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텃밭·간접 조명…'집콕' 익숙한 북유럽 감성 돌아왔네
긴긴 겨울밤 집에서 보내는 북유럽 인테리어의 귀환
다이닝룸은 홈오피스로 활용, 자투리 공간에선 다도·명상
베란다에 텃밭 가꾸는 등 "큰돈 안들이고 분위기 전환"
주춤했던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긴긴 겨울 동안 우울감을 떨치고 안락함을 찾는 북유럽 생활 방식이 코로나 '집콕' 일상과 비슷해서란 해석이다. 미국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제이미 커츠 박사는 최근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컬 투데이에 "자연을 집 안에 들여놓고, 안식처를 찾는 덴마크식 '휘게(hygge·행복하고 여유로운 상태)' 정신을 인테리어에 접목하면 큰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누크(nook·안식처)'
인테리어 전문가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디자이너는 "집 안의 숨은 공간을 찾아내 '나만의 안식처'(nook·아늑하고 조용한 곳)로 이용하는 게 북유럽식 생활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집안 창고를 정리해 요가 공간을 만들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인테리어의 출발은 우선 청소, 그다음에 가구 재배치예요.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이 나오기도 하지요." 주방이나 베란다에 홈카페나 다도(茶道)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식탁이 있는 공간을 재택근무용 홈오피스로 바꿀 수도 있다. 양 디자이너는 "가장 쉬운 인테리어는 빈 벽을 캔버스 삼아 자기만의 테마로 꾸미는 것"이라면서 "여행지에서 사온 그림이나, 어릴 때 좋아했던 티셔츠나 소중한 물건을 액자로 만들어 걸면 추억을 상기시키는 힐링 포인트가 된다"고 했다. 따스한 색감으로 전구만 갈아 끼워도 효과적이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천장에서 늘어뜨린 펜던트 조명을 이용하거나, 테이블 램프를 소파 뒤에 놓아 간접 조명으로 삼으면 형광등보다 좀 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1. 빨간 꽃잎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꽃테리어’. 2. 원목과 펜던트 조명이 어우러진 양태오 디자이너의 가회동 레지던스. 3. 식물 정원처럼 꾸민 테라스가 보이는 백선미 블레스 가든 대표의 집 거실. 사람 키만 한 아라우카리아(왼쪽 큰 나무), 떡갈나무가 자연색감의 패브릭 쿠션과 조화를 이룬다. 꾸밈 바이 조희선·태오양 스튜디오·블레스 가든 |
식물수납장에 '반려 텃밭'으로 심리 방역도
리빙 컨설팅 전문가인 백선미 블레스 가든 대표의 집엔 벽걸이형 식물로 꾸민 '식물장'이 눈에 띈다. 강한 생명력으로 키우기 쉬운 립살리스를 선반 곳곳에 얹었다. 물을 좋아하는 반양지 식물로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 여기에 원목 가구와 패브릭 쿠션 등을 어우러지게 하면 북유럽 가정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욕실을 작은 숲처럼 꾸밀 수도 있다. 습한 공기를 신선하게 바꾸는 엽란이나, 연둣빛 콩알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모양의 녹영, 공기 정화 능력이 좋은 산세베리아와 금전수 등이 욕실에서도 잘 자란다.
백선미 대표는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실내 텃밭은 코로나 필수 인테리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쌈채소에서부터 바질·고수·민트·루콜라 같은 허브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반려 텃밭'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 가족이 실내 텃밭을 가꾸면 스트레스 지표가 56%, 우울감은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방역에 제격이란 뜻이다.
꽃잎 색깔과 맞춘 '꽃테리어'로 분위기 업(up)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꾸밈바이 조희선 대표는 '꽃테리어'를 추천했다. "꽃에서 포인트 색상을 뽑아 그와 어울리는 액자나 장식 벽지, 커튼 등을 이용하면 작은 변화 하나로 공을 들인 듯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활력을 원할 때는 붉은색이나 주홍색 꽃잎을, 스트레스가 많을 땐 녹색 화초를 포인트로 정하면 컬러 세러피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생화가 없다면 꽃패턴이 그려진 소품을 이용하는 것도 멋스럽다. 북유럽풍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핀란드 리빙 브랜드 마리메꼬가 꽃이나 동물 등을 패턴으로 한 패브릭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내놓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최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