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을에 가기 위해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앞 7번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한참을 서 있다가 승객을 가득 채우고서야 출발한 7번 마을버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굽이굽이 산동네를 달린다. 가파른 오르막길 양 옆으로 낮은 지붕을 얹은 집들이 들고 나더니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마을버스가 멈춰 선다. 꽃 장식이 고운 벽과 푸른 하늘을 담은 담장이 있는 곳, 홍제동 개미마을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알음알음 전해오던 홍제동 개미마을은 여섯 살 지능을 가진 아빠와 어른스런 딸 예승의 이야기를 다룬 ‘7번방의 선물’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예승이가 숫자를 세면 용구가 뒤를 돌아 그들만의 특별한 인사를 나누던 영화의 도입부와 예승이 밤늦게까지 용구를 기다리던 장면의 배경이 된 장소가 개미마을 중심부의 동래슈퍼 앞 삼거리 부근인 것.
동래슈퍼 앞 삼거리는 개미마을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자, 개미마을 주민들이 마을버스를 타고 와서 내리는 곳이다. 또 마을주민들이 볕을 쬐거나 잠깐씩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정류장의 실제 이름은 ‘삼거리 연탄가게 앞’으로 동래슈퍼 터에는 예전에는 연탄가게가 있었다 한다. 동래슈퍼 옆에는 마을버스 그림이 그려진 작은 판잣집이 있다. 건물 가운데 벽에 둘러진 색동의 줄 너머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가까이 가니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한다. 자세히 보니 화장실. 앙증맞은 생김새와는 사뭇 다른 쓰임새가 놀랍다.
슈퍼 맞은편으로 난 약수터 가는 길은 용구와 예승이 살던 집 방향이다. 노랗게 칠해진 아담한 집에는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참새 모녀가 다정하게 그려져 있다. 서로 다정한 모습이 꼭 영화 속 예승과 용구를 보는 듯하다.
예승과 용구의 집에서 뒤를 돌아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려 첫 걸음을 떼니 서울 시내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판잣집과 먼발치의 고층 아파트가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참 묘하기도 하다. 시선을 거둬 마을을 둘러보니 개미마을의 하늘을 담은 파란색 담장이 보인다. 다시 걸음을 디디니 이어서 노란 해바라기와 붉은 장미, 크고 작은 동물들의 벽화가 차례로 등장한다. 아직 쌀쌀한 계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담장에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고 길에 접한 창가에서 그림 속 강아지들이 눈웃음을 치니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