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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레드벨벳·샤이니 노랫말… 이 詩人이 지었습니다

‘구현우’

아이돌 가사 쓰는 31세 시인… 신작 ‘나의 9월은 너의 3월’ 출간


“SM 아이돌의 가사는 구어보다는 문어(文語)적인 데가 있잖아요. 현실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이라 작업이 재밌었어요.”


시인 구현우(31)가 작사한 레드벨벳의 'Oh Boy', 샤이니 'Drive'는 팬들 사이에서도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로 꼽힌다. 사랑에 빠지는 기분은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Oh boy),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은 '날 부르는 초록빛 그 끝에 혹시 네가 서 있나'(Drive)라고 노래한다. 2014년 문학동네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구현우 시인은 아이돌 노래의 작사가로도 활동 중이다. 노래와 시의 세계를 넘나드는 그가 6년 동안 발표한 시들을 묶어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출간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도 노래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하면서 노랫말을 잘 쓰기 위해 시집을 들춰봤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좋은 시들이 있었어요. 어떤 형태의 말을 하든지 그 뒤에 '이거 시야'라고 하면 시가 되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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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 '나의 9월은 너의 3월'처럼 서로 다른 시간이나 공간을 나란히 붙여 그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시 '새벽 네 시'에서는 '아이슬란드는 여름이고 서울은 겨울인데 같은 온도로 바람이 분다'라고 썼다. 구현우는 "인간의 언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눈앞의 사람과 대화를 나눠도 완전히 화합할 순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그래서인지 함께 있어도 서로 분열되는 느낌의 구절들을 많이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거리를 걷거나 도심을 헤매는 이미지도 자주 등장한다. 펜과 수첩을 들고 3~4시간씩 돌아다니면서 손으로 시를 쓰는 작업 방식 때문이란다. "걸어 다니면서 시를 쓰면 생각하는 속도와 글을 쓰는 속도가 잘 맞아서 좋아요. 몸이 고생해야 시가 나오는지, 대부분 겨울 추위에 괴로워하며 쓴 시예요." 시 '회색'은 불이 난 건물의 연기를 보고 썼다. '불시에 피어나는 건 사랑과 증오만이 아니므로/ 추한 건물들 틈에서 연기가 멎지 않는다. 더 추한 그림자들이 연기 속을 떠돈다.'


시를 쓸 때는 흥이 날까 봐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노래와 시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작사를 할 땐 곡이 영감을 줘요. 기타가 아르페지오로 슬프게 흐르면 '비'나 '우산'이 나와야 할 것 같잖아요. 반면 시는 백지에서 출발하니까 평소에 생각하거나 지금 보는 것들, 닮고 싶은 것들을 담게 되죠."


그는 “작사도 시도 새로운 실험들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샤이니의 노래 ‘Drive’에선 대개 반복되는 후렴구를 전부 다르게 썼다. 구현우 시인은 “차를 타면 똑같은 광경을 볼 리가 없지 않으냐”라며 “그래서 전부 다른 내용으로 채워보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 시집도 이미 써놓은 원고 대신, 새로 쓴 시들로 채워넣고 싶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하잖아요. 눈앞의 사람도 만나기 어려워진 시대에 쓸 수 있는 시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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