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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북칩' 탄생엔 아빠의 눈물이 있었다

신남선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 이사 인터뷰 '꼬북칩의 아버지'…

8년간 꼬북칩 개발에 매진 

"스낵은 바삭해야…더 바삭한 제품 출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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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선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 이사(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첫 경험'은 늘 중요하다. 첫 경험이 강렬할수록 여운은 오래 남는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먹는 것은 더욱 그렇다. 첫맛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그 제품에 다시 손이 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예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식품업체들이 매년 출시하는 수많은 신제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유다.


고백하자면 사실 난 과자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어린 시절 과자를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어머니께서는 간식보다는 주식(主食)에 더 방점을 찍으셨다. 어머니는 과자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하셨다. 그렇게 자라온 탓에 지금도 과자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넉넉지 못했던 집안 사정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셨던 아버지의 빠듯한 월급으로는 두 아들의 간식비를 대기가 만만치 않으셨으리라. 그렇다고 아예 과자를 먹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가끔 맛봤던 빠다코코낫 비스킷, 야채 크래커, 버터링 쿠키 정도가 어릴 적 기억에 남아있는 과자다. 그렇다. 난 아재다.


물론 술에 취하면 집어 든다. 무한정 들어간다. 다들 아시리라. 안주로 먹는 새우깡이 가진 마성의 매력을. '그 많던 새우깡은 누가 다 먹었을까' 싶을 만큼 안주용 새우깡은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한 움큼씩 집어 먹는다. 그때의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술에 취한 또 다른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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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억지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식품업계를 출입하면서 '강제로' 관심을 가져야 했다.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다. 많이 팔렸다는 제품은 먹어봐야 했고, 트렌드가 변하면 접해봐야 했다. 아재다 보니 뒤쳐질까 두려웠다.


얼마 전 후배가 유튜브 촬영 제안을 했다. 아이템을 듣고 심드렁했다.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이란다. 핫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구하기도 어렵다는 소문도 들었다. 사실 크게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다. 수 년 전 대히트를 쳤던 허니버터칩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나였다. 후배는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심 별로였지만 마지못해 승낙했다. 난 좋은 선배이고 싶으니까.


후배가 어렵사리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구해왔다. 비교를 해야 한다며 '콘스프 맛'과 '인절미 맛'도 구해왔다. 내심 '이게 뭐라고'싶었다. 촬영 직전까지 그랬다. 촬영이 시작됐다. 억지로 웃으며, 관심 있는 척하며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입에 넣었다. 깜짝 놀랐다. 생각지 못했던 맛이었다. 충격이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영상 : [먹Bro's]'연일 품절' 꼬북칩 초코츄러스, 너어~(Feat.콘스프맛, 인절미맛, 우유)


촬영을 마친 후에도 계속 입안에 여운이 남았다.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심지어 '내가 원래 과자를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그때 결심했다. 이 '요물'을 만든 사람을 만나봐야겠다. 출시 4개월 만에 1000만 봉을 판매를 기록한 히트작을 만든 그가 너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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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를 찾았다. 오리온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인 '꼬북칩'을 개발한 신남선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 이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터뷰이로 임원급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꼬북칩의 아버지'라는 말에 꾹 참기로 했다.


사실 연세가 좀 지긋하신 분일 줄 알았다.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 인터뷰이에 대해 묻지 않는다. 대신 나도 사전 질문지를 주지 않는다. 그래야 공평하다. 인터뷰 현장에서 나오는 의외성을 좋아한다. 짜여진 인터뷰는 재미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신 이사를 봤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예상했던 꼰대 임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늘 웃는 선한 인상의 사람. 마주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신 이사의 첫인상은 그랬다. 신 이사는 2000년도에 오리온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오리온이 첫 직장이다. 입사 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스낵팀에서만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는 "처음부터 과자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먼저 취업한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품업계의 연봉이 짰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곳이고 전공을 살리고 싶었다. 면접을 봤는데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출근해서 보니 다들 껌을 씹고 과자를 먹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다 싶었다"고 말했다.


신 이사가 개발한 '꼬북칩'은 8년을 준비한 제품이다. 신 이사는 "시중에 이미 두 겹 과자가 있었다. 다른 과자들보다 바삭했다. 이를 극대화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꼬북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자의 생명은 '바삭한 식감'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두 겹이 바삭하니 네 겹으로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이 꼬북칩의 시작이다.


