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푸드]by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우유 거품처럼 부드러운 국물… 식품공학 적용해 완성했죠

식자재 전문가의 단골

김왕민 국물연구회 상임연구원


김왕민 요리반상회 연구소장 겸 국물연구회 상임연구원은 국내 손꼽히는 식자재 전문가다. 지난 20여 년간 전국 수많은 식당에 최적의 식재료를 소개했고, 50년 노포 해장국집부터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두부 맛집 등 다양한 식당들이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HMR(가정 간편식)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해 음식 작가 박정배, 식품공학자 최낙언씨와 함께 만든 ‘국물 아카데미’는 한식의 근간인 국물 음식에 인문·산업·과학적으로 접근해 식당 경쟁력을 높여주는 교육 과정으로 외식업계에서 화제다. “음식 재료와 조리법도 알아야 하지만 인문·과학적 탐구로 식당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김 소장에게 국내 외식업계에서 최강 경쟁력을 가진 맛집 4곳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레노라멘: 식품공학으로 완성한 정교한 맛


“일본 음식인 라멘을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완성한 식당입니다. 신동우 오너셰프는 식품공학적 지식을 정교하게 적용해 라멘을 만듭니다. 닭고기를 기본으로 육수를 만들고 핸드 믹서기로 거품을 냅니다. 육수 속 지방이 공기를 머금고 미세한 거품으로 변하면서 입과 혀에 닿는 식감이 좋아질 뿐 아니라 맛도 훨씬 풍성하고 고급스러워지죠. 괜히 국내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에 등장한 라멘집이 된 게 아닙니다.”


신동우 요리사는 일본 도쿄의 조리 학교를 졸업한 뒤 8년간 일본의 여러 외식 업장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2017년 오레노라멘을 창업했다. 육수뿐 아니라 일본 최고 제면기 업체에서 들여온 제면 기계로 직접 뽑아서 하루 숙성한 면을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설계한 맛의 라멘을 완성한다. 국물이 입술에 닿는 느낌이 카페 라테 우유 거품처럼 부드럽다. 고명으로 올린 닭가슴살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다. 합정 본점·강남·인사·송파·은평 등 5개 점포에서 균일한 맛을 유지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토리빠이탄·카라빠이탄·쇼유·시오 라멘 각 1만1000원. 서울 은평구 불광천길 366, (02)305-3539(은평점)


김가네사골수제비: 부드러운 반죽과 진한 사골 육수


“수제비 반죽은 묽을수록 부드러워요. 먹는 손님은 좋죠. 하지만 반죽을 떼서 국물에 넣을 때 손에 달라붙는 데다 온도·습도에 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등 식당 입장에선 관리가 까다롭죠. 이 식당은 수분 함량이 높은 반죽을 하루 더 숙성해 더욱 부드러운 수제비를 만듭니다. 소 사골과 잡뼈를 절반 비율로 우려 구수한 풍미가 그만인 육수와 매우 부드러운 수제비 질감이 만나 최고의 사골 수제비가 탄생합니다.”


바닷가 수제비집은 흔히 조개 등 해산물 육수를 사용하지만,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이 식당에선 사골과 잡뼈 육수를 쓴다. 국물도 좋지만 야들야들 부드럽고 매끄러운 식감에 충분히 숙성해 풋내 하나 없는 수제비가 압권이다.


사골 수제비 9000원, 김치 사골 수제비 1만원, 도가니 사골 수제비 1만3000원. 충남 보령시 석서1길 57, (0507)1337-4706


낙원의소바: 제면 전문가가 만드는 자루소바


“김영광 셰프는 제면 회사에서 개발, 생산, 판매까지 경험하고 직접 식당을 차린 메밀 전문가입니다. 계절은 물론 날씨와 온도, 습도에 따라 디테일하게 관리해가며 직접 뽑은 메밀면에 20일 숙성한 수제 쓰유(つゆ)를 곁들인 냉 자루소바는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지는 한 그릇입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네기(대파) 돈가스는 향신 채소 중 기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대파를 고기 사이에 넣어 기가 막힌 궁합을 만들어냈죠.”


쓰유는 간장에 다시마·가쓰오부시·멸치 등을 섞어 맛을 낸 맛간장으로, 이 집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최상급 간장을 섞어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한국인 입에 맞는 쓰유를 자체 개발했다. ‘네기가츠’는 두툼한 돼지고기 사이에 끼워 넣은 대파가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달큰한 향이 피어올라 입과 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자루소바 1만원, 네기가츠 1만4000원. 서울 관악구 관악로 164, (0507)1438-3018


삼송초밥: 일본서도 배우러 오는 후토마키


“일본의 후토마키는 한국 김밥의 원형으로도 알려졌는데요, 부산 삼송초밥은 이른바 ‘100겹 계란말이’로 불리는 두툼한 달걀이 들어가고, 노란 계란말이, 초록 시금치, 짙은 갈색 박고지 등 음양오행의 이치에 맞는 색감으로 큼직하게 말아낸 후토마키로 유명합니다. 일본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로 특색을 가진 음식입니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초밥집으로도 알려졌는데요, 3대에 걸쳐 맛을 이어가고 있는 주강재 셰프는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음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후토마키는 ‘굵은 말이’라는 뜻으로, 참치·오이·달걀 등 하나의 재료만을 넣고 가늘게 마는 일반적인 일식 마키(김밥)와 달리 다양한 재료를 함께 넣고 크게 만 모양이 한국의 김밥과 흡사하다.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후토마키로 이름났지만 생선초밥, 소바(메밀) 등 다른 메뉴들도 뒤지지 않는다.


100겹계란말이김초밥 1만5000원, 초밥정식 3만~5만원. 메밀정식 1만7000원. 부산 중구 광복로55번길 13, (0507)1357-7870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실시간
BEST
chosun
채널명
조선일보
소개글
대한민국 대표신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