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할수록 남김없이… 머리부터 꼭꼭 씹어야 제맛!
[전어, 金魚]
작년보다 75% 비싸져 금값
소금 뿌려 석쇠에 구워내면 달고 쓰고 고소한 맛이 일품
활어 없을 땐 숙성한 선어로
"와인·위스키와 곁들이면 딱"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철 별미 전어(錢魚)는 요즘 '금어(金魚)' 소리를 듣는다. 서울농수산공사에 따르면 이달 1~22일 가락시장의 전어 1상자(1㎏) 평균 도매가는 1만69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692원보다 75%가량 뛰었다. 예년에 비해 서해·남해 수온이 낮아지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 21년째 전어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서울 '구룡포계절횟집'의 남문자(61) 사장은 "올해 전어 구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20년간 장사해서 다 거래처가 있다"면서 "귀할수록 알차게 잘 먹어야 한다. 10월까지 전어는 특히 맛있으니 놓치면 억울하다"고 했다. 전어 요리의 고수들에게 귀해진 전어를 더 잘 먹는 법을 물었다.
소금을 뿌려 구워낸 전어는 지금 맛이 가장 고소하고 진하다(왼쪽). 서울 성북동 '구룡포계절횟집'의 사장 남문자씨가 두 손으로 갓 구워낸 전어의 속살을 열어 보였다(오른쪽 큰 사진). 남씨는 "대가리부터 몸통 전체를 꼭꼭 씹어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했다. /이신영·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
남김없이 통째로
흔히들 "전어에 돈 전(錢)자가 들어가는 건, 돈을 아끼지 않고 먹는 맛있는 생선이라서"라고들 얘기한다. 제대로 맛을 느끼려면 구이가 제격. 남문자씨는 "석쇠에 올려 10여분간 뒤집어 가며 타지 않게 노릇노릇 구워내는 게 가장 맛있다"고 했다. 생선 몸통에 가득 찬 기름이 똑똑 불에 떨어지면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는데, 이 과정에서 깨를 볶은 듯 고소한 향기가 강렬해진다. 잘 익은 구이는 꼬리를 잡고 머리부터 통째로 뼈까지 씹어줘야 한다. 머리까지 먹기 정 부담스러우면 머리만 떼어내고 몸통부터 뼈째로 꼭꼭 씹어 먹을 것. 잔가시와 뼈, 내장을 발라내지 않아도 된다. 한꺼번에 씹을수록 달고 쓰면서 고소한 맛이 한꺼번에 입안에서 우러나온다.
집에서 연기를 피우며 굽기 힘들다면 요즘 유행하는 에어 프라이어를 이용해볼 것. 강한 열기의 바람으로 익혀내기 때문에 따로 기름을 뿌려낼 필요가 없어서 간편하다. 칼날로 살살 비늘을 긁어낸 다음, 지느러미·꼬리를 제거하고, 양쪽에 1~2㎝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준다. 15~20분쯤 구워내면서 중간에 한 번씩 뒤집어주면 더욱 맛있어진다.
전어회는 얇게 채 썰어줄수록 부드럽게 씹힌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전어회도 갈수록 인기다. 뼈까지 함께 먹는 '세꼬시' 스타일로 즐기는 게 제일 좋다. 남씨는 "얇고 길게 채를 썰듯 사선으로 회를 썰어야 억세지 않고 부드럽게 뼈가 씹힌다"고 했다. 무침으로 먹기도 한다. 당근·배·오이같이 달고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야채를 적당한 두께로 넓적넓적하게 썰고, 양파는 좀 더 가늘게 채 썰어준다. 채 썬 야채를 전어와 함께 볼에 담고, 고추장·설탕·맛술·다진 마늘·고춧가루·양조간장·매실청·식초·올리고당을 섞어 만든 양념과 조물조물 무쳐 통깨로 마무리하면 끝. 기름진 전어와 상큼한 야채가 만나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
활어 없을 땐 선어로
서울 평창동 '구르메' 횟집 사장 심희수(57)씨는 "요즘처럼 전어가 비쌀 땐 활어가 아닌 선어를 구해 요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죽은 것을 잘 숙성한 생선이 선어(鮮魚)다. "자연산 활어가 1㎏에 약 2만3000원, 양식이 1만5000원이라면, 선어는 30~40% 정도 더 저렴하거든요." 심씨는 '전어 초절임 초밥'과 북유럽풍 '전어 올리브 오일 절임' 등을 추천했다. 뼈를 완전히 발라낸 전어 살에 소금을 약간 뿌려 10분간 절인 다음 식초·레몬즙·설탕에 30분간 담가 향을 잡아 준다. 전어 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칼집을 내서 밥 위에 올리고 새콤한 씨간장과 잘게 다진 깻잎 줄기, 비트 초절임을 곁들여 먹는다. "깻잎이나 비트에서 나는 옅은 흙냄새가 펄 고기인 전어와 잘 어울려요." 다진 마늘을 잔뜩 갈아 넣은 올리브 오일에 정향·월계수잎 같은 향신료를 듬뿍 넣어준 것에 뼈를 발라낸 전어 살을 담가 냉장고에 3개월쯤 숙성하면 전어를 한결 오래 즐길 수 있다. "맛이 절정일 땐 묵은 치즈 같은 맛이 나요. 와인이나 위스키랑 곁들여 먹으면 딱입니다."
황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