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댁에 만보기 채우고, "꿀꿀"에 건강상태 체크… 여기는 중국 스마트농촌
[세계를 보는 창 NOW] 농촌 몰려가는 인터넷기업들
오광진 조선비즈 특파원 |
중국 정부로부터 빈곤 마을로 지정된 허베이(河北)성 헝수이(衡水)시 우이(武邑)현. 방목해서 키우는 닭 발에 특이한 게 달려있다. 만보계 밴드다. 2016년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이 마을에 위탁해서 키우는 '러닝 닭'이다. 징둥은 100만보 이상 달린 닭만 사준다. 현지 닭 가격의 3배 수준인 100위안에 쳐 준다. 빈곤 가구 1000곳 이상이 참여했고, 올해 춘제에서 베이징에 풀린 5000마리는 168위안의 고가에도 완판됐다.
중국 서남부 베트남과 접경 지역인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충쭤(崇左)시 다신(大新)현의 포도 농장. 이곳 농부들은 병충해와 잡초 등을 식별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알려주는 대로 물과 비료 농약을 뿌린다. 스마트 농업 스타트업 후이윈신시(慧雲信息) 왕슈둥(王筱東) 회장은 "작년 12월부터 올 7월까지 진행한 실험에서 1급 수준의 포도가 60%를 차지해 일반 농가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내년 말까지는 더 높은 품질의 포도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농축산업 대국 중국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기) 등을 동원한 스마트 농축산업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스마트 농축산업은 중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3인방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물론 징둥과 중국 유명 포털업체 왕이(網易) 등 대기업이 뛰어든 격전장이 됐다. AI 스타트업의 유망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중국은 작년 말 3000만명의 빈곤 인구를 2020년까지 모두 빈곤층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농업 개혁의 일환으로 스마트 농업을 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차 방중 기간에 찾은 중관춘(中關村) 국가농업과기혁신원은 LED 인공광 식물 공장 등의 기술을 개발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징둥농장 선언 2개월 만에 20여 개 지방정부·기업과 계약
징둥은 러닝 닭의 모든 사육 과정을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천리안 프로젝트와 블록체인으로 원산지를 확인하는 기술 도입을 준비하는 한편 올해 장쑤(江蘇)성 쑤첸(宿遷)현에도 2만 마리의 러닝 닭을 키울 계획이다. 쑤첸은 징둥 창업자 류창둥(劉强東) 회장의 고향이다. "인민대에 입학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모아준 500위안과 76개 계란을 등에 지고 베이징에 왔다"는 류 회장의 '기술 보은(報恩)'이다.
닭다리에 만보계 - 허베이(河北)성 헝수이(衡水)시 우이(武邑)현에서 방목해 키우는 닭에는 만보계 밴드가 달려 있다. 3년 전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은 이 마을에 사육을 위탁하면서 ‘100만보 이상 달린 닭만 사준다. 대신 가격은 현지 시세의 3배인 100위안’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만보계를 채웠다. /징둥 |
올 4월엔 징둥농장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안후이(安徽省)성의 둥청(桐城)시를 시작으로 2개월 새 베이다황(北大荒)그룹 등 20여 개 기업 또는 지방정부와 스마트팜 조성 협약을 맺었다. 징둥농장은 해외로도 나간다. 지난 5월 신선식품 사업부서인 징둥성셴(京東生鮮)이 개최한 미래 전략 발표회에서는 칠레 캐나다 뉴질랜드 스페인 일본 등 5국에서 온 협력 파트너에 징둥성셴 농장 간판 설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징둥농장은 농가에는 소득 증대,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 판매를 내걸고 있다. 엄격한 음식 표준을 적용해 중국 사회 골칫거리인 먹거리 안전문제 해결사로도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 농촌혁명 이룬다
쓰촨성의 간판 돈육 생산업체 터취(特驅)그룹은 지난 2월부터 돼지 사육장에서 소리로 질병이나 새끼돼지 압사(壓死) 위험을 확인하고, 화상 인식과 적외선 센서 등으로 돼지마다 디지털 파일을 만들어 걸음 횟수 등 건강 상황을 체크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阿里雲)사업부가 제공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도시 환경 의료 공항 공장 등 2·3차 산업에 이미 적용해온 AI 기술을 농축산업에도 적용하는 농업 빅 브레인 프로젝트를 지난 6월 출범시켰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고 수입국이지만, 어미 돼지 한 마리당 연간 새끼 돼지 이유(離乳) 마릿수(PSA) 평균이 유럽 선진국(24)과 한국(20.7)에 못 미치는 18마리다. 알리바바는 농업 빅브레인으로 새끼 돼지 이유 마릿수가 32마리 수준으로 높아지고, 어미 돼지당 연간 3마리를 더 낳고 새끼 돼지 사망률도 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왕더건(王德根) 터취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1000만마리 돼지를 키울 능력을 갖추려는데 기존의 사육 방식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알리바바 빅브레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후샤오밍(胡曉明) 알리바바 클라우드 총재는 "좋은 돼지고기 기준이 무게가 아닌 활동 수준으로 바뀔 것"이라며 "200근보다 200㎞(걸은 거리)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산시(陝西)의 하이성(海升)그룹은 사과나무 하나하나를 알리바바의 빅 브레인을 통해 맞춤형으로 관리한다. 빅 브레인은 1무(畝, 666.7 평방미터)당 200위안의 비용을 절감한다. 하이성은 연간 2000만위안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알리바바 AI, 돼지 목소리 분석 - 쓰촨성의 돈육 생산 업체 터취(特驅)그룹은 올해 2월부터 돼지 사육장에서 소리로 질병이나 새끼 돼지 압사 위험을 확인하고, 화상과 적외선 센서로 돼지마다 디지털 파일을 만들어 걸음 횟수 같은 수치들을 관리한다. 돼지의 사육 상태를 컴퓨터가 확인, 관리하는 이 인공지능(AI) 기술은 알리바바에서 제공받고 있다. /알리바바 |
텐센트도 화상 인식에 기반한 AI 기술을 동원해 내년에 5000마리의 거위를 키우고, 향후 20만 마리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과수 그룹도 스타트업 베팅
광시의 3개 지역에서 AI 포도 재배를 실험 중인 후이윈신시는 중국에 3000여 개 과일 매장을 운영하는 최대 과일 생산 판매 그룹인 바이궈위안(百果園)으로부터 지난 4월 투자를 유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자 출신인 왕슈둥 회장은 "농장을 AI 공장으로 전환해 인건비 절감과 생산 효율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식량 안보, 물가 안정,식품 안전, 탈빈곤화 사업 등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스마트 농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더욱이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산 대두의 수입대체선 확보가 시급해진 중국 입장에선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스마트농업 육성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 3월 업무보고에서 "농업 공급 측 개혁을 위해 인터넷 농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기반한 스마트팜은 중국 농촌 문제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덕에 향후 20~30년간 신농민이 미래 신농촌의 건설자가 될 것"(마윈 알리바바 회장)이라는 호언이 실현될지 두고볼 일이다.
[베이징=오광진 조선비즈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