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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매끄러운 이 면발, 바다 건널만 하네… 가가와현 우동 맛집 순례

[아무튼, 주말]

[박정배의 아시아 면식여행]

일본 사누키우동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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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제패한 사누키우동의 고향 가가와현에서는 소스를 뿌려 비벼 먹는 붓카케우동, 찬물에 씻지 않은 따뜻한 면에 날달걀을 비벼 먹는 가마타마우동, 삶아서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뺀 우동면을 쓰유에 찍어 먹는 자루우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양의 우동을 소비한다./박정배 제공·조선일보DB

가가와현(香川縣)은 일본에서 ‘우동현’이라 부른다. 일본을 구성하는 큰 섬 네 곳 중 가장 작은 시코쿠(四國)에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지자체(都道府縣) 47곳 중 면적이 가장 작고 인구도 92만명(3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구당 소바·우동 지출액은 1만3963엔으로 전국 평균(5911엔)의 2배가 넘는 압도적 1위(2022년 일본 총무성 통계)다. 인구 1명당 우동점 수, 밀가루 사용량, 지출 금액 모두 으뜸.


가가와현은 일본 우동 업계를 제패한 ‘사누키우동’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누키(讃岐)는 가가와현의 옛 이름. 쫄깃하고 굵은 면발에 멸치 국물이 특징인 사누키우동의 원조를 맛보려고 매년 많은 일본인이 세토내해를 건넌다. 지난해에만 400만명이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전국 각지에서 바다를 넘어 가가와현을 찾았다.


가가와현 ‘타운 정보지’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가가와현에는 우동집 565곳이 영업 중이다. 현청이 있는 다카마쓰(高松)시에만 몰려 있지 않고 현 전역에 고루 퍼져 있다. 우동을 맛보려는 여행자들을 위한 ‘우동 택시(うどんタクシー)’까지 등장한 이유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가가와현에서 우동 여행을 마치고 “사누키우동은 생활의 냄새가 났고 가족의 일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 같은 온기가 있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그 사누키우동을 맛보기 위해 가가와의 우동 명점을 순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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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 1200년 역사 자랑하는 사누키우동

가가와현 출신 불교 승려 구카이(空海)가 806년 당나라에서 우동을 가져온 게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사누키우동의 본격적 출발은 겐로쿠(元祿·1688~1704) 시대. 옛날부터 질 좋은 밀이 났고, 품질 좋은 멸치가 잡혔고, 소금 산지라 제염이 번성했고, 다카마쓰 앞 쇼도시마(小豆島)가 이름난 간장 생산지였던 점 등 우동 만들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우동 가게는 130년이 넘은 ‘하나야쇼쿠도(はなや食堂)’. 메이지 시대에 창업한 식당도 몇 군데 영업 중이다.


사누키우동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건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때다. 전국 각지 유명 음식이 소개됐는데, 사누키우동은 굵고 쫄깃한 면발과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88년 시코쿠(四國)와 혼슈(本州)를 잇는 세토대교(瀬戸大橋)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늘었다. 원조 사누키우동을 맛보고 감탄한 건 당연지사. 2000년대 초에는 도쿄에서 한 그릇에 100엔이라는 싼값에 사누키우동을 파는 가게가 생겨나면서 전국구 음식이 된다.

◇ 멸치 국물과 “모치모치한” 면발

다른 지역의 우동과 사누키우동의 가장 큰 차이는 국물 주재료가 멸치라는 점이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 우동 국물의 기본인 다시마나,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역 우동 국물의 핵심인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사용하거나 섞기도 하지만 기본은 멸치 국물이다.


또 다른 특징은 굵고 쫄깃한 면발. 가가와에서는 목 넘김이 좋으면서 쫄깃한, 탄력성이 좋은 면발을 “모치모치(もちもち)하다”고 표현한다. 1990년대부터 “모치모치한” 면은 사누키우동의 특징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굵고 쫄깃한 우동 면은 먹기 힘들다”는 불만이 제기됐고, 면 굵기가 차츰 가늘어져 이제는 5.5mm를 넘는 일이 드물다.


사누키우동은 전통적으로 가케우동, 붓카케우동, 자루우동, 가마아게우동 순으로 선호도가 높다. 최근 들어 고기를 얹은 붓카케우동인 ‘니쿠붓카케(肉ぶっかけ)’, 버터를 토핑으로 쓴 ‘가마바타(釜バター)’, 카레에 우동을 말아 내는 ‘카레우동’이 인기다. 여름에는 스다치(영귤)를 얹은 차가운 우동 ‘스다치히야히야(すだちひやひや)’가, 겨울에는 송이버섯·표고버섯·생선묵·야채 따위를 넣은 ‘싯포쿠우동(しっぽくうどん)’이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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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 우동 택시 타고 사누키우동 순례

