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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고함량 종합비타민, 무조건 건강에 좋을까?

헬스TALK

직장인 A(32)씨는 지난해 초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중 ‘비타민계 에르메스(고가 명품)’로 입소문을 탄 독일제 종합비타민을 눈여겨 보게 됐다. 한 달 치 분량이 약 8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유명 연예인들도 챙겨 먹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을 위해선 나도 이 정도쯤 투자해도 된다"는 마음에 구매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체력이 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복용한 지 2주가 지나서 생리불순과 편도선이 붓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A씨는 결국 복용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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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제에는 한 종류만 만드는 단일 비타민제, 몇 가지 종류를 섞어서 만드는 복합 비타민제, 거의 모든 비타민을 포함하도록 만든 종합 비타민제 제품이 있다. 조선DB

의약업계에서 비타민제 복용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음식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기에 따로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 부족한 영양소만 골라 단독 비타민제로 먹어야한다는 의견 등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고함량’ 비타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함량 비타민제로 꼽히는 제품 중에서는 독일제 비타민 ‘오쏘몰(Orthomol)’이 있다. 이 제품은 과거에 해외 직구만 가능했으나 올해 초부터 국내 시판을 시작했다. 이 제품에는 비타민A·B·C·E·K과 아연, 셀레늄, 엽산, 루테인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 대부분이 함유돼 있다. 오쏘몰의 국내 시판으로 종합비타민 복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 약국에서는 오쏘몰이 고함량인 탓에 꾸준히 먹으라고 추천하지 않는 종합비타민으로 알려져있다. 환절기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만 일시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한다는 것이다. 또 갑상선 질환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오드 성분도 포함돼 관련 환자들의 복용은 금하거나 해당 약(하얀색 알약)을 제외하고 먹어야 한다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비타민의 적정 복용량에 대해 국내에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비타민B·C처럼 물에 녹는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출돼 그나마 괜찮으나 비타민A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몸 안에 쌓여 심혈관계 손상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량을 절제해야 한다는 정도가 있다.


한국영양학회는 부작용을 겪지 않기 위한 비타민 복용량에 대해 ‘위와 장이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속이 쓰리거나 메스꺼움, 설사 등을 한다면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한다는 것이다.


고대안암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암환자의 경우, 종합 비타민은 암 질환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정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가령 비타민 E를 과다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전립선 암의 발생률이 더 높았다.


영양소에 따라 영양제는 최소한으로 먹거나 음식으로 대체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한석 동국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칼슘 보충제는 부작용 문제가 학계에 보고된만큼 가능한 복용을 자제하고 음식으로 먹기를 권한다"며 "우리 국민의 80%가 부족하다는 비타민D는 저용량으로 기간을 나눠 복용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폐경 이후 여성들은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제가 필요하고 흡연, 음주자의 경우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의 흡수율이 감소하여 부족하게 되며 또한 임신을 하면 평상시보다 칼슘과 철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관련 비타민제를 먹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비타민제를 섞어 먹는다면 궁합도 고려해야한다. 뼈 건강에 좋다는 칼슘·철분을 동시에 복용하면 흡수율이 떨어진다. 둘 다 필요하면 철분은 식사 전 공복에, 칼슘은 식사 후에 섭취하는 게 좋다. 종합 비타민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과 칼슘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식사 전 철분제를 먹고 종합 비타민제는 식사 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종합 비타민과 항산화제에는 모두 비타민A가 들어 있다. 비타민A는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구토나 어지러움, 복통을 일으킬 수 있고, 고관절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밖에도 마그네슘과 칼슘을 함께 복용할 때는 칼슘을 과잉 섭취하지 않게 주의한다. 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마그네슘 흡수를 막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질병 치료 목적의 전문의약품일 경우, 복용량 차이를 연구한 결과를 첨부해야 국내 판매 허가가 나지만, 보충제인 비타민 제품은 관련 기준이 없다"며 "주변인의 복용 후기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며 평상시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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