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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참사 부른 질산암모늄이 인류 구한 최고 발명품?

조선일보

/연합뉴스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73명이 숨지고 4000여명이 다쳤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사고 현장에서 질산암모늄 2750톤을 안전조치 없이 창고에 6년 동안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해, 사고의 원인으로 질산암모늄이 지목되고 있다.

비료·산업용에 사용된 질산암모늄… 폭약으로도 제조

질산암모늄은 무취, 백색, 무색 또는 연회색의 결정으로 알코올, 알카리에 잘 녹는다. 화약이나 폭죽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등 일상 생활에서도 활용된다.


우선 농업용 비료의 성분이나 효모 배양의 양분 등으로 쓰인다. 농업혁명의 핵심이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힌다. 과거 어떤 학자는 질산암모늄이 어느 한 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는 풀뿌리나 캐고 삶의 대부분을 먹을 것을 찾거나 얻기 위해 써야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더 좋은 성분의 비료들이 개발되면서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 밖에 냉각제나 반도체 제조공정, 로켓 연료 등 산업용으로도 사용된다.


질산암모늄은 폭약 제조의 원료로도 쓰인다. 소위 말하는 비료 폭탄의 원료가 질산암모늄이다. 공기 중에서는 안전하지만, 고온이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비료공장을 만든다고 하면 겉으로는 비료공장이지만 사실은 로켓추진체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이야기도 비료(질산암모늄)의 폭발성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레바논 폭발 사고도 창고에서 점화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대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신물질과학전공 교수는 “비료로 쓰려면 창고에 수백톤씩 보관을 해야 하는데, 질산암모늄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어 현재는 주로 폭발물 제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질산암모늄 성분의 폭약은 탄광이나 건축 공사 등에 쓰인다.


질산암모늄은 TNT 위력의 42%로 알려져있다. TNT는 대표적인 폭약인 화학물질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이다. 즉 질산암모늄 1kg이 TNT 0.42kg의 위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이번 레바논 사고에서 2750톤이 모두 터졌다면, TNT 1155톤의 위력이었다고 단순 계산할 수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력 위력(15킬로톤)의 약 15분의 1 정도로, 레바논 폭발 사고에서도 엄청난 폭발력에 버섯 모양의 구름이 생성됐다.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폭발 사고들

실제로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사고는 여러 건 있었다. 1947년 미국 텍사스주 텍사스시티 항구에서 질산암모늄을 실은 선박에 불이 붙으며 연쇄 폭발이 일어나 6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이 유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텍사스 비료공장도 폭발사고도 공장에 상당량의 질산암모늄이 있었다.


1972년에는 IRA에서 질산암모늄을 활용해 차량 폭탄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비료로 쓰일 만큼 구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폭약 제조방법만 안다면 테러리스트들은 질산암모늄으로 사제폭탄으로 만들 수 있다. 168명이 사망한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 사건에도 질산암모늄이 쓰였다. 또 2002년 202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에서 역시 질산암모늄이 사용됐다.

유해물질로 관리

질산암모늄은 흡입·섭취·피부 접촉시 유해하고 동물실험결과 호흡기도 및 눈에 자극을 주고 단시간 과량 섭취 때 청색증을 유발한다.


유해·위험물질 안전보건정보에 따르면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로부터 격리·보관해야한다. 또 가연성물질과 혼합해서도 안된다.


만약 눈에 들어갔을 땐 몇분간 물로 조심해서 씻어야하고 의학적인 조치·조언을 구해야한다. 피부에 접촉했을 때도 긴급 의료조치를 받아야한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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