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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조선일보

[사이언스샷] 과학이 되살려낸 2000년 전 이집트 소년의 얼굴

두개골로 복원한 얼굴이 같이 매장된 초상화와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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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초상화와 오른쪽 얼굴이 판박이처럼 닮았다. 2000년도 더 된 소년 미라의 생전 얼굴이 함께 매장된 초상화와 같은 인물로 확인됐다.


독일 뮌헨 보겐하우겐 병원 병리학연구소의 안드레아스 네를리히 소장 연구진은 지난 16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현대 의학과 고고학이 손을 잡고 2000년 전 이집트 소년의 얼굴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개골로 4~6세의 소년 미라의 얼굴 복원


이른바 ‘미라 초상화’는 1~3세기 그리스-로마 시대 이집트인의 매장 전통이었다. 지금까지 약 1000점의 미라 초상화가 발굴됐다. 그 중 100여점은 미라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연구진은 초상화가 미라의 실제 모습과 얼마나 흡사한지 현대 의학을 동원해 확인하기로 했다.



분석 대상은 1880년대 이집트 하와라 피라미드 근처의 묘지에서 발굴된 소년 미라였다. 현재 뮌헨 이집트 박물관에 보관 중인 이 미라는 길이 78cm로 기원전 50년에서 기원후 100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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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미라를 컴퓨터 단층 촬영(CT)해 골격에 대한 3D(입체) 모델을 만들었다. 영상에 나타난 미라는 뇌와 장기가 없는 상태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장기를 제거했다. 연구진은 뼈와 이를 통해 사망 당시 아이의 나이가 4~6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폐 조직에서 압축된 흔적이 나와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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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오늘날 3~8세 아동의 신체 기준에 근거해 골격에 적절한 두께의 피부를 입혔다. 얼굴 복원은 대부분 두개골과 치아 형태에 바탕을 뒀다. 반면 피부나 머리카락 색깔, 머리 모양은 미라에 붙은 초상화를 따랐다.


◇초상화 실제와 흡사하지만 더 나이 들게 그려


복원 결과 이집트 소년의 얼굴은 이마에서 눈까지 윤곽이나 코와 입 사이 거리 등이 초상화와 매우 흡사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네를리히 소장은 초상화가 소년의 사망 직전이나 직후 그려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복원상과 초상화는 콧등의 폭이나 입을 벌린 크기에서 차이가 있었다. 초상화가 실제 복원상보다 좀 더 날씬하고 좁았다. 네를리히 소장은 “초상화는 실제 소년보다 3~4세는 더 나이 들게 그렸다”며 “당시 초상화를 그리는 관례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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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초상화로 당시 이집트인들이 젊어서 죽은 사람의 초상화를 더 나이 들게 그렸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또 초상화와 미라가 항상 흡사한 것도 아니다. 어떤 성인의 미라에 붙은 초상화는 복원상과 흡사했지만, 흰 수염이 붙은 다른 미라에는 젊은 남성의 초상화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아예 다른 사람의 초상화가 매장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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