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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더 얘기하고 만져져야" 100만 유튜버 장의사의 조언

100만 구독자 LA장의사 유튜버, 케이틀린 도티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죽음 더 존중받아야"

"장의사는 최고 직업… 시체 접하며 생의 감각 빛나"

"사랑하는 이가 떠날 때, 시신 돌보면 슬픔 더 잘 이겨"

"죽음은 추상 아냐, 자주 이야기해야 불안 사라져"

조선비즈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Ask A Mortician)'를 운영중인 LA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Caitlin Doughty).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는 책을 썼다./사진=케이틀린 도티

삶의 끝이 아닌 삶의 한가운데에서 죽음을 그려본다. 정육점의 고기를 볼 때마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시체’라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생각난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시신이 될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영혼이 떠난 자를 찬찬히 관찰하며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대부분의 인간은 요양원이나 병원처럼 의학적인 환경에서 죽는다. 그리고 섭씨 4.4도 이하의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장의사의 냉장고로 이송된다. 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뉴스 화면엔 도시 곳곳에 늘어선 시신 트럭과 관이 등장했다. 죽음이 삶의 천막을 찢고 들어온 듯 서늘하고 일상적인 장면을 보며, 홀린 듯 장의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를 소개한다. 온종일 뼈 먼지를 호흡하고, 가끔은 인간 지방이 녹아내린 기름에 온몸이 흠뻑 젖는 여자.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하루에도 수십 구씩 냉장고에서 꺼낸 각양각색의 눈뜬 시체를 ‘처리’하며, 뜨거운 화장로 한가운데서 좋은 죽음을 사색하는 장례 숙련공.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Ask A Mortician)’의 운영자.


그가 쓴, 화장터와 장의사의 일에 관한 으스스하고 웃긴 르포르타주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근래 가장 많이 웃고 또 울었다.


첩첩이 쌓인 시체 박스를 화장로로 옮기며 케이틀린은 다종다양한 인간군상과 만난다.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다가 평화롭게 죽은 할머니부터 뒷골목에서 부패한 마약 중독자 청년까지, 곰팡이가 퍼진 시신, 늪처럼 변해버린 익사자… 한 구 한 구가 그에게 모험이다.


담대하고 사려 깊은 장의사는 우리가 궁금했지만, 결코 그런 줄 몰랐던 장소로 우리를 데려간다. 아침 8시 반에 출근해 레토르트(화장로를 지칭하는 장례업계 은어)를 달구고, 갓 죽은 시체들의 벌어진 입을 접착제로 붙이고, 화장로에서 불타는 두개골을 응시하다, 유족에게 뼛가루를 전달하고 오후 5시면 인간 먼지를 뒤집어쓴 채 퇴근하는 장의사 라이프라니.


화장터엔 인간만사가 다 있다. 아끼고 돌보며 평생을 지내다 뼛가루까지 합쳐달라는 애틋한 부부부터 9살 죽은 딸의 장례비를 백화점 카드로 결제하려는 철없는 부모까지.


어린 시절 쇼핑몰에서 추락사를 목격한 그녀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기 위해 죽음을 공부했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후 실전을 위해 찾아간 첫 직장이 시체를 태우는 ‘웨스트윈드’ 화장터였다.


솔직하며 철학적이며 참여적인 실전 장례 리포트를 읽는 동안,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이 손에 잡힐 것처럼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두려움보다는 안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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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공부한 후 실전 죽음을 공부하기 샌프란시스코의 화장장에 취직했다.

케이틀린 도티와의 인터뷰는 서면과 음성이 만난 리드미컬한 크로스오버 음악 같았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우리는 다 죽는다'와 ‘사랑하는 이의 시체를 모른 체하지 말라'. 시체를 태우며 얻은 결론에 따르면 ‘죽음은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천천히 우주로 이동 중인 상태'였다.


