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천국, 제주
주전부리 열전 ②
주전부리는 청춘이다. 지루한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먹던 매운 떡볶기의 맛, 일요일 추운 거리를 쏘다니다 한 입 맛본 오뎅 국물의 따끈함,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갔다가 쪼그리고 앉아 먹던 팥죽의 기억. 주전부리는 맛으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추억으로 먹는다. 그것도 아련한 청춘의 기억으로. 나트륨과 칼로리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우리는 주전부리를 사랑하니까.
흑돼지와 고기국수, 몸국과 갈치국, 해물뚝배기와 조개죽. 제주를 생각하면 침부터 고인다. 아무리 혀가 먼저 반응하더라도, 제주를 여행하면서 매끼 푸짐한 식사를 하는 것은 무리. 간단히 먹을 간식도 필요하다. 올레 길을 걷다 얼른 꺼내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도 있어야한다. 뭐가 좋을까? 제주 현지사람들이 즐겨 먹는 주전부리는 무엇일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주전부리 열전 두 번째 이야기는 제주로 간다.
떡볶이 종합선물세트, 모닥치기
1. 여러 주전부리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모닥치기 2. 새콤달콤 고소한 맛 3.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짱구분식 |
떡볶이는 추억의 음식이자 영혼의 음식이다. 지구 반대편을 오래 여행할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떡볶이였다. 떡볶이의 힘은 그렇게 세다.
여행자보다 제주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주전부리로 대표적인 것이 떡볶이를 중심으로 한 ‘모닥치기’다.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담을 때 사용하는 큰 접시 위에 떡볶이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김밥 한줄, 한쪽에는 군만두와 달걀, 전을 배치하고 그 위에 오뎅을 얹는다. 전체적인 마무리는 떡볶이의 매콤한 국물. 이것이 제주의 명물 중 하나인 모닥치기다. 군만두와 김밥, 달걀에 매운 떡볶이 국물이 촉촉이 배어 있어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모닥치기는 제주방언으로 ‘여러 개를 한 접시에 모아준다’는 뜻. 푸짐한 양과 매콤달콤한 맛, 저렴한 가격 덕분에 사랑받는 분식이다. 모닥치기라는 이름이 섬사람에게는 평범하게 들리겠지만, ‘육지 것’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줄 만큼 신선하고 재미있다.
모닥치기의 대표주자인 서귀포 짱구분식을 찾던 날, 마침 비가 오고 있었다. 밖은 어두컴컴한데, 분식집 안은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으로 왁자지껄했다. 생기가 넘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닥치기 한 접시가 따끈한 오뎅 국물과 함께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적당한 온도와 매콤함이 주는 맛에 무장해제가 되었다. 간식으로 먹으러 왔는데, 결국 주식이 되어버렸다. 들어올 때와 달리 비를 바라보는 마음이 하나도 쓸쓸하지 않았다.
제주에서 모닥치기로 유명한 집은 서귀포 짱구분식과 올레시장 안에 있는 새로나분식이다. 들어가는 분식의 종류는 거의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짱구분식은 학창시절 분식집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 좋고, 새로나분식은 올레시장 가는 길에 들를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시 부근에서는 동문시장 안 사랑분식이 사랑받는 집이다. 떡볶이에 기본으로 만두와 계란이 들어 있다. ‘사랑식’을 주문하면, 여기에 김밥을 함께 넣은 모닥치기가 나온다. 동문시장을 다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집을 보면, 그 집이 사랑분식일 확률이 높다.
(왼쪽) 긴 줄을 각오해야하는 동문시장의 사랑분식 모닥치기 (오른쪽) 모닥치기로 유명한 새로나분식 |
‘찐빵’ 하나로 승부하는 인화제과
부드러운 소가 일품인 인화제과 찐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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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참 많다. 왼쪽 간판에는 ‘인화제과’, 오른쪽 간판에는 ‘인화베이커리’라고 쓰여 있다. 빵을 담는 박스에는 ‘인화빵집’, 비닐봉지에는 ‘인화찐빵’이라고 적혀있다.
이름은 많은데 메뉴는 하나다. 찐빵이다. 제주 신산공원 앞에 자리하고 있는 인화빵집(으로 통일하기로 한다)은 찐빵 하나로 승부를 거는 빵집이다. 인화빵집의 특징은 팥에 있다.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것이 슈크림같은 느낌을 준다.
빵도 평범해 보이지만 남다르다. 부푼 밀도도 적당하고 씹었을 때 식감도 쫄깃하다. 빵과 팥이 주는 하모니도 좋다. 더 좋은 것은 식어도 맛있다는 점. ‘찐빵의 명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매장은 소박하다. 빵 파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박스가 쌓여있다. 가격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1개에 500원이다. 지하철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단팥빵이 하나에 2500원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맛있는 단팥빵을 5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온다. 10개 단위로 팔기 때문에, 최소 단위는 10개 5000원이다. 한 번에 먹기에 많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나 맛보면, 다섯 개까지는 금방 없어지니까.
인화빵집의 빵을 먹으려면 4시 이전에 가야한다. 4시 이전에도 빵이 다 팔리면 맛을 못 볼 수 있으니, 전화로 빵이 남았는지 물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인화제과, 인화베이커리, 인화빵집 등 이름은 여러개지만 메뉴는 찐빵 하나다 |
슴슴한 맛의 빙떡
슴슴한 맛의 빙떡 |
입맛 따라 다르겠지만, 빙떡을 ‘맛있다’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건강해질 것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짭조름한 옥돔구이 한 점 있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빙떡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얇은 메밀 반죽에 익힌 무채를 넣어서 돌돌 말면 끝이다.