그는 "꼬북칩을 만들려면 떡처럼 끈적대는 스낵 팰릿(Snack Pellet)을 네 겹으로 쌓아서 구워야 한다. 이때 형태를 유지하려면 양쪽 끝만 붙고 중간은 떠야 한다.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면 모두 붙어 형태를 유지하지 못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초기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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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꼬북칩은 신 이사가 회사 몰래 홀로 준비한 아이템이었다. 처음에는 회사에 아이디어를 보고하고 실험실에서 오랜 기간 시제품 생산에 공을 들였지만, 원하는 형태가 나오지 않았다. 실패의 기간이 길어지자 함께 개발에 참여했던 곳들도 힘겨워했다. 결국 신 이사는 회사에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참담했다. 그는 "회사에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하고 나오는데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당시 연구원 한 명당 한 해에 진행하는 신제품이 30~40개에 달했다. 그는 낮에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밤에는 홀로 꼬북칩 개발에 열중했다. 신 이사는 "원료부터 새로운 곳에서 찾고 생산할 업체도 새로운 곳을 설득해 준비작업을 했다"면서 "공장에서 시제품을 생산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평소에 쓰지 않던 기계를 응용해 돌려봤는데 거기서 원하던 제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8년의 기간 동안 신 이사는 꼬북칩 개발에 매달렸다. '바삭한 식감'은 통한다는 신념으로 버틴 시간이다. 거의 매일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제품 론칭 날짜는 다가오는데 원하는 품질의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집에 가지 못하고 공장에서 밤을 새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밤 9시. 딸들이 화상 통화를 통해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전화를 끊고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겨우 제품을 만들어 생산에 돌입했는데 초기에는 불량품이 상당히 많았다"며 "다행히 회사에서 추가 투자를 해줘 공정을 새롭게 정비하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면서 이후에는 불량 줄이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는 꼬북칩은 3가지 종류다. 달리 이야기하면 3가지 맛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신 이사는 "꼬북칩을 개발하면서 검토했던 맛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면서 "실제로 히말라야 소금 맛은 출시했다가 실패한 케이스다. 꼬북칩이라는 이름을 짓는데에 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케팅 파트에서 오랜 기간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이름"이라고 밝혔다.


꼬북칩의 원조인 '콘스프 맛'은 옥수수 베이스다. '인절미 맛'과 '초코츄러스 맛'은 밀가루다. 또 인절미 맛과 초코츄러스 맛의 밀가루 배합 비율도 다르다. 꼬북칩의 첫 제품인 '콘스프 맛'의 경우 옥수수 베이스에 최적화된 맛을 찾다가 선택한 아이템이다. 옥수수 베이스와 가장 잘 어울리고 풍부한 바디감도 함께 갖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달고 짠 맛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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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초코츄러스 맛'의 경우 원래 '스윗 시나몬 맛'으로 개발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설탕이 잘 묻지 않아 점성이 있는 초콜릿을 이용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그 결과물이 '초코츄러스 맛'이다. 그는 "사실 회사에서는 초코츄러스 맛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기존 제품들에서는 바삭하면서 초콜릿 맛을 유지하는 제품이 없었던 만큼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꼬북칩'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슬쩍 물었다. 그는 "초코츄러스 맛은 얼려 먹거나 아이스크림에 곁들이면 좋다. 콘스프 맛과 인절미 맛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크루통처럼 잘게 부숴 수프에 넣어서 먹는 것도 좋다. 만일 우유에 말아서 먹을 경우에는 빨리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지금껏 개발한 제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을 꼽아달라고 했다. 내심 '꼬북칩'을 꼽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신 이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은 '오! 감자'"라면서 "회사에서 밥값 한다고 처음으로 인정받은 제품이다. 고생을 많이 한 것을 수록 성공확률이 높다. '오! 감자'는 기술을 외부에서 배우고 공부해서 만든 제품이다. 애착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신 이사는 웃는 얼굴이었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행복해한다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가장 행복한 직장인으로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을 꼽는다. 출근하면서 퇴근할 때까지 매일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아도 전혀 물리지 않는다는 그는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었다.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 만든 제품이니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며 "올해와 내년에는 식감을 더욱 높인 꼬북칩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이사는 이달 중국으로 향한다. 오리온 중국 연구소에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인터뷰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인터뷰"라고 했다. '꼬북칩의 아버지'는 이제 더 큰 시장으로 향한다. 훗날 한국으로 복귀할 때 그는 또 무슨 타이틀을 갖고 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비즈니스워치] 정재웅 기자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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