화장장이라는 공간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화장장에 있다 보면 죽음을 들이마시게 돼요. 삶을 호흡하면서 죽음을 마시는 거죠. 20대의 저는 시체를 태워서 받는 월급으로 생활했어요. 사람 먼지를 뒤집어쓰고 살았죠."


시체를 방부처리 하고 태우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 몸속에는 상상보다 더 많은 창자와 피, 지방이 있어요. 방부처리사 브루스가 한 남자의 움푹 팬 가슴에서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며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심장 주위의 노란 기름때를 보라구. 패스트푸드만 먹으면 이렇게 돼!" 보통 덩치 큰 사람은 더 빨리 부패해요. 화장할 땐 체지방이 많은 사람을 먼저 해요. 체지방이 없는 몸집이 작고 연로한 노인들은 하루가 끝나는 시간에 들어갑니다."


당신이 만난 첫 시신은 어떤 모습이었지요?


"바이런이란 이름의 노인이었어요. 두 발끝에 꼬리표가 붙어있었어요. 두 눈은 고인 연못 같았고 입은 벌어진 채 일그러져 있었죠. 분홍색 면도기를 대고 죽기 직전 며칠간 자란 까칠한 수염을 미는 게 나의 첫 임무였어요. 그분은 두 시간 동안 타올랐고 나는 장갑을 끼고 화장로에서 따스한 두개골을 부서뜨렸어요. 회계사이자 아버지였던 바이런은 그 순간 완전히 과거 시제가 됐습니다."


케이틀린은 자신이 시체, 장례식, 슬픔 같은 죽음의 모든 면에 끌렸다고 했다. 수많은 시체가 삶과 영원의 중간 지점에서 그를 거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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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르트에서 작업 중인 케이틀린 도티.

사람들이 장의사에게 무엇을 가장 많이 물어보나요?


"정말 다양해요. "우리 어머니의 해골을 벽난로 위에 안치해도 되나요?" "아버지를 활활 타는 바이킹 배에 실어 화장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와 같은 황당한 질문도 받고요. 대개는 눈에 보이는 장례식 이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요.


‘화장하면 실제로 우리 엄마의 몸은 어떻게 되는 걸까?’ ‘방부처리액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이고 어떤 성분으로 되어 있을까?’ ‘우리 아빠가 무덤에 묻히고 나면 1년 뒤 그 시신은 어떤 모습일까?’ 시체의 변화에 관한 질문들이죠. 유족이 볼 수 없는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장례 회사는 당신에게 좋은 직장이었습니까? 그 일을 자랑스러워했나요?


"저는 제가 했던 작업을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체와 인간 먼지를 다뤘던 경험은 제가 가졌던 직업 중 최고였어요. 지금은 저는 제 소유의 장례식장을 경영하고 있지만, 종종 화장장에서 하던 구체적인 일이 그립습니다. 매번 새로운 시체 박스를 만나고 태우는 일은 죽음과 순수하게 연결돼 있었어요.


하루가 시작되면 저 혼자서 시신을 가져다가 화장로에 넣고, 유골을 꺼내 마지막 분쇄작업까지 마친 후 유골함에 담아 유족들에게 드렸어요. 한 사람의 시신이 유골함으로 옮겨지기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어요. 당시 저는 23살이었어요. 젊은 제가 그런 엄청난 일을, 권한을 갖고 해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죠. 지금 생각해도 놀라워요. 웨스트윈드 화장터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시체와 동고동락하면서 죽음을 대하는 저의 자세가 정말 달라졌어요."


시체에게 무엇을 배웠지요?


"예전엔 몰랐던 감정에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망설임 없이 곧장 울거나 웃기 시작했죠. 매일 죽음을 되새기다 보면 날마다 색채의 그림자가 드리우죠.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면, 원수 같았던 사람을 용서하고 부모님께 전화하고 여행을 더 하고 사랑에 빠지고 싶을 겁니다."


또 무엇을 배웠습니까?


