힌다. 부산에 사는 주부 최진희(31)씨는 "짜고 기름기 많은 차례 음식을 먹으면 항상 배탈이 난다"며 "그렇다고 매년 해오던 음식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최경숙 요리연구가와 이보은 쿡피아 대표가 함께 기름기 뺀 차례상을 차려봤다. 칼로리는 낮아지고 조리법도 간단해진다.
잡채에서 당면을 줄여라
명절 뱃살의 주범은 잡채다. 기름에 볶은 고기와 채소, 당면은 100g당 190㎉나 되는 고열량 음식. 특히 당면의 탄수화물 함유량(100g당 약 30g)이 높다. 당면 양을 평소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게 방법이다. 4인분에 100g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①생선전은 간장 대신 식초를 넣은 겉절이와 함께 먹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②전에 밀가루를 묻힐 땐 체로 거르며 솔솔 뿌려준다. ③당면 양을 확 줄인 잡채 재료. 최경숙 요리연구가는“잡채는‘당면채’가 아니므로 당면을 줄여 각 재료의 맛이 살아나도록 해야 맛있고, 칼로리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
최경숙씨는 "채소와 고기는 색과 향 내는 용도로만 넣고 당면으로 배를 채운 건 가난했던 시절 이야기"라며 "당면을 줄이고 계란지단을 채 썰어 넣으면 된다"고 했다. 우선 계란지단(1인당 1개)을 부쳐 도마에 차곡차곡 쌓는다. 지단을 김발로 덮고 책처럼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준다. 지단이 평평해지면서 기름도 빠진다. 10~20분 뒤 지단을 가늘고 길게 채 썰면 당면을 대신하는 훌륭한 국수가 된다.
잡채는 기름을 과하게 쓰는 요리다. 고소한 맛을 낸다며 참기름까지 넣으면 '기름 폭탄'이다. 수증기를 이용해 조리하면 기름도 요리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기름 한 큰술당 찬물 두 큰술이면 재료를 익히기 충분하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넣어 기름을 골고루 묻힌 뒤 찬물을 끼얹는다. 이때 곧장 재료를 저어줘야 기름과 물이 튀지 않는다. 뜨거운 수증기에 재료가 금방 익으니 10초 이상 볶지 않는다.
전 부칠 때는 체를 써라
생선·고기 전도 고열량 식품이다. 동태전 100g당 180㎉ 정도다. 게다가 밀가루가 기름을 잔뜩 먹어 밑간을 해도 느끼하다. 결국 간장에 찍어 먹으며 염분까지 늘어난다. 차례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쓰린 이유다. 담백하게 전을 부치려면 밀가루를 줄인다. 동태나 육전에 쓸 재료의 물기를 키친타올로 최대한 빼주자. 물기가 적을수록 밀가루가 덜 묻는다.
쟁반에 밀가루를 붓고 전을 만드는 조리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 최씨는 "밀가루가 두툼해야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기름을 많이 먹어 느끼해지고 재료와 밀가루 사이가 떠 식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밀가루를 체에 걸러 쟁반 위에 골고루 뿌린다. 그 위에 재료를 놓고 손으로 두들겨 밀가루를 묻힌다. 고기 반대편에 묻히는 밀가루 역시 체로 뿌려 최대한 적게 묻힌다.
전은 미리 부쳐놓고 차례 때 다시 데우는 게 보통이다. 이때 프라이팬을 달군 뒤 전을 올리고 분무기로 물만 살짝 뿌린다. 전이 머금고 있던 수분과 기름이 나오면서 외려 더 담백한 맛이 나게 데워진다. 전을 먹을 땐 간장보다 고춧가루·설탕·식초·깨·들기름으로 간을 한 상추·부추 겉절이와 함께 먹으면 느끼한 맛을 잡을 수 있다.
갈비는 쌀뜨물에 데쳐서
갈비찜은 뜨거운 물에 한번 데친 뒤 조리하는 것이 좋다. 이보은씨는 "고기는 기름이 많아야 맛있다며 기름 둥둥 뜨게 조리하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며 "한번 데쳐 기름기를 빼주면 육질이 더 부드럽고 담백하다"고 했다. 맹물에 고기를 데치면 육즙이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쌀뜨물을 이용한다. 살뜨물의 녹말 성분이 육즙 빠지는 것을 막아주고 고기의 감칠맛을 더해 준다.
[표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