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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송전, 궁지 몰린 SK가 '믿는 구석'

SK, 동박·분리막 등 소재 '협상지렛대'

최종판결 임박…LG "합의 불발할수도" 공세


오는 10월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앞두고 피고 SK이노베이션과 원고 LG화학이 주판알 굴리기에 바쁘다.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놓은 만큼 LG화학은 합의금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수세인 SK 측은 최종판결 전 협상력 확대가 절실하다. 특히 이 때문에 계열사가 LG화학으로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까지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LG 측은 이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안'이라 일축하는 동시에 '합의 불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SK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가 쥔 '배터리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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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이번 협상 과정에 배터리 소재 수급 문제를 간접적으로 꺼낼 수 다는 분석이 나온다. SK 계열사들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전지박), 분리막 일부를 LG화학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박은 배터리 용량을 좌우하는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SK그룹 계열사 SKC가 지난해 인수한 KCFT(현 SK 넥실리스)가 LG화학의 동박 수급처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두산솔루스, 일진머티리얼즈로부터 등으로부터도 동박을 공급받지만 SK로부터 받는 물량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동박은 전기차 공급 확대로 당장 내년부터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SK 계열사가 소재를 쥐고 있는 것은 LG화학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SK넥실리스 측은 "동박 소재회사로서 모든 고객사에 원하는 제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리막도 마찬가지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해 폭발, 발화를 막고 제품 출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LG화학은 그 일부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아 쓰고 있다. 다만 과거 수급량의 50%를 넘었던 비중을 2014년 분리막 제조기술과 관련한 양사 특허소송전을 끝낸 뒤 10% 이내까지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 "소모적 싸움 그만" LG화학-SK이노베이션, 특허소송 끝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다른 분리막 공급기업에 특허 소송을 제기해 LG화학 분리막 수급에 차질을 빚게하는 전략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막 코팅 공정은 각 회사마다 공법이 비슷해 특허 시비가 붙기 쉽다"며 "SK가 LG 견제를 목적으로 LG 분리막 공급처에 특허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공급 계약은 기본 3년 이상 장기간 맺어져 있기 대문에 이유로 단기적으로 공급 물량을 줄일 수 없다"며 "더욱이 SK가 배터리 소재 공급을 무기로 들고 나오더라도 공급처를 대체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LG, '시간은 우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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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지난 4월 일찌감치 미국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만큼 협상 우위에 서있다. 최근 10년 간 ITC 예비 결정이 최종 단계에서 뒤집힌 적이 없는 만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더 많은 합의금을 받아내려하고 있다. SK가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을 경우, 베터리 셀 등의 원재료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이 막혀 현지에서의 배터리 생산·판매가 모두 막힌다. SK가 아예 미국 사업을 철수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화학은 국내 법원에서도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판결이 뒤집히기 어렵다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시간은 LG 편"이라고 귀띰했다.


하지만 합의금 이견이 좁혀지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SK의 경우 적자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적극적 투자를 이어야 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여력이 적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작년 말 기준 연간 19.7GWh(기가와트시)에서 오는 2025년 100GWh까지 높일 계획인데, 여기에는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역시 생산력 증대를 위해 합의금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발표한 배터리부문 분할로 소송관련 수익과 비용은 12월 설립될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분할 방식 결정에 불만이 심해진 기존 LG화학 주주 달래기나, 분할 후 신설법인의 재무건전성 확보 등의 차원에서도 협상에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구체적인 합의금 산정은 ITC 최종 판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형균 기자 ch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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