"죽음이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죽음의 부정'이라는 책을 쓴 어네스트 베커에게 배웠어요. 우리는 글을 쓰고, 예술작품을 창조하고, 건물을 짓고, 아이를 갖고, 일의 의미를 찾아요. 이유는 한가지예요.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니까요. 내가 죽을 거라는 사실이 심장을 꿰뚫어야 오늘이 더 절실해져요. 우리는 다 죽어요."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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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고 으스스한 유머로 가득한 좋은 죽음 안내서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모린과 매슈를 화장했을 때였어요. 모린이 먼저 죽고 아파트에 찾아가 그 재를 남편 매슈에게 건네주었죠. 휠체어를 타던 50대 남자 매슈는 고맙다며 유골함을 가만히 흔들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화장터로 매슈의 시체가 왔어요. 아내의 재와 태워달라는 당부와 함께.


저는 그들의 육체가 섞여 하나의 먼지가 되는 걸 지켜봤어요. 그 자리에서 많이 울었어요. 제가 두 사람의 삶과 죽음의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사랑을 구체적으로 목격했다는 게 감격스러웠어요. 장의사라면 일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감정적인 거리를 통제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마음에 격동이 자주 일어나나요?


"가령, 자녀가 있는 장의사라면 어린아이의 몸을 장례 절차를 위해 준비해야 할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죠. 화장장의 디렉터인 마이크의 부탁으로(그는 아기 아빠였다), 11개월 된 아기의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대신 잘라준 적이 있어요. 아이의 부모가 그걸 갖고 싶다고 했다더군요.


제 경우엔 비슷한 나이의 고인이 마약 남용으로 사망한 시체를 볼 때 많이 힘들어요. ‘내 삶이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면 내가 저렇게 되었을 수 있겠구나’ 싶죠. 그렇게 자신을 망가뜨린 청년을 거둘 때는 오히려 부모들이 침착해서("이미 오래전 가슴에 묻었어요."), 시체 처리 비용을 마일리지로 적립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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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케이틀린 도티.

미국에는 매장이나 화장 전에 시체를 메이크업해서 유족들에게 모여주는 과정이 있더군요. 당신은 그 절차를 우리를 진짜 죽음에서 분리하는 ‘부자연스러운 쇼’라고 비판했지요. 망자를 ‘애완 인형'으로 만든다고요.


"맞아요.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죽은 사람의 얼굴은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입은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것처럼 벌어져 있어요. 당신과 나,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죽음의 진짜 얼굴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 하는 이미지는 아니죠.


장의업체는 가족들에게 500달러를 청구해서 그 대가로 시신들은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쉬는 것처럼 보이죠. 고인이 된 할머니의 몸은 쥐어짜여서 동유럽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지만, 혹여 중간에 실수로 눈이 뜨일 수도, 랩으로 싼 팔이 갑자기 빠질 수도 있어요."


한국에선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 문화가 있지요. 가족이 원하면 수의를 입히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알고 있어요. 좀 더 자연스럽지요! 사실 제가 미국의 죽음 산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어요. 첫째, 방부처리의 문제. 부패를 막기 위해 포름알데히드와 같이 독성 강한 물질을 시체에 주입하는데, 그 작업은 방부처리사에게도 위험하고 환경에도 좋지 않아요. 둘째, 메이크업한 시체는 유족이 보기에만 좋을 뿐, 만질 수도 없고 어떤 관계를 맺을 수도 없는 대상물이 돼요.


저는 유족들이 고인의 몸을 단장하는 과정에 참여해보길 권합니다. 고인의 몸을 함께 준비하고 조문객을 맞이하면, 죽음이 삶의 한가운데 있다는 걸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장의 산업은 장벽을 높이 쌓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가족들을 한없이 무능하게 격리해요. 시체와 분리되는 게, 최선의 애도는 아닙니다. 죽음은 추상이 아니에요."


