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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을 공원처럼 만드는 '식물의 건축가'

[인터뷰] '2018 젊은건축가상' 받은 남정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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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남정민 서울과기대 교수는 "건물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빈 기자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건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물 내부는 온전히 소유자의 것이지만, 외부는 그렇지 않아요. 건물을 지나치는 이들도 반강제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곳이죠. 건물도 ‘예의’(禮儀)라는 게 있습니다. 일반 대중을 위해 외관에 신경쓸 필요가 충분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8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남정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OA-Lab 건축연구소 대표). 그는 ‘식물의 건축가’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설계 작품에 식물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점점 공원을 세울 공간이 부족해지는 도시에서 건물 외부에 식물을 심어 공원을 만드는 건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나와 미국건축사(AIA) 자격을 딴 남 교수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Koolhaas)의 OMA 등 외국 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는 얼굴을 씻고 단정하게 하고 가는 것이 예의인데 우리 사회에서 건물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젊은 건축가상은 한국 건축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수한 신진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이다. 2008년 시작해 유현준 홍익대 교수 등이 수상했다.


땅집고는 지난 12일 남 교수를 만나 그의 건축 세계와 그가 바라보는 한국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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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가 자신의 건축물 중 가장 마음에 든다고 꼽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꽃+유치원' 예원유치원(왼쪽)과 외부 벽면. 남 교수는 화분을 형상화해 유치원을 설계하고, 외부 벽면에는 직접 개발한 리빙포켓을 부착해 계절에 맞는 꽃을 심도록 했다. /ⓒ신경섭

-건물 외부의 공공성이란 어떤 개념인가.

“대부분 건물은 특정 개인 소유다. 내부는 개인적 공간이지만 외부는 그렇지 않다. 건물을 지나는 이들이 좋든 싫든 볼 수 밖에 없어 공적인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도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 서울을 보면 건물 하나하나는 개인 소유이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서울시민의 것’이다. 개인도 자기 건물을 ‘자기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건축의 공공성 고민이 부족하다. 사적인 건물은 개인의 이익, 경제적인 효용을 위해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물을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하고, 도시의 풍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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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가 설계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옐로우 풋(Yellow Foot)'. 도로와 맞닿은 부분에 화단처럼 조경을 설치해 공원같은 느낌을 주었다. /ⓒ신경섭

-남 교수를 ‘식물의 건축가’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 식물과 녹지에 관심이 많다. 서울은 순수 녹지면적이 적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 산이다. 식물이나 녹지를 보려면 꽤나 멀리 이동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물과 도시의 경계면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 외벽에 식물을 자리잡게 했다. 마치 공원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외벽에 화단을 꾸밀 수 있도록 화분이 달린 외장재를 직접 제작하고 천 같은 소품을 이용해 틈새공간 뿐 아니라 외벽에서 조경면적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공원을 세로로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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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가 설계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작은공원(Alley House)' 벽면. 직접 제작한 리빙브릭(Living Brick)을 이용해 식물을 곳곳에 심었다. /ⓒ송유섭, ⓒ신경섭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다가구·다세대주택, 근린시설이 밀집한 곳이 많다. 이 지역들은 법정조경면적도 요구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연이 사라졌다. 이런 곳에선 주민들이 식물을 일상에서 경험하기 위해 골목길이나 틈새공간에 화분을 놓거나 텃밭처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건축물 계획단계부터 적용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식물을 경험할 수 있는 건축적 대안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개인적으로 처녀작인 서울 우면동 유치원 건물이 가장 마음에 든다. 외관은 물론 재료나 손잡이 같은 디테일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외관도 꽃이 담긴 화분을 형상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 표면에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식물을 집어넣어 어린이들이 더 밀접하게 자연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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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가 건물 벽면에 식생을 심기 위해 직접 만든 제작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빙브릭, 리빙블록, 제작과정 및 리빙포켓. /ⓒ노기훈, ⓒ신경섭, 남정민 교수 제공

서울 서초동 아파트의 경우 벽보다 공용공간에 수평 화단을 설치함으로써 주변 환경에 자연의 느낌을 주도록 했다. 서울 반포동에 지은 ‘작은 공원’ 빌딩은 외벽 곳곳에 직접 제작한 화분 모양의 리빙브릭 등으로 식생을 살려 개인 공간을 공공 영역화했다.”


-한국 건축과 미국 건축을 다 겪어봤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미국은 건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다. 일반인도 유명한 건축가 이름을 알고, 건축(architecture)이란 말을 낯설지 않게 쓴다. 한국에는 ‘건물’은 있지만 ‘건축’이란 말은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건축에 대한 공감대도 정리가 안된 것 같다. 건축은 예술과 기술을 모두 포함하지만 한국에선 건축이 기술이나 산업적인 영역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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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의 주요 작품 모티프가 된 도시의 바닥. 그는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미한 자연발생적 생태계는 우리의 눈높이에서 바라봤을 때 보다 더 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반포동 자이 아파트 보도블럭. /남정민 교수 제공

좋은 건축물을 바라보는 눈도 다르다. 외국에선 좋은 건축물을 바라보는 기준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성을 인정한다. 한국은 건축의 좋고 나쁨에 대해 주관적인 관점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건축계 슈퍼 루키로 인정받았는데, 앞으로 어떤 건축이 나올까.

“앞으로는 건물이 이웃과 어떻게 만나고 소통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 동안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개별적인 관점에서 건축물을 바라봐왔다. 건축의 재료는 무엇인지, 건물이 지어진 배경은 무엇인지, 건물이 지어진 장소와는 어떤 관계를 맺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이런 논의들이 개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건축적 실험들과 그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이 어느 시점에선 하나의 흐름을 만들며 도시가 공감할 수 있는 건축적 흐름이 생겨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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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담과 같다"며 "내부로 들어가면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이 잘 돼 있지만 밖은 아파트 창문과 단조로운 외벽으로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자연공간을 지운다"고 말했다. /남정민 교수 제공

건물의 외부에 대한 고민과 관심도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즐겨찾는 좋은 도시들의 건물을 보면, 내부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외부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녹아있다. 발전된 사회일수록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예의를 차리고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를 갖추듯, 건물의 외부도 중요한 고려대상이 될 것이다. 좋은 도시일수록 건물 외부에 대한 에티켓을 잘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건물의 외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건축적 흐름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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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영감을 받는 곳 중 하나인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한 골목. 그는 "골목길 곳곳에 있는 화분과 화단, 들풀 등의 유기적인 질서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남정민 교수 제공

-앞으로 계획은.

“한국 건축계에 긍정적인 방향을 던지는 설계를 하고 싶다. 개인의 만족감 뿐만 아니라 설계한 건물이 수면에 돌을 던지듯 문제의식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골목길 식생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골목길 곳곳에 있는 화분과 화단, 자연스럽게 피어난 들풀에도 유기적인 질서가 있다고 본다. 찾아서 분석하고 건축적으로 활용하고 싶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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