가가와현에는 우동과 관련한 다양한 재미가 있다. 현 전체에 흩어져 있는 유명 우동점을 순례하려면 ‘우동 택시(うどんタクシー)’가 편리하다. ‘사누키우동 시험’을 통과한 택시 기사들이 유명점, 찾기 힘든 우동점, 숨은 우동 맛집으로 손님을 모시고 다닌다. 해박한 설명은 덤. 2003년 시작됐고 2006년 사누키우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우동’에 소개돼 유명해졌다. 코스는 1시간, 1시간 30분, 2시간 등 세 가지인데, 30분을 넘길 때마다 요금이 추가된다. 최다 4인까지 탈 수 있는데, 인원이 많을수록 인당 요금은 줄어든다. 우동을 손수 만들고 맛보는 체험관도 많다. 가가와현의 관문인 다카마쓰 공항에는 공짜 우동 육수 시음대도 2곳 있다.

우동 택시: 050-3537-5678, www.udon-taxi.com


우동 체험관: 나카노우동학교(中野うどん学校) 087-841-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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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 공항 무료 우동 국물 시음대./박정배 제공

◇ 사누키우동 맛집 베스트 10

가가와현 우동 식당은 크게 세 방식으로 운영한다. 셀프형 우동점에서는 손님이 식판에 우동을 받은 뒤 토핑을 원하는 대로 선택·추가해 먹는다. 일반형은 일반 식당과 같은데 현지에서는 ‘풀서비스’라 부른다. 제면소 방식은 식당과 제면소를 함께 운영한다.


셀프형 우동 가게


야마고에우동(山越うどん): 가가와현 최고 인기 우동점이다. 가가와현 중앙 아야가와시(綾川市)에 있다. 아야가와는 에도시대부터 물레방아가 많아 밀가루 생산이 활발한 지역이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하루 4000그릇 이상 판다. 우동을 받아 원하는 대로 토핑을 얹어 야외 탁자에서 먹는다. 찬물에 씻지 않은 따뜻한 면에 날달걀을 비벼 먹는 ‘가마타마우동(かまたまうどん)’의 발상점이다. 우동과 멸치 육수, 간장, 달걀 노른자가 섞여 풍성한 감칠맛을 낸다. 香川縣綾歌郡綾川町羽床上602‐2, 087-878-0420, 오전 9시~오후 1시 30분, 수·일요일 휴무.


나카무라우동(なかむらうどん): 가가와현에서도 몇 안 되는, 우동 생산의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는 우동집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솥에서 삶은 면을 그릇에 담아 준다. 그 옆으로 놓인 튀김을 사서 얹고 간 무(大根おろし), 파, 생강 등을 얹어 먹는 방식. 면을 씻어내지 않아 빨리 먹을 수 있는 가마아게가 인기 메뉴다. 다른 식당보다 면이 가늘고 부드럽다. 호주산 밀가루를 쓰는 우동집들과 달리 가가와 토종 밀을 제분 후 사용해 신선하고 풋풋한 밀향과 단맛이 난다. 1991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 등장해 전국적 명성을 얻었지만 여전히 순수한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香川縣丸龜市飯山町西坂元1373-3, 0877-98-4818, 오전 9시~오후 2시, 화요일 휴무.


요시야(よしや): 수타 우동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다. 밀가루 세 가지를 섞어 연수(軟水)로 반죽한 면은 쫄깃함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른 우동 집보다 면발이 약간 가늘고 비틀어져 있어 소스를 더 잘 흡수한다. ‘사누키모치부타 니쿠우동(讃岐もち豚 肉うどん)’이 인기. 사누키모치부타는 가가와 지역 토종 돼지로, 모치라는 말처럼 돼지고기의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 돼지의 삼겹살과 허벅지살을 얇게 저며 삶아낸 고기가 면발과 잘 어울린다. 요즘 간사이의 우동이나 라멘에 빠지지 않는 스다치(감귤류의 일종)를 얹은 차가운 우동 ‘스다치히야히야’는 여름철에 많이 찾는다. 香川縣丸亀市飯野町東二343-1, 0877-21-7523, 오전 7시~오후 2시 50분, 화요일 휴무.


우동바카이치다이(うどんバカ一代):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영업시간 내내 손님으로 넘쳐난다. 대표 메뉴인 ‘가마바타우동(釜バターうどん)’ 때문이다. 가마아게우동에 버터와 검은 후추, 날달걀을 더해 비벼 먹는다. 붓카케우동이나 온타마니쿠우동(温玉肉うどん)도 유명하다. 香川縣高松市多賀町1-6-7, 087-862-4705, 오전 6시~오후 6시, 연중무휴.