그가 생각하는 애도란 이렇다. ‘시체를 바라보면서 그 사람이 떠났으며 이제 더는 삶이라는 경기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아님을 안다. 시체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보고 자기 자신도 언젠가 죽을 것임을 안다. 눈으로 보는 것은 스스로 알아차림을 보는 것이고, 그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당신은 시카고대학교, 웨스트윈드 화장장, 장의 학교에서 죽음을 배우고 만졌습니다. 삶이 온통 ‘죽음의 소명’을 향해 달려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죽음을 볼수록 삶의 의지에 불타오른다는 게 신기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세 곳에서 열정적으로 배우고 경험했어요. 가장 큰 자산은 이론과 실제의 결합입니다. 저는 대학 문헌에서 중세 마녀재판의 화형식을 연구했고, 화장장을 찾아가서 시체들과 부대꼈어요. 머릿속의 지식과 제 손의 경험이 만나니 비로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대개 학자들은 논문을 쓰고, 실무자들은 현장에서 일하죠. 이 둘 사이에는 전혀 접점이 없어요. 반면 저는 미국 장의 산업의 역사를 알고, 동시에 시신을 화장로에 직접 넣고 유족들과 만나 그들의 애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기에, 관련 이슈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그는 우리가 죽음에서 너무 멀어져 부자연스럽고 인공화된 ‘시체 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케이틀린은 ‘죽음을 감출수록 산 사람이 잘 죽는 데 방해만 될 뿐’이라고 했다.


죽음의 풍경을 멀리하면서 우리가 정말로 잃어버리는 건 뭘까요?


"우리가 잃는 것은 죽음에 대한 현실감입니다. 숨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시신을 마주한 경험 없이 죽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현대의 모든 문화는 우리를 실체로서의 몸에서 떼어놓으려 하죠.


IT 기술, 인공지능, 가상현실을 보세요. 모두 육체 없는 세계로의 환상적인 모험이지요. 저는 생명이 빠져나간 시체에 대한 감각이야말로 우리를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당겨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고, 우리는 이런 살덩어리를 입고 걸어 다니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제아무리 노력해도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시체에게 배워요.


매일 아침, 죽음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건 중요해요. 인류가 수천 년 이어온 장례 전통에 참여하지 못하고, 시신을 다루던 자연적인 방식이 변할수록 우리는 중요한 생의 감각을 잃어버릴 거예요."


시체 트럭을 운전하고 하루에도 수십 구씩 여러 방식으로 시신을 다뤄왔으니, 당신은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겠군요.


"아니요. 저도 죽음이 두려워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과연 합당한 목표일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의 공포를 느껴요. 그래서 투쟁하거나 도피하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차도로 뛰어들 거예요. 다만 지금 저는 죽음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죽음의 공포가 밀려올 때조차 차분히 그 상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코로나로 올 상반기에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처리되지 못한 시체가 냉동고에 쌓이는 모습을 봤어요. 장의사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겪어내고 있습니까?


"한때 LA도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졌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에도 코로나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이 많이 들어왔어요. 아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은 아닙니다. LA의 코로나 치명률은 뉴욕에 비하면 낮아요. 반면 뉴욕 시민과 그곳 장례업 동료들에게는 두려운 상황이죠.


화장하지 못한 시신이 쌓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임시 매장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응급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역사적으로 역병이 돌 때는 시신이 길바닥에 나뒹굴며 아수라장이 됐었어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엔 적절한 방법으로 화장 또는 매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죽음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때 우리는 죽음이 모두의 ‘삶’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그 앎이 우리를 고통에서 구원한다.

가끔은 가족의 죽음도 상상하겠지요?


