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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순례자들의 도시, 예루살렘

채지형의 여행살롱 57화

중동의 작은 거인, 성지 순례, 유대인의 고향, IT 강국으로 유명한 나라는?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만큼 복잡다단한 역사를 지닌 나라도 많지 않을 것 같네요. 한쪽에서는 예수를 쫓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분쟁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삶이 펼쳐져 있습니다.

삼엄한 순례자들의 도시, 예루살렘

삼엄한 예루살렘 시내

삼엄한 국경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요르단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갈 때였는데요. 육로를 이용한 국경 통과였지만 분위기가 어찌나 썰렁한지 공항 검색을 받을 때보다도 더 긴장감이 감돌았거든요. 비자 받기도 까다로워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씩씩해 보이는 여군의 지시에 따라 20kg이나 되는 가방을 이리저리 끌고 다녀야 했죠. 국경에서 5시간에 걸쳐 진을 빼다 보니, 그들의 인사가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뜻의 '샬롬'인 이유가 조금 이해가 되더군요. 어쩌면 매일 서로 평화와 평안을 비는 샬롬을 나누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넘나드는 성서의 본고장

이스라엘은 국토 전역이 성서의 무대입니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예루살렘 안에는 '십자가의 길'이라고 불리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를 비롯해 예수가 복음을 전하다 십자가에 못 박힌 골고다 언덕 등 말로만 듣던 유적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예루살렘 남쪽에는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이, 북쪽에는 갈릴리 호수가 자리하고 있어 순례자들의 발길은 예루살렘에만 머물지 않고 이스라엘 구석구석으로 이어지죠.

삼엄한 순례자들의 도시, 예루살렘 삼엄한 순례자들의 도시, 예루살렘

(왼쪽) 비아 돌로로사 (오른쪽) 비아 돌로로사 순례자들

그중에서도 예루살렘에 있는 '비아 돌로로사'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입니다. '슬픔의 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길은 예수가 빌라도 법정에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뒤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며 갖은 모욕과 매질을 감내해야 했던 '수난의 길'입니다.

 

로마의 총독 빌라도의 사형 선고가 있었던 재판정에서 출발해 14곳을 기념하고 있는데, 총 길이가 1.5km에 이릅니다. 순례자들은 예수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올라갔던 모습을 상상하며 길을 따라갑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의 고통을 느껴보는 것을 일생일대의 목적으로 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좁고 가파른 비아 돌로로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죠.

유대인과 이슬람, 기독교인이 하나의 소원을 비는 곳

그러나 정작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저를 지배했던 이미지는 경건함보다는 '아이러니'였습니다. 비아 돌로로사만 봐도 감지할 수 있는데요. 길 대부분이 이슬람 구역에 속해 있거든요. 이스라엘을 여행하다 보면, 한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신에게 같은 소원을 비는 사람들, 자신의 땅이라며 팔레스타인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누면서도 샬롬을 외치는 사람들, 무슬림들이 사는 아랍인 구역에 있는 비아 돌로로사 등 어디를 가나 뭔가 맞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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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유대인들은 자신의 땅을 찾아달라고 '통곡의 벽(Wailing Wall)'에 기도를 올리고, 기독교인들은 비아 돌로로사를 따라 예수의 길을 따르고, 이슬람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지켜달라고 황금 돔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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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성지인 돔 오브 락

더 아이러니한 모습은 '돔 오브 락(Dome of Rock)'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대인들이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곳이 바로 이슬람 사람들의 성전인 '돔 오브 락'이었거든요. 멀리서 보면, 황금 돔을 향해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돔 오브 락은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승천했다고 알려진 곳으로, 무슬림들에게는 메카와 메디나 같은 성지인데 말입니다.

예루살렘 안의 네 개의 세상

삼엄한 순례자들의 도시, 예루살렘

교회와 모스크가 공존하는 예루살렘

역사적으로 보면, 이스라엘 땅에는 유대인이 약 550년, 기독교도가 약 400년, 무슬림이 약 120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크게 무슬림 지구, 크리스천 지구, 아르메니아 지구, 유대인 지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작은 도시 안에 네 개의 세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1년 365일 기독교 신자들의 성지 순례가 이어지는가 하면, 저녁에는 모스크에서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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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경계 지역의 낙서들

이스라엘 안에는 다른 세상이 또 하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입니다. 이스라엘 안에 자그마하게 자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길은 국경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날 선 철조망과 시멘트 벽이 처져 있었고, 그 벽과 낙서들은 안타까운 정치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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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2000년을 떠돌다 돌아와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유대인들, 1200년이나 살아온 이슬람 사람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름을 붓고 있는 미국. 그들의 샬롬은 언제 오는 것인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나서 생긴 답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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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