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찢은 펠로시에 들끓는 美 정치권… 여권 '불신임'까지 거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그 자리에서 국정연설문을 찢어버리자 미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백악관 등 여권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행동을 고강도로 성토하며 불신임 카드까지 언급했다.
5일(현지시각) 의회매체 더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하원 민주당 비공개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을 '거짓투성이 선언문'이라고 재차 폄하하면서 "그(트럼프 대통령)가 진실을 조각냈기 때문에 나도 그의 연설문을 조각낸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마음 상태가 아니라 신년 국정 방침에 관해 얘기했어야 했다"면서 "현실과 아무 연관 없는 연설을 함으로써 의회를 리얼리티쇼 배경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설문을 찢을 작정으로 가진 않았다. 그가 나와 악수를 안해도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연설문을 속독하고 거짓말 투성이라는 걸 알았다. 일단 지켜보려 했지만 4분의 1쯤 지났을 때 그가 엉터리 판매상처럼 속이려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 의회에서 열린 새해 국정 연설 현장에서 자신의 탄핵을 추진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악수를 거부했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님 미국을 축복하소서"라고 연설을 마무리할 때쯤 갑자기 일어난 뒤 연설문을 네 차례에 걸쳐 찢어버렸다.
낸시 펠로시(뒷줄 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앞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어버리고 있다./EPA연합뉴스 |
백악관을 비롯한 여권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어 당시 펠로시 하원의장 바로 옆에 있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폭스 앤드 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과 관련, "나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설문을 찢고 있는지 헌법을 찢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며 "나는 그가 하는 것을 못 봤다. 몇 분 뒤에야 알았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최저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구제 불능의 어린애가 국정연설을 갈기갈기 찢는 것을 목도했다"며 "펠로시 하원의장은 밤새 한 장 한 장 치즈케이크 팩토리(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의 모든 메뉴를 읽는 것처럼 보였다"고 빈정거렸다.
그러면서 펠로시 하원의장이 국정연설 동안 혼자 중얼중얼하는 것 같았다면서 이번 일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분노발작 증세가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때 '분노발작'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를 되갚아준 것이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다른 정당 소속 대통령이 네차례의 국정연설을 할 동안 하원의장을 한 사람으로서 나는 연설문을 갈가리 찢은 낸시 펠로시의 악랄한 당파적 행동에 역겨움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리하거나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그의 유치함이 우리 미국의 전통을 모욕하고 있다"며 불신임 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인사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전날 밤 제스쳐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의원들이 더 힐에 전했다.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이끈 인물이다. 미 상원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탄핵 여부를 가릴 표결을 실시한다.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부결이 예상되고 있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