"물론이죠.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하와이에 있는 부모님이 죽을 수도, 장례식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망자의 시신을 돌보라고 말해왔던 사람으로, 그 가능성은 정말 끔찍했어요. 저는 불안에서 빠져 나와 그 두려움을 찬찬히 들여다봤어요.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지, 장례에 함께 할 수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시나리오를 결말까지 쭉 그려보면 최악의 상황조차 막연한 상상보다는 나쁘지 않아요. 의외의 대응 방안이 떠오르기도 하죠. 죽음을 부정하고 생각조차 피하면 그 불안에서 영영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반대로 나도 가까운 이도 죽는다는 걸 긍정하고 인정하면, 괜찮아요. 하나하나 따져보고, 머릿속에서 시나리오를 그려봐도 괜찮습니다."


현실에서 평범한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시체를 어떻게 대면해야 합니까?


"무작정 시체안치소에 들어가라면, 다들 끔찍하겠죠. 하지만 당신의 어머니, 남편 혹은 자녀의 시신 곁에 있으라고 한다면 그 느낌은 완전히 다를 거예요. 평생 사랑해온 가족이잖아요. 엄마는 어린 시절의 당신을 돌봤어요. 똥오줌을 닦아주고 깨끗하게 목욕 시켜 주셨죠. 엄마가 돌아가시면 이번엔 당신이 엄마를 닦아주고 씻어줄 수 있어요.


남편이나 아내를 오래 간병해왔다면 그 돌봄을 마지막 과정에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씻기고 닦아주던 아이라면 아이가 죽은 뒤에도 돌봐주고 싶지 않을까요? 영혼이 떠난 집이지만, 사랑했던 이가 머물던 몸이니까요. 이 경험은 우리가 이승과 저승을 좀 더 주도적으로 겪어낼 힘을 줘요. 실제로 많은 경험자가 이후 긍정적인 변화를 겪죠. 슬픔을 감당하는 것은 어렵지만, 놀랍게도 그 현장에 직접 참여했던 것이 슬픔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당신을 통해 내가 시체가 된 모습을 상상해보며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를 잊었어요. 스스로 하찮아지는 즐거움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여전히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는 보통 사람을 위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자신의 유한함에 대해 생각해도 괜찮아요. 정말 괜찮습니다. 다들 ‘그래도 된다’는 허락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속해 있는 문화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건 건강하지 않다거나, 재수가 없다고 멀리하죠. 하지만 죽음에 관한 생각과 두려움은 본능이고 통제할 수 없어요.


차라리 터놓고 그 공포를 공유하고, 죽는 과정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죽으면 ‘자연매장’을 할 거예요. 자연 분해되는 수의를 입고 땅과 한 몸이 되는 죽음이죠. 가까운 가족, 친구와는 더 진지하게 대화하세요. 어차피 우리의 잠재의식은 끝없이 그 생각을 합니다. 혼자 조용히 두려움을 끌어안고 살지 않도록, 서로를 도와줍시다."

조선비즈

케이틀린은 사람들에게 가족의 시체를 보살피라고 권유한다. 조상들이 했듯이 고인을 씻겨보면서 자신의 공포를 통제하라고.

책에서 나는 바이런으로 시작해서 마티네즈, 후안, 클리프, 매슈, 애덤스 부인, 엘레나 할머니 등 수많은 시신의 처리 과정과 유족들의 애도 풍경을 보았다. 특별히 중국인 황 씨 할아버지의 화장장 참관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아버지의 몸이 화장로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아들은 힘차게 점화 버튼을 눌렀다.


무표정한 장례식장 직원이 아니라 사랑했던 아들이 고인을 세상 밖으로 떠나보내는 버튼을 누른 것이다. 세상에 올 때 자신의 탯줄을 가위로 잘라주었던 아버지를 위해.


케이틀린 도티는 그 순간, 아버지의 화장을 생각한다. 화장구 문이 철커덩 올라가고 그 소리의 반향이 방에 가득 찰 때, 자신이 살아있다면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아름다운 불길’이 되는 것을 지켜보겠노라고.


김지수 문화전문기자(kimjis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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