얼핏 보면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알고 보면 빙떡 안에 제주의 여러 문화가 들어있다. 첫 번째, 제주도의 토양이다. 땅이 좋은 곳에서는 메밀이 많지 않다. 주로 쌀이 난다. 강원도나 제주도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메밀은 자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때문에 메밀하면 봉평이 먼저 떠오르지만, 지금도 제주도는 봉평 못지않은 메밀 생산량을 자랑한다.
두 번째, 빙떡은 서로 나누는 제주도의 문화를 담고 있다. 지금은 동문시장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빙떡을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잔칫집에 갈 때 부조를 하기 위해 빙떡을 만들었다. 제주에서는 잔치나 제사가 끝난 후, 옹기종기 모여서 빙떡을 나누어 먹곤 했다.
빙떡에는 조상들의 지혜도 담겨 있다. 메밀은 피를 맑게 해주지만 독성이 있다. 여기에 소화효소가 풍부한 무를 소로 넣어 메밀의 독성을 상쇄시킨 것. 초간단 조리법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요리문화도 들어 있다.
제주 상애떡은 술 반죽에 소를 넣어 발효시킨 빵. 제사나 명절 제물로 주로 사용됐다. 시장에서 볼 수 있다. |
차조로 만든 제주대표 영양간식, 오메기떡
1. 보기만해도 알찬 오메기떡. 한두개 먹으면 든든하다 2. 차조로 만든 오메기떡. 요즘에는 겉에 견과류를 입힌 오메기떡도 인기다. 3. 영양간식, 오메기떡 |
오메기떡의 첫 번째 미덕은 ‘영양’에 있다. 차조와 찹쌀로 반죽을 만들고 그 반죽에 팥소를 넣고 마무리는 통팥으로 한다. 오메기떡의 주재료인 차조는 오곡중 하나로 칼슘과 식이섬유가 많다. 소화 흡수가 잘되고 위를 편해주는 것도 차조의 특징. 그다지 달지 않은 팥소와 쫀득한 찹쌀과 차조의 궁합도 오메기떡을 더욱 맛있게 만든다.
귀여운 이름의 ‘오메기’는 차조를 부르는 제주말이다. 맛있는 오메기떡에도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서울에서는 떡을 만들 때 주로 쌀이나 수수를 이용해서 만든다. 강원도에서는 메밀이나 감자로 떡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평야가 많은 전라도에서는 쌀로 떡을 만든다. 제주도는 물이 부족해 쌀보다는 밭에서 나는 작물들이 많았다. 그래서 떡을 만들 때도 쌀보다 여러 잡곡을 이용해 떡을 만들었는데, 이중 차조를 이용해 만든 떡이 오메기떡인 것.
쌀이 부족해서 만들어 먹던 오메기떡이 TV 바람을 타고 인기스타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다보니, 응용편도 생겼다. 통팥 대신 각종 견과류 옷을 입은 오메기떡도 등장했다. 맛있고 영양만점인데다 크기도 만만치 않다. 하나가 초등학생 주먹만 해서, 한 두 개만 먹어도 든든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오메기떡 6개에 4000원이니,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케잌 한 조각 가격보다 저렴하다.
서귀포 올레시장과 동문시장에 가면 막 만들어진 따끈한 오메기떡을 쉽게 맛볼 수 있다. 서귀포올레시장의 제일떡집과 동문시장의 진아떡집을 비롯해 여러 오메기떡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오메기떡은 다른 지역에서도 택배로 받아서 맛볼 수 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녹여먹어도 맛있다.
하나만 먹어도 든든, 견과류 가득한 올레꿀빵
올레길은 제주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그 중 하나가 올레꿀빵이다. 올레길 중간에는 뭐라도 사먹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출발할 때 속을 든든하게 해줄 먹거리를 챙겨야하는데, 여기에 안성맞춤이 올레빵이다.
올레빵의 첫 인상은 ‘크다’다. 제과점에서 파는 도너츠 정도의 크기를 상상했는데, 하나가 주먹만 하다. 안에는 부드러운 팥소가 자리하고 있고, 그 위에 백년초와 녹차로 한 반죽을 튀겼다. 거기에 유채꿀을 묻히고 해바라기 씨와 땅콩, 통깨와 같은 견과류를 뿌렸다. 팥의 단 맛과 견과류의 고소한 맛, 그 사이에 들어있는 푹신한 빵 맛이 어우러져 엄지를 척 올리게 만든다. 한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진다. 한 개씩 포장이 되어 있어서 가방에 쏙 넣어가지고 다니기에도 편리하다. 감귤맛과 백년초맛, 한라봉맛, 녹차맛 등 맛도 여러 가지다.
깜찍한 외모에 반했다, 돌하르방빵
(왼쪽) 제주주전부리의 비주얼을 책임지는 돌하르방빵 (오른쪽) 만드는 방법은 붕어빵과 비슷. 크기가 작아 한입에 쏙들어간다 |
서귀포 올레 시장에 들어가면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온다. 돌하르방빵을 사기 위한 관광객들의 줄이다.
돌하르방빵이 인기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외모다.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을 꼭 닮았다. 세심하게 앞으로 모은 손 모양도 돌하르방을 따라하고 있다. 안에는 부드러운 한라봉 커스타드 크림이 있어, 달짝지근 맛에 상큼한 향이 풍긴다. 돌하르방 모양의 틀에 한라봉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간 붕어빵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인기의 비결 중 하나는 작은 크기다. 한입에 쏙 들어 갈만한 크기라,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남자들은 이구동성, 이거 먹으려고 긴 줄을 서느냐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여자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어찌 하리, 귀여운 돌하르방인데 이 정도 줄은 감수해야지. 5개 2000원짜리부터 있으며, 포장이 튼튼해 가벼운 선물용으로도 좋다. 서귀포 올레시장 입구와 동문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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