지쿠세이(竹清): 우동만큼 덴푸라가 유명하다. 사누키우동의 대명사가 된 ‘지쿠와(ちくわ) 덴푸라’의 발상지다. 지쿠와 덴푸라는 어묵을 대나무 모양으로 만들어 튀긴 것이다. 반숙으로 삶은 달걀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한주쿠 다마고텐’(半熟たまご天)’도 인기가 많다. 가마솥에서 갓 건져 올린 우동은 투명하고 쫄깃하며 탱탱하다. 저렴한 가격에 직접 만든 면과 덴푸라를 먹을 수 있어 손님이 항상 몰려 왁자한 장터 같다. 香川縣高松市亀岡町2-23, 087-834-7296, 오전 10시 45분~오후 2시 30분, 일·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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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와현 우동식당은 셀프형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손님이 식판에 우동을 받은 뒤 토핑을 원하는 대로 선택·추가해 먹는다./박정배·조선일보DB

일반형(풀서비스형) 우동 가게


오카센(おか泉): 붓카게우동에 새우 튀김을 얹어 먹는 ‘히야텐 오로시(ひや天おろし)’가 최고 인기 메뉴. 커다란 새우 튀김 2개가 우동 위에 나오는데, 튀김 솜씨가 웬만한 덴푸라 전문점을 능가한다. 달큼한 새우와 튀김옷의 기름, 멸치 육수, 간장 감칠맛이 쫄깃한 면발과 잘 어울린다. 면은 약간 노란색이 감도는데, 최고급 숯인 비장탄으로 거른 물로 반죽하기 때문이다. 발로 밟아 만든 면발은 다른 곳보다 납작하지만 쫄깃하면서 목 넘김이 좋다. 香川縣綾歌郡宇多津町浜八番丁129-10, 0877-49-4422, 오전 11시~오후 8시, 월·화요일 휴무(공휴일일 경우 영업).


사누키멘교(さぬき麺業): 가가와현에서 생산하는 ‘사누키노유메2000(さぬきの夢2000)’이라는 질 좋은 밀로 면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호주산 밀가루보다 가격이 비싼 사누키노유메를 사용하는 건 이 우동점이 지역 제면 조합원들이 자금을 대 1964년 세운 식당이기 때문이다. 담황색 면에서 풍성한 향이 나고 단맛이 은근히 우러난다. 香川縣高松市西ハゼ町235-1, 087-866-4981, 오전 9시~오후 8시, 연중 무휴.


멘도코로 와타야(麺処 綿谷): 고기 우동인 ‘니쿠붓카케(肉ぶっかけ)’로 유명하다. 니쿠붓카케는 2000년대부터 유행해 사누키우동의 새로운 아이돌로 등극한 우동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붓카케우동이 따로 있지만, 가장 인기 메뉴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토핑에 온천 달걀(온센다마고)과 미역이 함께 올라간 ‘스페셜 붓카케(スペシャルぶっかけ)’다. 면은 따듯한 것과 차가운 것 중 선택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차가운 면을 권한다. 멸치·가쓰오부시·다시마·표고버섯을 섞은 염도 센 육수에 면과 토핑들을 비벼 먹는다. 면발은 사누키우동답게 매끄럽고 탄력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살살 녹고 육수와 간장, 계란과 미역이 섞여 세 가지 감칠맛의 폭발적 결합을 선보인다. 香川縣丸亀市北平山町2-6-18, 0877-21-1955, 오전 8시 30분~오후 2시, 일요일·공휴일 휴무.


산가와(寒川): 가가와에서 드문, 면을 국물에 찍어 먹는 쓰케지루우동(つけ汁うどん)으로 유명해진 집이다. 가쓰오부시 육수를 기본으로 한 국물로 돼지고기·파·표고버섯 등을 끓인 국물에 우동을 찍어 먹는다. 자루우동은 국물이 차갑지만, 쓰케지루우동 국물은 뜨겁거나 식은 상태로 제공되는 등 다양하다. 또 자루우동 국물은 건더기가 들어가지 않는 반면, 쓰케지루우동 국물에는 돼지고기, 표고버섯 등 건더기가 들어가 있다. 저녁에만 문 여는 이자카야형 우동집. 香川縣高松市鍛冶屋町4-16 SOUGENビル 1F, 087-826-7505, 오후 6시~오전 2시, 일·월요일 휴무.


야마다야(山田家): 오래된 양조장을 우동집으로 개조한 야마다야는 에도 말기~쇼와 초기 양식의 정원과 건물이 국가 등록 유형문화재로 선정됐다. 멋진 정원과 실내에서 가가와현 전통 스시와 튀김 등 요리와 우동을 함께 먹을 수 있다. 대표 메뉴인 ‘가마붓카케테이쇼구(釜ぶっかけ定食)’는 바삭한 튀김과 쫄깃한 우동을 맛볼 수 있다. 香川縣高松市牟礼町牟礼3186, 087-845-6522, 오전 10시~오후 8시, 연중 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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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야’ 내부. 오래된 양조장을 우동집으로 개조한 야마다야는 정원과 건물이 국가 등록 유형문화재다./조선일보DB

가가와현(일본)=박정배 음식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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