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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채지형의 여행살롱 49화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삼각형 지붕을 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로사

제목을 쓰고 보니 어색합니다. 사랑스러운 청정마을이라뇨.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럽고, 청정하면 청정하지. 한참 고민했는데요. 아로사는 저에게 그런 느낌이라, 그대로 제목을 쓰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스위스의 아로사(Arosa)라는 작은 마을로 떠나보려고 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나올 때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었던, 다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던 마을입니다. 스위스의 오래된 도시 쿠어에서 열차를 타고 한 시간 달리면 갈 수 있답니다. 좀 더 익숙한 도시부터 출발할까요. 취리히에서는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쿠어에서 갈아타셔야 해요.

셜록 홈즈도 반한 깨끗한 마을 아로사

취리히에서 2시간 30분이라, 그다지 멀지 않죠? 그런데 이것은 순전히 철도가 놓인 덕분입니다. 아로사는 우리의 강원도 시골 마을처럼 첩첩산중에 쌓여 있거든요. 웅장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샨피그 밸리의 끝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주변에는 우락부락한 산봉우리들이 살고 있죠. 길도 그렇습니다. 산길이니 꼬불꼬불 이어져 있죠. 철로도 직선보다 곡선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져요. 기차가 없으면 아로사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싶더군요. 


100년 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었다고 해요. 교통수단도 별로 없고요. 높은 계곡이 있어서 강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데다, 공기도 깨끗해서 아픈 사람들이 많이 찾았습니다. 1880년대는 특히 폐렴환자를 위한 요양원이 많았습니다.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스키어들의 천국, 아로사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탐정 셜록 홈즈, 기억하시죠? ‘셜록 홈즈’를 쓴 코난 도일도 이곳에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부인이 아팠거든요. 코난 도일은 스포츠를 무척 좋아했어요. 럭비를 비롯해서 크리켓, 권투까지 스포츠 마니아였는데요. 이곳에 머물면서 스키를 즐겼습니다. 1894년 영국에서 발행하는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스키에 대한 기사를 쓴 이후, 영국 사람들이 이곳으로 스키를 타러 오기 시작했다고 해요.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예로부터 공기 좋기로 유명했던 아로사는 그렇게 겨울 스포츠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스위스의 대표 겨울 휴양지 중 하나로 꼽히죠. 그라우뷘덴 주에서 가장 긴 225km 활강코스도 가지고 있어요. 다른 도시에 비해 아담한 것도 장점이랍니다. 접근성이 좋거든요. 기차역 바로 옆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어요. 스키어들에게는 환상적인 시스템이죠. 


아로사를 돌아보면서, 언젠가 이곳에 꼭 스키를 타러 와야지 생각한 계기가 있었는데요. 멋진 풍광과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어요. 그것은 단 하루만 머물러도 산악열차와 곤돌라, 스키리프트와 시내버스, 박물관 입장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좀 더 지갑 걱정 덜하면서 스키를 즐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눈에 더 많이 띄더라고요. 


사랑스러움이 방울방울 피어오르는 산 속 마을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왼쪽) 호탕하게 웃어주던 카페 스텝 (오른쪽) 환한 미소로 반겨주던 레스토랑 스탭. 나무로 만든 나비넥타이도 직접 만든 것이란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함께 아로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사랑스러움이에요. 어디에 가든 사람들이 미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도 마음을 들뜨게 했고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삼각형 모양의 집들도 어찌나 귀여운지. 그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마음을 더욱 포근하게 만들어주더군요.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해발 2654m에 자리한 파노라마 레스토랑. 날씨가 좋을 때는 주변 풍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안에 있는 것만으로 따스함이 느껴졌던 아로사의 레스토랑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강아지와 함께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는 스위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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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나무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 들어갔어요. 어디에선가 강아지 소리와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오더군요. 유리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요. 레스토랑 안은 난로가 있어 따스했어요. 달콤한 치즈케이크와 따뜻한 핫 초콜릿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스르르 밀려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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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즐기는 사람들

레스토랑 밖에서는 어르신들이 신나게 썰매를 타고 계시더군요. 아로사에서 썰매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어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키든 보드든 썰매든, 겨울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더라고요.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다람쥐를 만날 수 있는 다람쥐 트레일

사랑스러운 청정마을 아로사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다람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람쥐 트레일도 인상적이었어요. 아로사의 다람쥐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더군요. 출발할 때만 해도 다람쥐가 정말 나타날까 반신반의했는데, 제 마음을 읽었나 봐요. 가지에 매달려 걸어가고 있는 저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고요. 준비해간 견과류를 손바닥에 올려놓았어요. 재빠르게 달려와서 먹이를 채 가더라고요. 다람쥐와 숨바꼭질하다 보니, 시간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어요. 깨끗하고, 사랑스럽고. 아로사는 역시 그렇게 설명하는 게 가장 적당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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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