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중국 텐센트 길 따라간다, 보험으로 카카오 금융사업 넓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의 금융사업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낸다. 카카오는 보험상품 중개를 넘어 직접 보험상품을 만들고 판매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 1위 손해보험사 삼성화재와 손잡았다.
김 의장은 중국 텐센트가 보험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금융사업을 폭발적으로 확장한 데서 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손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는 초기 단계를 밟고 있다.
카카오의 행보에서 텐센트가 밟아온 과정이 엿보인다. 텐센트는 매출 기준으로 중국 최대 민영 보험기업인 핑안보험과 함께 2013년 중안보험을 설립했다. 알리바바도 참여했다. 중안보험은 2018년까지 연간 평균 성장률이 90%를 웃돌았다.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도입한 핑안보험은 인공지능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를 줄였다. 교통사고차량의 수리비 견적을 즉석에서 뽑아내고 가입자가 받아들이면 바로 송금한다.
카카오도 정보통신기술기업인 만큼 이런 기술을 보험업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멀리 내다보면 카카오모빌리티와 시너지를 낼 방법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미래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카카오는 12월 인공지능랩을 분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카카오가 보험업에 진출하기 전에 카카오뱅크 등 금융사업을 넓히는 데 힘을 쏟아왔다는 점도 텐센트와 비슷하다. 텐센트는 메신저 ‘위챗’으로 영향력을 넓힌 뒤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를 세웠다. 현재 텐센트 시가총액은 3조600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지닌 정보통신기술력과 플랫폼 영향력, 삼성화재의 보험사업 역량을 결합한 디지털보험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업황은 썩 밝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 심화로 사업비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율은 전체 매출 가운데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삼성화재가 카카오에 손을 내민 것도, 한화손해보험이 한국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차린 것도 사업비율이 높아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카카오는 비대면 통로를 활용해 보험 가입자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도 수익성을 지킬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생활방식이 변하면서 손해보험 수요가 높아지는 데 대응하려 한다”며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에 기반을 둔 혁신적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든 국민을 일상생활의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도에 사용자 4400만 명을 모아둔 카카오톡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핑안보험이나 중안보험의 사례처럼 보험 접근성을 높이고 이용자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투자서비스를 내놓을 때도 ‘생활금융 플랫폼’, ‘손쉬운 투자’ 등을 내세웠다. 2030세대가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60%대로 50대와 비교했을 때 10%포인트 정도 낮다는 점은 카카오가 보험업에 진출해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합작해 올해 안에 예비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확보하며 카카오와 삼성화재가 전략투자자로 참여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금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로 지분 등 구체적 사항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